넷플릭스 영화 차트에서 <카지노 게임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래서 다시 올리는 <카지노 게임 관련 글 두 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카지노 게임의 마지막은 감동적이지만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타고난 카지노 게임, 실력도 좋고 사명관 투철한 진섭(곽도원)은 마지막에의미 없는 희생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순자네 식당으로 출동했을 때, 이들은 첫 진화 활동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다. 하지만 "아들이 저 안에 남아있다"는 순자(허진)의 말을 듣고 다시 들어간다. 안타깝게도 순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그녀는 몰랐지만). 게다가 이 집 아들은 방화의 주범이다.방화범을 구하겠다고 두 번이나 진입하는데, 잘못된 정보였고, 고결한 카지노 게임이 희생되었다. 물론 '홍제동 방화 사건'이라는 실화에 기반한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왜 하필 이토록 암담한 포인트에 초점을 맞춘 것일까.
하지만 여기에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다.<카지노 게임은 오로지 한 카지노 게임의 신념에 집중한다. 신념이란 실리를 따지지 않고 그 자체로서 지향하는 가치다. 그래서 신념은 신 없이 이뤄지는 신앙이다.
곽경택은 '진섭의 순수한 신념', 오직 그것만을 보여주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신념 외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거둬낸다.
진섭은 왜 이토록 소방 활동에 진심인가. 부를 쌓았나? 아니다. 오히려 그의 아내는 사직을 권유한다. 승진 가도에 올랐나? 아니다. 그는 높은 관직이 아니라 현장에 남기를 고집한다.
마지막 질문. 사람을 구하기 위함인가? 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구해냈는지는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요구조자(구조가 필요한 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치 않다.오로지 누군가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것. 그런 태도와 결심. 그것만이 중요하다.그래서 진섭은 방화범마저도, 심지어 그가 거기 없는 순간조차도, 구해달라는 외침 하나에 불길 속으로 향한다.
결국 영화는 진섭의 행동에는 재산, 명예 등 실리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음을 드러낸다.이를 위해 요구조자 경호(홍상표)는 한심한 망나니여야 한다. 만약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면, 그를 위한 희생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테니까.그 어떤 의미도 없는 순수한 몸부림. 그 끝에, 진섭의 숭고한 신념만이 남겨진다. 결국 <카지노 게임이 닿고자 하는 지점은 여기다.
그런 면에서 <카지노 게임은 곽경택의 전작인 <극비수사(2015)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이 작품도 오로지 생명을 살리겠다는 두 직업인의 끈질긴 의지만으로 달려가는 영화다.
예전 글에서 곽경택이 '강인한 남성성을 추앙한다'고 쓴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그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남성성은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의지인 것 같다. <친구(2001)의 마지막처럼. 그러므로 그의 영화는 필연적으로 비극으로 끝나기 쉽다. 그 남성성은 죽음을 불사하는 순간에 완성된다.
물론 곽경택이 모든 영화를 비극적으로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또 사람 취향이란 게 쉽게 바뀌지 않는지라, 곽은 분명 이런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된다.
알파 메일 선망하는 모범생의 영화
※ <카지노 게임과 <친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곽경택 감독의 <카지노 게임은 포장지를 갈아 끼운 <친구(2001)처럼 느껴진다. 비록 다른 소재를 취했지만, 영화의 지향, 시선 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곽경택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코드가 한몫을 한다.
<친구에서유명한부분은 준석(유오성)과동수(장동건)사이의 기싸움이지만("니가가라,하와이")이영화의화자는상택(서태화)이다.친구무리를조용히따르던모범생 말이다.
상택은똑똑하고 착한학생이지만,이무리안에서 그는보호받는 유약한포지션이다.상택은준석·동수와어울리며그들의 남성성을구경하고거기서 오는 쾌감을 수혈받는다.그러나그는졸업후에전혀다른길을걸으면서,준석·동수가거친삶의대가로떠안은위험으로부터멀찍이거리를둔다.상택은준석과동수의 거칢을선망하고 이를영화보듯감상하지만, 언제나그들과다른안전지대에머문다.일진과어울리며장점은취하고단점은 피하지않는자리.<친구는그 자리에상택을위치시킨다. 그래서마냥착한얼굴,상택에게는이상한이중성이있다.
<카지노 게임에서도 이런 구도는 반복된다.다만 이제 성숙한 남자들은 더 이상 싸움 따위에서 남성성을 찾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멋있는 남성의 자리는 진섭(곽도원)이 차지한다. 직업적인 신념 하나만을 손에 쥐고 카지노 게임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화마 속에서도 위험에 처한 목숨 만을 생각하는 남자. 그는 후배들이 선망하면서도 따라잡기 벅찬, 강인한 수컷이다.
<카지노 게임의 화자는 철웅(주원)이다. 그는 진섭을 존경하고, 그와 같은 카지노 게임이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철웅은 현장에서 얼어붙는 바람에 동료마저 희생시키고 휴직할 정도로 서투르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다. 철웅의 선택은 소방 간부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진섭은 그런 철웅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기껏 기다려 줬더니 현장을 떠나겠다고?')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
공교롭게도 그는 <친구의 상택처럼 강한 남성을 동경하고, 그의 활약을 지켜보며 쾌감을 공유하지만, 강한 남성이 짊어지는 위험은 나눠지지 않고, 그의 희생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그의 정신을 기리며 안전한 곳에서 눈물 흘린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은 <친구와 스토리만 다를 뿐, 구성이 같다. 똑똑하지만 용기 없는 모범생이 전하는 강인한 남자의 이야기. 쳐다보는 방향이 다를 뿐, 시선이 작동하는 방식은 똑같은 것이다.그 시선은 늘 목숨을 던질 정도로 신념이 강한 알파 메일을 쫓는다(<친구의 마지막에서 준석도 '친구'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다). 어릴 때에는 '싸움짱', 성숙한 뒤에는 '영웅적인 직업인'.
훗날 시간이 흘렀을 때, 곽경택의 시선 안에 또 어떤 남성상이 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니까. 하지만 이 애타는 부름만큼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안전지대 속 모범생이 부르는 강인한 남성의 노래. 닮고 싶은 동시에 멀어지고 싶은 이중적 마음.그건 곽경택 영화에서 변하지 않을 본령이다.준석(<친구), 철웅(<카지노 게임)을 이을 제3의 남자는 또다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