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의 문장들
카지노 게임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카지노 게임을, 딸이 엮은 기록.
카지노 게임의 문장들___
“ 상강, 겨울의 문턱에서
오늘은 24절 후 중 18번째에 맞는 상강이다.
전방이나 강원도 오지에는
벌써 살얼음도 얼고 서리도 내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벌써 동면에 들어갔을 것이고,
나무들은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삭풍과 맞서려고
가지로 올리는 물도 끊고
말라죽지 않을 만큼만 보낼 것이다.
말 못 하는 나무나 짐승도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데,
하물며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어지는
우리야말로
머지않아 쥐구멍에 눈 덮일 때를 생각해서
겨우살이 준비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동지섣달 기나긴 밤, 설한풍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연탄이나 기름도 서둘러 준비해야 하고
입동 또한 얼마 남지 않았으니
김장 준비도 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이 넘어가고
파와 마늘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해는 김치도 맛보지 못하고 겨울을
나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
천행으로 늦가을 날씨가 좋아져
배추 작황이 나아졌다고 하니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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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을 읽으며
‘상강’이라는 절기가 단지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준비하는 지혜의 시간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말 못 하는 나무도,
짐승도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데,
사람은 더더욱
추운 날을 견디기 위해 마음과 몸을 다져야
하는 존재임을
이 글은 조용히 일러준다.
김장 걱정, 연탄 걱정 같은 현실적인 고민까지
담긴 글에서
나는 삶을 준비한다는 게 꼭 거창한 것이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다정한 몸짓임을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