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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임 Jan 08. 2025

책으로 카지노 게임 배웠어요

중2의 소시지 달걀 오믈렛

오늘로써 중학교2학년과정을무탈하게마친 아들은자발적 아웃사이더.종업식날도 어김없이 끝나자마자 칼같이귀가했다. 하교 후친구들과 뭐라도 사 먹게 카드라도 쥐어 주려 했건만, 됐고 며칠 전부터쿠팡에서 소시지와 체다치즈만주문해 달라했다. 종업식을기념해 전부터 해 먹고 싶은 카지노 게임가 있다나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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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되어서여전히 학교도서관에서<오무라이스잼잼<허영만의 식객만화를즐겨보는 아들은 책으로 카지노 게임 배운다. 덕분에 민어부레가맛있네, 메밀국숫집 메밀 100%거짓이라는 둥 희귀한 식재료와 카지노 게임 상식을 가끔뽐낸다.주부경력 16년 차인 엄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상식을 뽐낸다 한들카지노 게임 실전 경험은 제로에 가깝다.

오로지 라면에 케첩을 뿌리고 달걀두 알을 통으로넣는 기괴한 카지노 게임가 전부였다.


어릴때는마늘 까기, 냉면 면발 가르기, 달걀물 풀기, 쌀 씻기정도는허용했다.이것저것 해봐라 하며 주방을 과감히 오픈해자신은없었다. 카지노 게임 통해아이의창의력이 샘솟고즐거움을 누린다 한들 넉넉한 웃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엄마는 못 되었기문이다.그러다 최근에는라면 취식 후 냄비와 그릇까지깨끗이 설거지하는 모습을보고카지노 게임 시도를기꺼이수락했다.


오늘의 카지노 게임는 소시지 달걀오믈렛

어금니 꽉 깨물고다정한 관심과 참견으로아들의 카지노 게임를 지켜본다.



*편의 상 인덕션의 열 세기를 불 세기로 표현함


1.달걀 4개를 곱게 푼다.


2.후랑크소시지2개어슷하게썬다. 이때 도마에 식칼을 이용해 차분하게 썰지 않는다. 손에 어쩌다 잡히는 사각용기 뚜껑에 소시지를 놓고 과도로 대충 썬다.바닥에 떨어뜨린 몇 개는잽싸게 줍는다.


3. 새로 산 지 얼마 안 된 프라이팬을바짝달군다. (옆에서 맘 졸이던 엄마는얼른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둘러준다.)


4. 센 불에 달걀물 절반을 붓고 2의 소시지를 뿌리고 체다치즈3장, 모차렐라치즈를한 줌올린다.여전히 지글지글 센불.


5.(기겁한 엄마는 약불로 줄인다.) 남은 달걀물을 마저 붓는다.


*여기까지 비주얼은 몹시 그럴싸했다. 사진을못 찍은 것이 아쉬울 따름.


6. 달걀물소시지치즈범벅을반으로 접는다. 너무 두꺼워서소시지가 마구탈출해도주걱과뒤집개를이용해어떻게든 반달모양을 만들려 애쓴다.


7.두꺼워서 익지 않아 한참 있다뒤집는다. 뽀얀 노란빛이 아닌검은갈색빛이 돌아도 당황하지 않는다.


8. 딱딱한 모차렐라 치즈를 먹을 순없으니 조용히 뚜껑을 덮고 기다리라는 엄마 말을 듣는다.


9.좀처럼 속까지 익지 않는오믈렛.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마구 섞어 골고루 익힌다.


10. 의도하던 모양새는 아니었으나 맛은 대흡족.


11. 완성 후, 찬밥과 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먹는다.


엄마 키보다 머리 하나 우뚝 솟은 덩치에 아빠보다 크고두꺼운 손으로 하는 어설픈 카지노 게임라니. 혼자 신이 나 나중에 카지노 게임나 해볼까 하는 아들의설레발에 나폴리맛피아가 그냥 저절로 되더냐 하는 잔소리가 잠깐튀어나왔다.


깨진 달걀이 뒹굴고,치즈 포장 비닐이 널려있고, 달걀물이 이리 튀고 저리 튀어도맛있게 먹는 아들의 모습을보니,나도이후의잔소리는꾸덕꾸덕한 오믈렛과 함께 삼켜버렸다.


뭘 하든 기특하고 예쁘기만 하던 그 시절이있었다. 뒤집기만 해도, 기기만 해도, 걷기만 해도 감격스러웠던 그 시절. 인생의 효도를 다한다는 그 시절의 꿀민이가 새삼스레 기억나는오후였다.


마지막으로, 카지노 게임에 진뺀 아들을 위해 설거지를 자처하며마음에도 없는 말로 응원했다.


-다음엔 김치볶음밥 해볼래?




<내용 추가

글 발행 후, 1. 11 오늘자 통계를 보니 눈에 띄는 유입 키워드가 있었다.

"라면에 케찹"

기괴한 카지노 게임법이 아니었나, 정말 맛있는 레시피인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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