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민영 May 02. 2025

시골의 카지노 쿠폰들

카지노 쿠폰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카지노 쿠폰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카지노 쿠폰들___

“카지노 쿠폰 위에서”


고운 단풍이 찬서리를 맞고는 떨어져서

땅바닥에 나뒹군다.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이 곱게 물든

카지노 쿠폰을 쳐다보면서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저리도 무참하게 짓밟고들 지나간다.

늦가을날 그렇게나 아름답던 단풍이 저렇게 될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무심코 짓밟고 지나가는 카지노 쿠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쩌면 우리 인생도 생을 마치면 저렇게 되겠지 생각하니 허무한 생각이 얼굴을 할퀴듯

불어오는 찬바람보다 더 차갑게 앙가슴을 파고든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길인 것을.....

길바닥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카지노 쿠폰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어린 시절 친구들과 카지노 쿠폰을 긁어 모아 카지노 쿠폰 속에서 놀다가 깜빡 잠이 들어 세상모르고 자다가 깨어보니 캄캄한 한밤중이 아닌가!

깊은 산중에서 얼마나 놀랐던지 갑자기 그날 일이 생각이 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버지의 이 글은

자연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인생을 꺼내 보이고,

거기서 다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가 닿는,

하나의 깊은 호흡 같은 글이었다.

카지노 쿠폰이 찬서리를 맞고 떨어지고,

누군가의 감탄을 받던 단풍이

지금은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보며

“우리 인생도 저럴 수 있다”

고 말하는 아버지의 카지노 쿠폰은,

슬프다기보다는 깊고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언젠가는 가는 것,

하지만 그 끝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그 카지노 쿠폰도, 그 인생도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아버지는 말없이 보여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카지노 쿠폰 더미 속에서 친구들과 놀다 잠든

어린 날의 기억.

그 추억이 갑자기 튀어나오듯 등장하는 순간,

글은 다시 따뜻하고 순한 얼굴로 돌아왔다.

쓸쓸함과 그리움, 죽음과 삶,

철학과 추억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섞인,

아버지의 글 중 정말 인상 깊은 한 편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