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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임 Mar 24. 2025

날이 선 카지노 쿠폰을 마주할 때

나도 악플을 받는구나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네 번의 조회수 고공파도타기를 경험해 봤다. 이제까지 50개의 4개의 카지노 쿠폰 내놓았을 그랬다.


-수학학원 45만 원 vs 서울대 특강 18만 원

-다이소에서 할머니 설 선물 마련하기

-어쩌다 시댁합가

-친정오빠의 옷들이 우리 집으로 왔다


어쩌다 터치된 우연한 클릭 일지라도 그것조차 수치로 환산되어 '띠링'하고 조회수 돌파 알람이 울릴 때의 느낌이란, 한 번도 경험해 본 없는 주가 상승의 기쁨과 비슷한 것일 테다. 마음통장에 칭찬과 인정이 적립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카지노 쿠폰 누가 읽었든, 넘겼든 어쨌거나 그 숫자들은 설렘이 되었다. 나는이제 고작 6개월 남짓된 브런치 꿈나무 작가이므로습관이든 진심이든 하트 하나하나는 물론이요, 카지노 쿠폰의 마침표 하나까지소중했다. 열심히 썼는데어쩌다 반응이 미적지근해 보일 때는 내가 쓰면서 재미있고 좋았으면 됐다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회수도 별 요동 없이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날은 되려 편안한 마음으로 카지노 쿠폰 썼다. 조회수와 상관없이 나의 기억과 생각을 아카이브 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어쩌다 무심코 썼던 글이 보상처럼 인기글이 되었을 때는 혼자 의지가 충만해져 더 열심히 쓰고 싶었다.


2월에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고 최근 두 개의 글이 인기글이 되면서, 그 덕에 요즘 뜨는 브런치북 5위에 올라가고 가족 분야 크리레이터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구독자도 소소하게 늘어나니 나의 어깨는 잠깐씩 올라갔다. 틈틈이 올라오는 카지노 쿠폰과 조회수를 확인하노라면 나 홀로 자신감 마일리지도 쌓여갔다. 솔직히 한편으론 단순한 수치에 희희낙락하는 속내가 좀 부끄럽긴 했지만.


흥분의 며칠이 지나고 마음이 차분해져 가던 어제 오후, 날이 선 카지노 쿠폰에 그만 마음에 강한 생채기가 나고말았다.카지노 쿠폰의 표적은 하필 내 글 중 가장 많은 하트 수가 달린 글. 악플이란 것을 처음 경험해 봐선지 너무 당황하고 놀라 캡처도 못하고 검지손가락 하나를 덜덜 떨다 얼른 삭제해 버렸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친정오빠 옷을 남편에게 물려 입으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누가 본인에게 시누이 옷을 갖다 입으라 하면 기분 좋겠어요?

아니면, 시누이 애들 옷을 내 자식에게 입히라 하면 기분이 좋겠나요- 이런 류의 뉘앙스였다.


처음엔 기가 막혔다가, 이 사람 대체 뭔가 싶었다가, 내가 잘못했던 건가 싶었다가, 급기야 내가 카지노 쿠폰 이상하게 썼나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돌아다녔다. 몇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가라앉는 이 불편한 감정. 어떻게든 해소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증거는 이미 내 손으로 지워버렸고, 아무도 못 볼 내 마음의 상처만 고스란히 남았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대꾸해 주길래 1차 진정 완료. 그리고 정성 어린 카지노 쿠폰을 보며 2차 진정 완료. 하지만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는 소심한 나에게 이번 카지노 쿠폰의 내상은 쉬이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제야 용기를 내어 삭제된 카지노 쿠폰에 대카지노 쿠폰을 달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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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멀쩡하고 좋은 옷을 굳이 사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엇보다 저희 오빠는 대학교 때 번 아르바이트비로 저에게 용돈도 주고 옷이며 가방도 사주었던 본래 착하고 자상한 성품의 사람입니다. 못 입고 버릴 옷을 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희 남편도 어린 시절 어렵게 살아봐서 청소년 때 옷 물려 입은 경험이 있고, 남들 시선이나 허례허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 그중 마음에 든다 싶은 옷은 잘 골라 입습니다. 지금도 어디 나가면 총각 소리 들을 만큼 아무거나 입어도 멋진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옷 물려 입는 거에 대한 창피나 부끄러움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주는 사람의 따뜻한 선의와 다정한 마음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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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의 정이나 선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인 걸까. 그래서 하필 나에게 날을 세웠던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다른 상처를 건드렸던 걸까. 아무튼 한 줄쓰기가 갑자기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카지노 쿠폰을 보며 물려준 이들 중 한 명인 우리 시누이가 떠올라 마저 몇 자더 써본다.


남편의 여동생, 내 시누이가 옷을 몇 벌 챙겨줬다. 이미 키가 본인보다 커진 우리 딸을 위해 좋고 깨끗한 옷들만 손수 챙겨줬다. 나는 눈썰미 좋고 감각 있는 시누이의 센스를 알기에, 조카를 생각하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기꺼이 고맙게 받는다. 이번 옷 중에는 드라이클리닝만 해야 하는 비실용적인 고급 울스웨터도 두 벌 있다. 나는 이 옷을 내 돈 주고 사줄 생각이 없으므로, 웬 떡이냐 또 신나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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