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진 당신에게
새 비누를 꺼냈다. 하얗고 동그란데 도넛처럼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형태. 두 손에 닿는 느낌이 단단하고 도톰해 든든하다. 손바닥 사이에서 두 바퀴만 돌려도 거품이 풍성하게 일고 그 거품으로 손을 닦고 나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말개진다. 오늘은 이걸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 부르고 싶다.
연덕 시인님을 만나고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빈 잔에 물을 채우듯 내게 요긴한 사랑과 용기를 충전하고 왔다. 시인님을 한번 뵙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생각지 못한 기쁨과 기운, 위로까지 받았다. 꺼져가는 사랑을 다시 지필 재료들, 수시로 흔들리고 쓰러지고 마는 나, 그런 나에 대한 수치심을 연료로 계속 써나갈 수 있겠다는 안도를. 이런 기쁨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더 잘 살아봐야겠다는 다짐까지 새살 돋듯 돋아났다. 빈약하던 내 마음이 도넛 같은 새 비누처럼 도톰해졌다.
아이의 방학이 이어지면서 루틴이 깨졌고 알게 모르게 답답함이 쌓였다. 글도 일도 이런 상태로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몰려올 때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데 요며칠이 그런 시기였다. 그랬는데 갑자기 아이가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였다. 생활의 삐걱거림 앞에서 나는 쉽게 본래의 리듬을 잃고 휘청거리곤 한다.
다음 날 저녁엔 김연덕 시인의 북토크에 갈 예정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남편 스케줄까지 확인하여 간신히 예약해 두었는데 아이가 아프면 아무래도 집을 비울 수가 없다. 이러저런 생각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복잡해지다 아픈 아이가 무슨 잘못인가 싶었다. 잘 쉬어서 얼른 회복하는 게 나와 아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뾰족해지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내려놓고 열이 오른 아이 옆에 붙어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서로의 온기로 회복의 길로 들어서는가 보다. 살을 맞대고 다정한 말을 먹여주는 것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낫게 할 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보다. 곁에 있어 준 것 밖에 없었는데 아이는 하루만에 기력을 회복했으니 말이다. 밤새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었지만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아이는 말짱해 보였다. 열은 싹 가시고 목소리엔 원래의 밝고 명랑한 기운이 묻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아이는 밥을 먹고 과일을 먹고 싶다고 내 귀에 속삭였다. 무언가 먹고 싶어졌다니 다 나았다는 신호 같았다. 그건 아이가 다시 열망의 세계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 무기력하게 쓰러져 먹는 것도 마다 하던 동안엔 아이의 그런 상태가 내게도 전염되어 나 또한 기운이 빠졌는데 무언가를 원하는 또렷한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자 내 안의 동일한 지점도 그처럼 되살아났다.
누군가 두 눈을 빛내며 말하는 좋음을 듣다 보면 그 좋음이 고스란히 내 안에서 떠오른다. 신기하면서 신비로운 일이다. 곁에 있으면 아이의 상태가 내게 옮아오듯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그걸 알기에 나는 요 며칠 연덕 시인을 꼭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이는 사랑이란 ‘환하게 죽어 있는 상태와 비슷한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 그러니까 자신을 어느 정도 죽어 있는 상태로 만들면서도 시와 삶에 대한 사랑을 지속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들엔 무감하면서 자신이 바라보는 그 하나의 창문에 오가는 풍경으로 다 괜찮아지는 사람이다.
그처럼 꼿꼿하면서 꿋꿋하고 맑음이 최대치가 되어 투명해지는 사랑을 품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그렇게 묻다 보면 그 사랑을 품은 이가 부럽고 부러움이 자라 흠모하게 된다. 내게도 그 사랑이 조금쯤 건너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지속하는 사람을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울컥해지고 힘닿는 한 그 마음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것이 누가 쉬이 알아주는 사랑이 아닐수록, 지속하기 어려운 사랑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그 응원이란 내가 받고 싶은 응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마음에 반응한다고들 하더라. 자신과 다른 것에는 오히려 무감하다고. 그러니 내가 내보이는 마음이란 내가 받고 싶은 마음의 반영일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내 안의 불가능하고 무용한 것을 향해 흐르는 사랑과 흔들림을 응원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아이는 평상시대로 활달함을 되찾았고 남편은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퇴근하여 돌아왔다. 작년 오월 구례에서 식물을 봉인한 유리 조각을 보고 연덕 시인님이 생각나 사 들고 왔는데 만날 일이 없어 오래도록 책장에 놓아만 두었다. 그 선물을 드디어 전할 수 있겠다 생각하니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자리가 각별하게 다가왔다.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해 들어가니 목재 패널을 두른 작은 방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형성된 고요하지만 다정한 기운이 방 안을 채웠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시인의 이야기는 이색적인 자기소개서 같았다. 개중엔 이미 알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야기도 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에서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끌어온 대상들이 구체적이고 고유해 너무도 김연덕 시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기의 집과 그때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을 세공해가는 사람, 세 번 시험에 떨어지고도 또 한 번을 응시했던 사람, 낙방에 연연하지 않으며 습관적으로 신춘문예에 투고했던 사람, 실연과 자살 시도의 해프닝 속에서도 그 수치심을 벼려 시를 쓰는 사람. 시 쓰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식당에서 무거운 접시를 나르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상이라는 투쟁을 지속하는 사람.
이야기 사이로 시인은 오래된 사진과 그가 썼던 일기와 애정하는 스승에게 받았던 쪽지와 메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은 한 사람을 환하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내 안으로 들어와 나만 아는 답답함과 기묘함, 아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것들이 숨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곳으로 흘렀다.
시인은 자신이 세계에 온전히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무언가 답답함을 품은 사람이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안에도 그런 감정이 있고 그것이 해소되지 않는 한 쓰고자 하는 마음이 지속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확신은 내게 다행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언가를 오래 생각하는 마음, 제대로 알고자 하는 마음, 기꺼이 움직여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안의 답답함과 복잡함을 향한 마음 또한 사랑에 닿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마음 때문에 힘들지만 그것을 향할 때에만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다. 세계와 나 사이에 미세한 어긋남이 있고 그걸 온전히 설명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삶을 추동한다고 느낀다. 시인의 삶과 글이 그러한 힘에 의해 이어져 온 것처럼, 그의 꿋꿋한 사랑이 그를 계속 쓰게 한 것처럼 나도 꿋꿋하게 쓰기를 계속하고 싶다. 절망도 희망도 없이 그냥 계속하다 나의 이상한 마음을 적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고 싶다. 그날까지 이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조금쯤 죽은 상태로 머물고 싶다.
그러므로 시인의 이런 말들이 내게 위안을 건넸다. 일과 글쓰기 사이에서 건강한 생활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글이 잘 안 써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잘 되면 오히려 신기한 일이라고. 지우는 글이 많아도 괜찮다고 지우는 것도 쓰기라고 생각한다고. 쓰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다가오는 현실을 잘 맞고 싶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정확한 언어를 세공하기 위해 십 년 즈음을 견고히 버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참 시시해 보였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기 위해 식당에서 무거운 접시를 나르는 단단하고 도톰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내 것인 것 같아 흐뭇했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껏 훔쳐본 날엔 나도 묵묵히 좋아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진다. 내게도 오래도록 지켜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하나쯤 있지 하고 잊고 있던 주문처럼 떠올라 발걸음이 씩씩해졌다.
그러니 지금 내 마음은 새 비누처럼 단단하고 도톰하다. 그 매끄럽고 보드라운 마음에게는 성가시고 소용없어 보이던 모든 것이 기회처럼 다가온다. 사랑을 연습할 기회, 사랑을 시도해 볼 기회, 그러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힘껏 나를 써 볼 기회라고.
*김연덕 시인은 2년 전 시집과 에세이집으로 알게 되었고 운 좋게 그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까지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그 인연으로 내가 활동하는 '글친구들'(글쓰기 동아리) 모임에 시인님을 초청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인연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 다루었다.
*김연덕 시인의 저서로는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2021)와 <폭포열기(2024), <오래된 어둠과 하우스의 빛(2025)가, 에세이집으로 <액체 상태의 사랑(2022)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