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 사라졌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 2분.
분명 경대에서 '툭'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배가 고프면 그런 방식으로 아무 때나 나를 깨운다. 나리가 있는 방 문을 열어두려면 카지노 게임 추천는 안방에 두고 문은 닫아 둬야 한다. 교대로 열어주지 않으면 나리 있는 방으로슬그머니 들어가 때리려(?) 들기때문이다.
가벼운 소재의 안경이라 밟을 수도 있다 싶으니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일어나 불을 켰다. 일단 안경부터 찾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안경을 떨어트리는 현장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범인이 까미인 건분명한데.
녀석은 경대 위에 의연히 앉아 금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소란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오오~~~. 새벽부터 열이 올랐다.
아무리 찾아도 안경이 보이지 않아 자는 남편을 깨웠다. 경대를 치우고 침대 아래도 들여다보았다. 심지어 청소기를 동원해 먼지까지 치워가며 찾았다. 그러나 안경은 없었다.
집안의 물건을 집어간다는 무슨 요정이 장난을 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 집 안방 침대는 '별이 다섯 개!'라고 선전하는 돌침대다. 이 카지노 게임 추천 이사 온 다음 해에 무리(무려 10개월 할부)를 해서 구입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25년을 쓰고 있지만 바꿀 생각이 전혀 없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이 침대의 단점은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는 점이다.심지어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해도 침대 주변은포기한다. 우리 힘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 쓰던 안경을 꺼내 쓰고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포기.까미를 혼낼까 봐 남편은쓸 만큼 써서 다시 맞춘다고 생각하라며 은근히 까미를 엄호했다.
안경점으로 가 새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한 집에서만 해 왔던 터라 잃어버린 안경을 언제 했더냐고 물었더니 21년 9월이라고 했다. 안경을 교체할 때도 됐다는생각이 들었다.
안 써도 될 거금을 카지노 게임 추천 덕분(?)에 쓰게 되었지만안경이 어디로 사라졌지 싶어 아리송한 생각만 들었다. 의외로 까미에 대한 원망은 생기지 않았다. 우리집 왕자님인데 원망은 무슨???
누구나 나이 들어 돈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과거 나는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면이런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 이 세상 걱정 중에서 돈 걱정이 가장 작은 거라고.-
솔직히 위로가 많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각종 어려움에 봉착해 견디기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씩씩하게 극복해 가는 사람들을 보면 내 어려움이 작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3월이 되면 작은 아들은 고양시 쪽으로 이사를 간다. 그 말인즉슨 아롱이 딸 나리도 이사 간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중순에와서 4개월이 넘도록 우리 카지노 게임 추천 있다 보니 나리도 많이 익숙해졌을 텐데.
제 집으로 돌아가는 녀석이나 돌려보내야 하는 나나 한동안 마음이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을 터.무엇보다 제 엄마 아롱이 얼굴 한 번 직접 보여주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냥 사람 마음이겠지만.
종일마음 한 구석이 썰렁했다. 아무래도 오전에 본가에 옮겨 두었던 물건 일부를 미리 챙겨 가는 작은 아들을 보내서인모양이었다.
그래서,
안경을 맞추고 돌아오는 시장통에서 김치라는 일거리를 덥석 집어 들었을 것이다.
나는 공립중학교 7군데를 돌며근무했다. 근무 학교마다분기별로 모임이 있다.3월은 몸과 마음이 바쁘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아픈 친구에게 갈 시간을 내야 한다. 김치를 담가 미리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생각나 오이들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안경알에 흠집이 많아 세상이 어리어리하게 보이는 와중(새 안경은 다음 날 찾으러 오라고했다)에도 싱싱한 오이가 보였다.한겨울인데도때깔이 좋았다.
하지만 부재료까지 집어 들며 속으로는 후회가 되었다.
나는 왜 항상일을 저지르며 아등바등하지?????역시 무수리 타입!
시간은오후 4시.
아직도 팔에는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김치 재료들을 낑낑대며 직접 가지고 돌아왔다.
한의원 원장님은팔을 가능하면 쓰지 말라고 조언하셨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무리까지 하고 있었다.
어설픈 데다 맛도 보장하지 못할나박김치와 오이김치를 완성.김치통에 쟁여 놓으니마음이 뿌듯해졌다.
다행히~.
부엌에서 야채를 다듬고 씻고 레시피를 참고해 가며 시끄럽게 뚝딱거리는 데도고양이 두 마리는 각자의 방에서 푹 주무시고 있었다. 고마웠다.간식을 내놓으라 보채지 않아서.
다음 날. 한의원을 거쳐 친구네 카지노 게임 추천 들러 김치 전달식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왕자님 한 마리와 작은 아들이 모시고 산다고 주장하는 공주님이 자다 깬 나른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