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카지노 게임들
카지노 게임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카지노 게임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카지노 게임들___
“눈 오는 거리에서”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여 산불이라도 난 듯
울긋불긋 우리들을 황홀하게 해 주던 꽃동산에도
한여름 눈이 시리도록 푸르름을 자랑하던 숲에도
맑은 솔바람소리에 귀를 씻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울음소리에
세파에 찌든 허접함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발자국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도망을 치는
다람쥐가 꿈꾸는 한적한 오솔길에도
지난가을 황금물결로 춤추듯 넘실거리던
넓은 들녘에도
나뭇잎은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오들 거리고 떨고 있는 높은 산에도
지지고 볶고 사는 지붕 위에도 소리도 없이
싸락싸락 눈이 내려 소복소복 쌓인다.
눈이 좋아서 복사꽃잎이 떨어지듯 날리는
눈을 맞으면서 거리를 걷노라니
군생활할 때 잊지 못할 옛일 한토막이
눈구경을 하려는지 뽀시시 고개를 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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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은 늘 계절의 시작과 끝을
놓치지 않으시지만,
이번 글처럼 계절과 기억이 동시에 겹쳐 올라오는 순간을 그린 글은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다.
진달래 흐드러지던 봄날부터,
푸르름이 짙던 여름 숲,
황금 들녘이 넘실대던 가을을 지나,
이제는 앙상한 가지 위로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겨울.
아버지의 카지노 게임은
네 계절을 훑어온 풍경 기록이면서도
마지막 한 줄,
“군생활 때 잊지 못할 옛일 한토막이 고개를 쳐든다”
에서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눈은 그저 풍경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는 열쇠이기도 하구나 싶었다.
사람은 왜 그렇게
눈이 내리면 멈추고, 서고, 바라보고,
기억을 되돌아보게 되는 걸까.
아버지의 글 덕분에
올겨울엔 나도 그리운 누군가를
잠시 더 선명히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