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곳곳에서 꽃 피운다.
기찻길 바로 옆까지도.
일이 있어 일찍 사무실에서 나와 카지노 게임에 올랐다.
대학 때나 결혼 전 직장인이었을 땐 고향인 지방으로 자주 카지노 게임를 타고 내려가곤 했다. 당시 새마을호로 다섯 시간, KTX로도 세 시간 반이나 걸리는 그 거리가 싫지 않았던 이유는, 부모님과 반가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카지노 게임 안에서 가지던 여유에도 있었다.
책을 좀 보다가 노래도 좀 듣다가 눈도 좀 붙였다가 그래도 할 게 없으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 됐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었다.
물론 비행기와 달리, 전화가 올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뭐랄까, 카지노 게임이 빠르게 뒤로 지나가는 모습은, 일이나 서울, 또는 어떠한 피하고픈 것들로부터 내가 실제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 주었고 그걸로 다른 단점을 덮기에 충분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다. 카지노 게임의 속도라는 게 신기해서 주변 풍경을 놓칠 정도는 아니되, 그 부분만 한참 감상하게끔 놔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풍경들은 마치 옛날 활동사진처럼 짧고 경쾌하게, 하지만 어떤 느낌은 들도록 내 곁을 지나간다.
도시든 농촌이든 풍경을 보며 생각한다. '참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있구나.', '저분들은 이 카지노 게임 소리가 시끄러울까? 아니면 익숙하거나 정겨울까?', '어디 보자. 저 집에 할머니가 사신다면 찾아갈 길이 어디로 뚫려 있을까?'
환한 햇살 아래, 낮은 둔턱 위에 세워진 철로를 카지노 게임던 때였다. 문득 기찻길 바로 옆까지 다듬어진 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삶이란 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뻗어서 밭을 다듬고 채소를 가꾸고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구나. 그 집념과 인간이 가진 질긴 인내가 주는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았다.
Live to travel, Travel to live. - KTX매거진 3월 호 표지에서 발췌. 흔들린 초점은 카지노 게임가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을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