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 지원과 규제 방향은 BIPV/BAPV 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건물부문 탄소저감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와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건물 태양광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재정 지원(보조금, 세제혜택)
많은 국가에서 건물 태양광 설치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정부는 태양광 설치비용의 30%에 해당하는 세금공제(ITC)를 주택·상업용 구분 없이 적용하고 있어 BIPV까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일부 국가들은 과거 발전차액지원(FIT) 제도를 통해 BIPV 전력에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한때 일반옥상 태양광보다 BIPV 적용 시 kWh당 보상단가를 높게 책정하여 건물일체형 보급을 독려했습니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의 보조금은 축소하는 추세지만, 대신 지방정부들이 자체 재원을 통해 BIPV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의 사례에서 보듯 kWh당 0.2~0.4위안의 발전량 인센티브나, 면적당 설치보조금 등을 제공함으로써 건물주들의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등 공공부문 위주로 일부 보조금이 있었으나 민간 BIPV에 대한 직접 지원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에 BIPV 보조금 책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BIPV 금융지원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건축물 에너지 기준 및 의무화
최근 가장 강력한 정책 동향은 신축 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일본 도쿄의 사례처럼 지역 정부 차원에서 신축주택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거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처럼 주(州) 차원에서 주택 태양광 코드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EU는 회원국들을 통해 Nearly Zero-Energy Building(NZEB) 의무를 신축건물에 부과하고 있고, 한국도 2025~30년 단계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대상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규제는 사실상 건축 설계 단계에서부터 BAPV/BIPV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고려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향후 지어지는 건물 대다수에 태양광이 적용될 전망이며, 특히 BIPV는 건물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요건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각광받게 됩니다.
미국 뉴욕시는 신축·개조 시 옥상에 태양광 또는 녹색지붕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는 지역법(Local Law 92, 94)을 통과시켜, 대도시 건축물의 태양광 도입을 의무화한 바 있습니다. 중국도 일부 성(省)에서 공공건물 신축시 BIPV 우선 적용을 지침으로 내리는 등 규제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 및 탄소규제
정부 및 국제기구의 건물 에너지효율 인증제(LEED, BREEAM, 그린빌딩인증 등)와 탄소세/배출권 제도도 건물 태양광 보급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여부가 중요한 평가항목인데, BIPV/BAPV를 도입할 경우 높은 점수를 얻어 인증에 유리합니다. 기업들은 자사 빌딩의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BIPV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국가가 건물 운영시 발생하는 탄소에 가격을 부과(탄소세)하거나, 건물 에너지 기준을 초과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제도를 검토하면서, 건물 자체적으로 태양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탄소배출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대형 건물에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현지에서 BIPV 솔루션 수요가 늘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연구개발 및 표준
정부 차원의 R&D 투자와 표준 정립도 중요한 정책 영역입니다. IEA PVPS Task 15와 같은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각국 정부는 BIPV 기술개발과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유럽 등의 정부는 BIPV 안전성(방수, 화재, 구조) 표준을 마련하고 인증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건물용 태양광 관련 새로운 설치공법 개발, 스마트 인버터, 건물에너지관리 시스템 연계 등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지원 R&D는 BIPV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고 원가 절감을 도와 시장 활성화를 간접적으로 촉진합니다.
건물 태양광 시장에서는 전통적 태양광 강자와 신생 스타트업, 그리고 건축업계 대기업 간의 다층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BAPV 분야는 그간 태양광 모듈 제조사와 시공사들이 이끌어왔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건물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는 주로 태양광 업계 주도로 진행되어 왔고, 이는 BAPV가 기존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 모델을 갖기 때문입니다.
반면 BIPV 분야는 건축물의 설계·시공과 밀접히 연관되어 건설회사, 건자재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BAPV 사업은 태양광 업체가 주도하고 BIPV 사업은 건설업체가 주도하거나 협업하는 형태로 산업 주체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물일체형 태양광이 건축과 전기의 융합 분야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과적으로 새로운 경쟁과 협력의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신생 스타트업의 등장도 두드러집니다.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대기업보다 빠르게 틈새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명 태양광 기술을 보유한 SolarWindow나 Ubiquitous Energy, 염료감응 및 페로브스카이트 기술로 건물외장 적용을 노리는 기업들, 색상 맞춤형 모듈을 제작하는 기업 등이 속속 등장하여 대기업과의 제휴 혹은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특화 기술(예: 반투명 PV, 유연박막 등)을 무기로 대기업과 협력하기도 하는데,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을 인수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AGC(아사히글라스)는 태양광 창문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에 투자했고, 프랑스의 Saint-Gobain도 태양광 필름 스타트업과 협력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건축유리 기업이 해외 태양광 필름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포스코와 동서발전의 협력처럼 이종 산업 간 컨소시엄을 통한 BIPV 개발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경쟁 구도를 자세히 보면, 전통 태양광 제조사 vs 건자재 기업 vs 신기술 스타트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양상입니다. 태양광 제조사들은 자체 BIPV 제품을 개발하거나 건설사들과 MOU를 맺으며 수직계열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건자재 대기업들은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 제품에 PV를 통합한 제품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자동차 유리 기업은 차량용 태양광 루프 개발을 통해 향후 건물유리 BIPV로 확장하려 하고, 미국의 Owens Corning(지붕재 기업)은 태양광 슁글 스타트업과 제휴했습니다. 또한 기술 라이선스 동향으로는, 과거 Dow Chemical이 개발했던 태양광 지붕 기술을 전문업체에 이전한 사례처럼 대기업이 철수하며 기술을 넘기는 경우도 있고,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기술을 라이선싱하여 여러 지역 업체들이 제조하게 하는 모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에너지 기업과 건설 기업의 합종연횡입니다. 태양광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에너지 회사들은 건물시장 공략을 위해 건설사와 손잡고 BIPV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서 사례로 든 포스코-동서발전처럼, 소재 기업+발전 공기업 조합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유럽의 전력회사(예: Enel)가 태양광 건물자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BIPV가 기존 전력산업과 건설산업을 연결하는 교차 지점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경쟁의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BAPV 시장은 이미 비교적 성숙하여 표준화된 패널과 인버터, 랙 등을 판매하는 모듈 기업 간 가격경쟁이 주를 이루지만, BIPV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며 기술과 품질 경쟁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누가 더 우수한 효율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구현한 제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 되고, 초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R&D 투자와 데모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건물일체형은 건축설계 단계에서 사양으로 채택되어야 하므로 설계사무소, 디벨로퍼 대상의 마케팅 경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업체는 “우리 BIPV 패널을 사용하면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면서도 에너지자립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건축가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BIPV/BAPV 시장은 다수의 이종업체들이 진입하며 역동적인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은 대기업의 자본/유통력과 만나 상용화되고, 건설업의 기존 강자들은 에너지기업과 협력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기술 발전과 가격 인하를 촉진해 궁극적으로 소비자(건물주)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표준화와 인증을 통해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세우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국제 표준 제정, 국가별 인증제도 마련 등이 진행되면서 진입 장벽이 명확해지고, 이는 신뢰성 있는 기업들이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5~10년은 여러 형태의 실험과 경쟁이 이어지다가, 기술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선도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