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옷은 날마다 다른 색을 띤다
오늘은 이른 퇴근으로 저녁 식사가 일찍 끝났다. 딸이 고삼이 되고부터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둘이서만 식사하는 날이 잦아졌다. 딸아이와 함께 먹을 때는 식탁에 올라가는 메뉴를 늘 신경 썼지만 오늘같이 둘이서만 먹을 때엔 굳이 저녁준비를 신경 쓰지 말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말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쯤은 주방에서 해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입시가 끝나려면 아직 칠, 팔 개월을 달려야 하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위한 중간중간 쉼도 필요하다.
식사했던 식탁을 깔끔히 치우고, 설거지까지 마쳤더니 하루 일과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다. 저녁 식사 후 한, 두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특히 퇴근 후 집에서 맞이한 이 시간은 나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일상적인 루틴에 가깝다. 열두시간을 넘게 따로보낸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시선으로 가장 적합한 시간과 공간이지싶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난 나란히 앉아 TV를 보기도 하고, 마주 앉아 하루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때로는 지금 한창 힘들 고삼 딸아이의 응원과 위로를 서로에게 보내기도 한다. 군에 있는 아들 걱정도 우리대화의 반복되는 소재중하나다.
가끔은 두 녀석 어릴 적 얘기로 한참을 웃기도 하고, 그 시절의 예뻤던 아이 모습이 아닌 부쩍 성장한 지금 모습에아쉬워하기도한다. 하지만 정작 우린 우리의 얘기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24년을 살다 보면 같은 소재, 주제가 대화에 반복되기도 하지만 같은 얘기라도 우리의 대화는 늘 처음과 같이 새롭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생각과 사고의 깊이가 달라지고, 살아온 세월만큼경험치도 늘었다. 30대의 우리보다는 40대의 우리가, 40대의 우리보다는 지금의 우리가 아무래도 인생을 바라보는 여유의 너비와 배려의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24년, 연애까지 포함하면 우린 30년을 함께 했다. 누군가는 '이 정도 살았으면 서로에 대해 다 알고도 남겠네', '눈빛만 봐도 척하면 척, 착하면 착이겠네'라고들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정도 함께 지내다 보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숨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구나', '오늘은 무척이나 저기압이군', '좋은 일 있나 보네' 정도는 알 수 있다. 이건 우리같이 꼭 사이좋은 부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십수 년을 함께했는데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만약 이런 눈치가 없다는 사람이라면 둘 중 하나다. 정말 상대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아닐까.
정말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상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부부가 아닌 하루하루 꾸준히 알아가는 부부이지 싶다.상대를 다 알고 있다는 건 교만이고, 오만이자, 거만이고, 자만이다. 그래서 곁에 오래 두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늘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겸손해야 하고, 말과 행동은 공손해야 한다.함께 오래 지내 편안한 관계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따뜻한 배려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사랑이란 게 처음엔 눈빛과 설렘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것은 이해와 인내, 존중과 배려라는 옷을 입는다. 그리고 그 옷은 날마다 조금씩 다른 색을 띤다.
나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서로의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굳이 침범하지도 않는다. 대신 존중하고, 배려한다. 함께하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는 서로에게 충실했고, 다른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는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이해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며 그렇게 성장해 왔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소란스럽고, 때때로 너무 조용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견디게 해주는 건 거창한 이벤트가 아닌, 바로 이런 사소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습관처럼 흘러가는 사랑 때문이다. 뜨겁게 시작된 우리의 사랑은 나이가 들면서 작은 습관, 배려와 이해로 채워졌고,뜨거웠던 사랑을 식지 않을 만큼 따뜻하게 유지시켰다. 앞으로도 우리의 사랑은 차갑게 식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깊이만큼 언제까지나 온기를 담은 상태일 것이다.
"키 하고 머리숱 두 가지 중 하나를 내게 준다면 영희 씨는 내가 어떤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조금은 어이없을 법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잠깐 고민하는 얼굴이더니 조심스레 답했다.
"전 철수 씨 머리숱이 많아졌으면 더 좋겠어요. 예전 같으면 키로 했겠지만 나이 들어 굳이 큰 키가 필요할까 싶긴 하네요"
진중한 답을 기대하고 고민해서 한 질문이 아니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차분한 답에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그럼 머리 문신이라도 할까요? 머리 심으려면 내가 갖고 있는 걸로 이식해야 하는데 여기저기 나눠서 심을 때가 딱히 없으니..."
"문신은 오래가지도 않고, 아플 텐데... 예전엔 키 크고 조금은 건장한 남자가 내 이상형이었는데"
"어? 그럼 난 아닌 거네"
조금은 서운한 눈빛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흘겨봤더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뭘 그만한 걸로 삐치냐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내게 말한다.
"그땐 그랬다고요. 지금이야 철수 씨가 내 이상형이죠"
얼마 전 예전 '아빠! 어디가?'에 출연했던 윤후와 지아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어린 시절 예능에서도 지아를 좋아했던 윤후여서 지금의 감정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한참을 시청했다. 후는 이동하기 전 지아를 실내에 머물게 하고 자신이 택시를 밖에서 기다리는 장면이나, 편의점 가서 핫팩과 따뜻한 음료를 준비하는 걸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지금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외출할 때면 곁에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챙긴다. 추워 보이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핫팩을 사고, 건조하면 물이나 음료를 챙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둘만의 외식 때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메뉴를 고르고, 외출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마중가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마중 가서 조용히 옆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충분히 전달된다. 그렇게 말없는 대화가 이어지더라도 따뜻함은 맞잡은 손으로 느껴진다.
사랑이란 매일 같이 뜨거울 필요는 없다. 때로는 조용히 옆에 있는 것, 차 한 잔에 담긴 온기, 아픈 말 대신 건네는 따뜻한 침묵이 더 큰 사랑이다. 24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배우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의 24년도 그렇게 늙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