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미래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미래: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시대
- 유발 하라리의 기술 비판과 인간성의 재조명
"기술은 인간을 초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유발 하라리의 대표 저작들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넥서스』와 같은 책에서는 단순히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하라리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보다, 기술이 인간의 자율성과 삶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그는 말한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점점 더 인간을 ‘재설계’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인공지능, 알고리즘, 데이터 시스템은 이제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결정과 감정을 대신하거나 조종하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사피엔스』에서 하라리는 인류가 스스로 만든 ‘허구’—신화, 종교, 돈, 국가—를 믿음으로 유지되는 질서로 설명했지만, 『넥서스』에서는 이 허구들이 더 이상 믿음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을 실제로 지배하는 ‘기술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제 인간은 기술을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에 의해 감시되고 구조화되고 결정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기술을 통제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술이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가?"
하라리가 던지는 이 질문은 단순히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철학과 윤리, 정치의 중심으로 옮겨간다. 알고리즘은 이제 우리의 취향을 예측하고, 광고를 조정하며, 친구 관계와 연애 감정까지도 설계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누군가의 생사 앞에서 판단을 내리며, 병원에서는 AI가 진단을 돕고 처방을 제안한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선택’을 기술에 맡기고 있으며, 그 결과 스스로의 선택이 과연 진정한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넥서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식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 과정은 단지 기술적 진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감정, 판단, 윤리마저도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완전한 자동화’는 편리함을 넘어, 인간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식시킨다.”
하라리는 이러한 현상이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데이터 흐름 속에서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존재일 뿐인가?
이 질문은 단지 먼 미래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그런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가, 혹은 인간을 ‘변형’시키고 있는가? 이 문제는 지금,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적 진보와 인간의 미래: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가?
『넥서스』가 제시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의 비전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하라리는 그 열망의 이면에 도사린 위험, 즉 기술이 인간의 자율성과 존엄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설계된 방식에 따라 인간을 변화시키며, 때로는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이 때문에 하라리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보존하기 위해 기술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감정, 생각, 창의성은 그 어떤 알고리즘이나 기계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이 말은 단순히 인간 중심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감각과 상상력, 윤리적 판단력이 기술 속에서도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하라리는 『넥서스』를 통해 기술 진보의 끝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남게 될 것인지,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성찰하게 한다. 기술이 아닌 인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그 물음이 지금,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