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대법원,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결은 단지 법의 언어로 쓰인 선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균열의 금이었다. 정치는 감정과 이해, 말과 기억이 얽힌 거대한 구조물이다. 그 속에서 한 인물의 말이 죄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 말을 둘러싼 풍경 전체를 다시 보게 된다.
법이 정하는 진실은 무미건조하지만, 그 진실을 둘러싼 말들은 항상 맥락이 필요하다. “골프를 친 기억이 없다”라는 말 한 줄에, 관계와 기억, 정치적 거리감까지 얽혀 있었을 터. 그러나 대법원은 그것을 ‘사실’로 분해했고, 그 말의 숨결은 하나의 죄명이 되었다.
정치인의 언어는 칼날 위를 걷는 무용수 같다. 진실을 말해도 공격받고, 말을 아껴도 오해받는다. 이번 판결은 정치인의 언어가 그 자체로 법정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언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해석은 언제나 다층적이며 복합적이다.
그런데도 사법은 오직 증거와 문장, 법리로만 판단한다. 그 판단은 때론 정의를 실현하지만, 때론 인간의 서사를 잘라낸다. 이번 사건은 후자에 가깝다. 기억과 해석, 그 모호한 진실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환원했다.
정치와 법이 교차하는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말의 진심인가, 그 말이 불러온 결과인가. 법은 판결을 끝냈지만, 사회는 아직 질문 중이다. 국민은 단지 청중이 아니다. 그들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그 말의 결을 따라간다.
이재명의 발언이 어떤 정서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이 선의였는지, 오판이었는지. 이제 국민의 해석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진실은 법정에서 종결되지 않는다. 그 진실은 가려진 얼굴로, 투표장의 침묵 속에서 다시 말의 몸을 얻는다.
한 번의 유죄 판결이 정치의 결말을 만들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법의 손을 떠난 언어를, 스스로 읽고 해석할 의무를 갖는다. 그것이 법보다 느리고, 정치보다 유연한 민주주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