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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 25주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대담
4월 29일(화) 저녁 씨네큐브 광화문 1관에서 열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스페셜 토크 - 우리가 극장을 사랑하는 이유' 행사의 예매에 성공해 다녀올 수 있었다. 씨네큐브에서 개관 25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한 25년의 일환으로 마련된 약 90분간의 토크 행사였다. <씨네21 김소미 기자의 진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브로커(2022)로 연을 맺은 이동휘 배우가 참석했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예술영화관이라는 씨네큐브의 특수성과 이 극장 상영관의 특징 - 가령 광고 없이 정시 시작하며 상영 시작 10분 후부터 입장이 불가하고 엔딩크레디트가 끝까지 지나가기 전에 상영관 내 불이 켜지지 않는 점 - 등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와 두 감독과 배우의 재회 소감 등으로 시작한 이번 토크는 본격적으로 포스트 팬데믹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대에 아직도 '극장'이라는 공간이 우리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화두로 이어졌다.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기는 어려워 생각에 남은 대로 자의적인 형태로 기록한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영화인에게 극장이란]
먼저 극장은 감독에게도 배우에게도 자신의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 호흡하면서 상영 중 - 상영 후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개봉하면 언론/배급 시사회나 관객과의 대화(GV) 등 공식 행사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꼭 한 번은 제 영화를 관람하러 지역 극장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와세다 대학 시절 영화관이라기보다는 마치 '씨네클럽' 같았던 공간에서 이탈리아 감독 페델리코 펠리니의 영화를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며 프레임 속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감독의 시선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동시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닌 셰프의 취향이 돋보이는 숨은 공간처럼 큐레이션이 힘을 발하는 작은 영화관의 역할을 훗날 갈수록 더 상기하게 되었다고.
이동휘 배우는 고독하고 외롭던 시기에 '유일하게 거기 있어주었던' 극장을 떠올렸다. 한편으로 극장이라는 공간의 존재 자체가 지신이 영화인으로서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고 (옆에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같은)동시대 영화인들은 물론 후대에도 계속해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주기 때문에 극장이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씨네큐브와 함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들]
이동휘 배우는 <브로커 촬영을 앞두고 송강호 배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이야길 했던 순간도 공유했다. 당시에는 모두에게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꼽았고 감독의 영화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국면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작품에서도 다른 것들이 보인다는 이야기도. <어느 가족을 꼽았던 이유는 취조 장면에서의 안도 사쿠라 배우의 연기가 강렬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존경하는 배우의 강렬한 연기가 그만큼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 그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했기 때문.
이 대목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화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김소미 기자의 요약적인 코멘트도 인상적이었어서 따로 기록해 두었다. "개인과 집단을 경유해서 아주 다각의 진실을 탐구해 온 창작자", "한 인생의 서사나 진실에 관해 굉장히 긴 시간을 오롯이 응시했을 때 드러나는 것들에 대하여 주목해 온", "영화관이 요청하는 집중력 속카지노 게임 사이트 발생하는 내러티브의 가능성을 주목해 온 창작자"라는 이야기.
영화 '어느 가족' 스틸컷[OTT와 극장의 차이]
극장과 극장 밖의 자명한 차이 중 하나는 극장이 오직 창작자의 의도대로 관객이 영화를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 점을 언급했다. OTT와 달리 극장은 멈추고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역시 현장에 자신의 감각을 오롯이 맡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집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조금 불편이 있을지 몰라도 크리에이터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확장되도록 해준다는 것. 가령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집에서 보는 TV 시리즈 등은 시간을 계산해서 일정한 시간마다 특정한 자극이나 스펙터클을 안배한다든지 리듬을 고려하게 되기 쉬운데 어차피 멈추거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극장 영화는 창작자가 원하는 스토리텔링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맥락의 이야기였다.
[극장카지노 게임 사이트 '우리'가 함께한 순간]
영화인에게서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예를 들어 <어느 가족의 칸 영화제 상영 당시, 2천 석이 넘는 대극장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안도 사쿠라(노부요 역)가 경찰에게 취조받는 신에서 그 누구도 기침조차 하지 않고 소리 없이 스크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던 그 순간.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때 다시 한번 안도 사쿠라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상기했다고 한다)그것은 영화가 관객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극장이라는 공간을 발판 삼아 힘을 얻는 순간이었다. 김소미 기자는 故류이치 사카모토의 곡 'Aqua'가 흘러나오던 <괴물(2023)의 엔딩크레디트 부분에서 뤼미에르 극장 내의 기립 박수가 마치 고인을 향한 헌사를 담은 박수처럼 느껴졌던 순간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코로나19가 한창으로 어려웠던 시기 지역 사회에서 영화인들과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지역 극장들을 후원했던 사례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실제로 일본에도 여러 지역 영화관들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했고, 감독 자신이 대학 시절부터 함께했던 대학 인근 극장들도 지금은 네 곳 중 한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그곳은 여전히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이번 행사와 같은 '관객과의 대화' 문화가 거의 없었던 장편 데뷔 초기 경험도 언급했는데, 시카고카지노 게임 사이트 열렸던 한 영화제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뒷온라인이 상영되었을 때 1시간 정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주어졌는데 예정된 시각이 지나고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 이야기를 원해 근처의 카페로 이동해 1시간가량을 더 대화했던 적도 있었다고. 그러니까 110분 정도인 <환상의 빛의 상영시간보다도 더 긴 시간을 영화 이야기에 할애했던 것이다. 그 외에는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극장에서 만난 다른 영화인들의 영화 - 예를 들어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 에 대한 언급, 디지털이 아닌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한-일 순차통역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와 영화산업에 진심인 영화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90분은 체감상 한없이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시간을 들여, 번거롭게, <극장이라는 약속된 공간으로 향해 그곳에서 우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영화를 만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이야기처럼 필름 촬영을 고집하고 OTT 대신 시네마를 만나는 일은 어쩌면 시류에 뒤처진 일일지도 모르지만.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순간을 만나고 배우가 자신이 연기한 장면이 마찬가지로 관객에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지켜보는 동안, 극장이 외롭고 고독한 한 사람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공간이었듯 관객 역시 "노이즈카지노 게임 사이트 해방시키고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인간 본연의 능력을 회복시키는"(김혜리, 『묘사하는 마음』, 마음산책, 2022, 297쪽카지노 게임 사이트)바로 그 공간에서 온전히 연출자의 의도가 허락된, 효율이 계산되지 않은 방식의 시네마를 경험하게 된다. 언젠가 극장에서의 경험이 소중한 이유와 그것이 대체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면 오늘 이 순간을 분명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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