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우유
아내가 난데없는 '연구자'로 명함을 돌린 이후로 요즘은 진작 은퇴 후 아내 옆을 지켜온 옆지기가 아침식사 당번이다.
은퇴가정의 브런치가 들어간 하루 2 끼니 시도는 실패했다.큰딸의 약 복용 시간에 지장을 준 까닭이다. 큰 애는 식전 1시간 전부터 약복용 순서가 시작되어 저녁 식후 1시간 후까지 약복용이 이어진다.사실은 취침 전까지 마지막 한 알을 복용한다.
병원출입이 10년이 되니 그나마 많이 줄어서 하루 14~16정 가까운 약을 매일 복용 중이다. 그전에는 처방전대로 매번 식사 전 후 함께 복용 시 약효가 떨어지거나 방해를 받아 부작용을 톡톡히 겪었었다.
여러 번의 응급병동 출입 후 약을 따로따로 복용하도록 제안한 전문의의 복용법을 따르니 효과적이다. 엄마인 나는 딸이 하루종일 약 먹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느낌이긴 하다. 그래도 꿈처럼 감사하다, 내 옆에 있어 손을 잡을 수 있으니.
옆지기는아침식사로 바나나,토마토, 사과를 준비하고, 끓인 순두부와 파 양념장, 감자양파수프와 팬케익, 물누룽지 등을 돌아가며 차린다. 온갖 냄새에 대해 반응하는 매스꺼움과 구토로 고생해 온 큰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식탁에 앉을 수 있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큰딸이 집안일에 함께 참여하는 작년부터는생선 비린내에만 힘들어한다. 어려서부터 그토록 좋아했던 굴비구이나 고등어조림도수용하기 쉽지 않나 보다.
목에 자꾸 걸리는 기다란약 오메가3를중단한 대신 들깨기름과 고등어 등 생선을 먹기로 한 건데... 조리과정에서 온 집에 퍼진 냄새가 진정되면 큰 아이는 식탁으로 온다.
요즈음은 녹차나 허브차를 차갑게 곁들이는 준비를 딸이 직접 한다. 덕분에 뜨물에 담그고 소주로 헹군 생선구이 메뉴도 조금씩 횟수가 늘어나는 중이다. 그중 찹쌀가루와 감자전분을 발라 튀긴 후 양념을 얹어 졸이는 가자미구이가 가장 무난하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덜한 까닭이다.
아침에 옆지기가 식사 후 싱크대 옆에서 커피를 타서 내게 건네주었다. 내가 어제 주선한 작은 일에 대해 짧게 설명을 막 끝낸 시점이었다.
"내가 잘한 건가?"
"으응"
그이답지 않게 곧바로 반응이 와서 순간 놀랐다.
그리고 식탁으로 커피잔을 옮겨가는데 그곳에 우유가 있다.나는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신다.
"... 금방 '우유'라고 했어?"
"응"
우유를 식탁에 놓아두었으니 커피에 넣어 마시라는 의미였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족에게 가장 카지노 가입 쿠폰 싶어 하는 말은
"잘했어", "수고했어"
와 같은 '칭찬'과 '감사'의 말이다.
부부 사이에 듣고 싶은 말도 '수고에 대한 감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감사'와 '칭찬'의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406198).
그렇다 해도, 조언이 필요한 시점에역시나 내게 카지노 가입 쿠폰 싶은 말에만 반짝이는 귀 덕분에 남편의 입에서 나온
'우유'
가 내겐 칭찬을 의미하는
'응'
으로 들린 거였다.
강의를 듣거나 대화 중에 내가 아는 만큼만 들리는 경험을 종종 한다.책 읽기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전공 관련 서적들에만 코를 박고 사느라 정보 출력(output) 대비 인문학 정보 입력(input)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교보문고에 읽고 카지노 가입 쿠폰인문학 관련 서적을 골라 4권을 주문했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귀가 조금 커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