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유수프네 집엔 애가 다섯이다.
이 동네에 살다 보면 이런 숫자들이 익숙해진다. 방 두 개짜리 집에 몇 명이 사는지, 방 한 칸을 몇 명이 나누어 쓰는지. 내 아들은자기만의 방이 있지만, 이라크에서 온 이브라힘과 체첸에서 온 유수프는 그렇지 않다. 이브라힘은 3층 침대에서 자고, 유수프는 누이들과 거실에서 잔다.
남편 동료의 소개로 우연히 들어오게 된이집,이 동네를 좋아해 보려고 노력했다. 여기는 딱따구리가 둥지를 짓는 모습을 부엌 창문에서 볼 수 있다. 대도시 치고 비교적집값이 싸고, 조용하다. 평범한 아침이면 동네 빵집에 가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다. 남편은 차도 필요 없이,공원 옆을 걸어서 직장에 간다. 그러다 문득, 같은 거리에서 자라는 어떤 아이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아이보다 한 살 많은 이브라힘은작년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다. 올 때마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별생각 없었다. 우리 아이도 며칠씩 좋아하는 옷만 입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브라힘이 그 옷을 입고 놀이터 모래밭에서 뒹굴고, 비 오는 날에도 입고, 다음 날에도 입고, 또 다음 날에도 입고 오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이 아이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할머니는 축구를 시작한 아들에게 새 옷을 사주었다. 축구 연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애들보다 더 많은 거 같다. 고급차들에서 애들이 내린다. 지하철을 타고 연습을 온 아들은 친구가 아주 많다. 그래서 여름엔 그렇게 자주 놀더니, 이브라힘이랑 겨울 내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아들에게 이브라힘은 특별하진 않고, 가까이 사는 친구다.
여름 어느 날아이와 동네 가게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어떻게 알고이브라힘이 졸졸 따라왔다. 이브라힘은 나에게 묻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이 모습을 본그런데 가게 주인인 터키 아저씨 "이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너, 돈 있냐?"
"아니요. 이 아줌마가 사줄 건데요?"
터키 아저씨는 이브라힘 손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스크림을 뺏었다. 너에게 팔 카지노 게임 추천스크림은 없다고 했다. 아저씨는 이 동네에서 몇십 년 동안장사를 해왔다. 동네 사랑방인 이 가게를 운영하며 온갖 사람을 다 봐왔다. 그리고 나만 보면 "한국은 터키의 친구라는" 아저씨는 나를 나중에 따로 불러 이야기를 했다.
"쟤네, 별로 안 좋은 애들이야. 니 아들, 이렇게 순수한 애를 쟤네랑 절대 어울리지 못하게 해라."
나는 아저씨의 말이조금 불편했다. 겨우 6살짜리한테 ‘안 좋은 애’라고 벌써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내가 어른이니까 이브라힘이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세상은 그래도 친절하다는 걸 보여주면 되는 건 아닐까?
그러다가잠바 사건이 터졌다.
8월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추천과 함께 놀이터에 나갔다.그날따라 좀 쌀쌀하고 비가 오면 카지노 게임 추천이 감기에 걸릴까 봐, 옷을 가져갔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자 아무것도 챙겨 오지 않은 이브라힘에게도 아들 잠바 하나를 건넸다.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옷은 돌아오지 않았다.
2주가 지났다. 아침에 카지노 게임 추천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이브라힘 가족들 5명이 거리에 모여있었다. 오늘은 이브라힘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이란다. 나는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브라힘의 가족들도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이브라힘의 형이 내게 반말로(dutzen) 말했다.
"너네 옷, 저기 있어."
"저기"라는 말이 이상했다. 나는 물었다.
"저기가 어딘데?"
그리고 카지노 게임 추천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잔디밭 한가운데. 비에 젖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잠바가버려져 있었다.
나는 그날 밤 부동산 사이트를 열었다. 이런 야만인들과 함께 도저히 여기 살 수는 없다.
여름이 끝나고 이제 봄이 왔지만 어쩌다 보니우리는 아직 여기에 산다. 이 동네에서 아들은 아주 행복하게 잘 크고 있다. 체스, 연극, 축구, 무용도 배운다. 유치원 절친들과 함께 올해 집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인 몬테소리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절친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2주 워크숍 캠프를 떠나고, 박물관에서 생일잔치를 한다. 아들은 자기 친구들과는 달리 우리 집에는 축구도 할 수 있는정원이 없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날씨가 따듯해 지자 유수프네 다섯 카지노 게임 추천이 밖에서 모래 장난을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서유수프와 인사한다.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논다. 겨울 내내 보지 못했던 이브라힘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아이는 이브라힘이 반가운가 보다. 걔네 집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는다. 봄꽃과 햇빛에 취해 그러라고 했다. 아이가 그 집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1시간 뒤, 저녁식사 전에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6시가 되자 동네는 어두워졌다. 5남매 맏이인 유수프가 아직도 밖에서 혼자 놀고 있다. 왜 집에 안 올라가고 있냐고 물었더니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이브라힘 집에 직접 올라가서 우리 아들을 데리고 왔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유수프는 9살인데 아직 독일어가 서툴다. 항상 자기 사촌들이랑 체첸어로 놀다가 작년부터 5살 꼬마인 우리 아들과 같이 놀기 시작했다. 5살짜리가 형아한테 독일어를 가르쳐준다.
유수프와 함께 아래 내려온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이브라힘 집에서 뭐 했냐고 물었다. 스드 게임을 봤단다.
"스드 게임? 그게 뭐야?"
"엄마! 로봇도 나와. 로봇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래."
"스드 게임? 스퀴드 게임? 네가 오징어 게임을 봤다고?"
"이브라힘이랑 걔네 누나랑 형이랑 같이 다 봤어, 엄마, 근데 그거한국 거야!"
충격을 받은 내가 물었다.
"이브라힘 엄마 아빠 집에 없었어?"
"아빠는 없고, 이브라힘 엄마는 있었는데 부엌에 있었어."
아이에게 왜 5살이 오징어 게임을 보면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 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브라힘은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하지만, 너는 더 이상 그 집에 가지 마."
한 카지노 게임 추천를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정성과 사랑이 필요한지,나는 아들을 키우며 알게 되었다.그런데 누군가는 이 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속삭인다.독일 거리 곳곳에 걸린 극우정당 AfD의 포스터를 만든 사람들이 그걸 엄청 잘한다. 이들의 포스터에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포스터 속의 카지노 게임 추천은 내 아이와는 다르게 생겼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머리카락은 모두 금발이다.
나는 유치원에서만 20개 국어를 들을 수 있는 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 아직문제없이 잘 크는 걸 보면서 안심하다가도이브라힘과 유수프를 보면 불안해진다. 우리 모두 말없이, 이브라힘과 유수프 같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 어떻게 자랄지,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볼지,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린다. 이아이들 역시 어떻게든 자랄 것이다. 9살인데 "악몽(Albtraum)"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는 유수프와, 이미 6살 때부터 문제아로 찍힌 이브라힘은 아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아들이 새 축구화를 신고 잔디 구장에 축구 연습을 가는 동안, 아이들은 모스크에 간다. 하지만 얘네들은 축구화는커녕발에는 너무 큰 슬리퍼를 질질 끌고도, 축구교실에 큰 차를 타고 오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공을 더 잘 찬다.
오랜만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이브라힘과 유수프가 나에게 물었다.
"이거 젤라틴(할랄이 아님) 들어있어요?"
"이거 뭐예요?먹어도 돼요?"
나는 무슬림인 이 카지노 게임 추천을 위해 항상 집에 젤라틴이 없는 비건(vegan) 젤리를 준비해 둔다. 같이 놀면, 당연히 같이 간식도 먹어야 되니까. 쟤네 엄마 아빠는 나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지만. 유수프네 사촌아이는 9살이 되자 히잡을 썼지만. 밖에서 그렇게 열심히 놀던 여자애들이 싹 사라졌지만. 그래도 카지노 게임 추천이니까. 우리는 같은 사람이어야 하니까, 애써 부인한다. 한국 삼촌이 사줬던 잠바가 버려져 있던 광경을 애써 외면한다. 내 불안이 두렵다.
가장 약한 이들이야 말로미래가어떤 사회가 될지를 보여준다.갑자기 너무 따뜻해진 동네에 봄이 왔다. 호박벌이 꽃에게 날아간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놀이터에 모인다.
(사진 출처 : 대문, 첫째 사진은 글쓴이 거, 마지막 사진은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