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카지노 게임가 아니라, 함께 살아낸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는 끝났습니다. 참, 오래간만에 울면서 봤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는 건, 그만큼 깊이 빠져들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카지노 게임가 끝나고도 한동안 마음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끝을 보며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조금 망설였지만, 제일 먼저 떠오른 건요. "참 고마운 카지노 게임였다"는 생각이었어요.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사계절로 펼쳐 보여주는 이야기, 그 안에서 울고 웃고 보듬고 떠나보내며, 우리는 저마다의 가족을 떠올리고, 지난날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니까요. 애순이의 인생이 꼭 내 친구 같고, 관식이의 마음이 어쩐지 아버지의 웃음 같기도 했습니다.
애순이의 시작은 ‘요망지다’는 말로 표현되곤 했지만, 저는 그 말 뒤에 숨어 있던 진심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질서에 맞서, 제 카지노 게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고 싶었던 소녀. 그 곁을 묵묵히 지켜준 관식이의 존재는 ‘팔불출’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단단했고 따뜻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일이 얼마나 귀한지, 그 모습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은 성장하고, 부서지고, 다시 이어졌습니다. 봄에는 꿈을 꾸고, 여름에는 부딪치고, 가을에는 후회하고, 겨울에는 받아들이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였지요. 그 여정을 지켜보며 저는 자꾸만 카지노 게임이 시큰해졌어요. "상을 엎어라"라는 대사가 여러 번 등장했는데, 그 말이 이 카지노 게임의 정수처럼 느껴졌습니다.기존의 모습,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관계와 틀, 그런 것들을 과감히 깨뜨리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믿음이 함께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양관식의 가족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참는 것’이라 말하지만, 이 가족은 사랑을 ‘함께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았어요. 부상길 가족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양관식의 집은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카지노 게임이 느껴졌거든요. 돈이나 명예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웃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아이유, 아니 이지은 배우의 애순은 눈빛 하나, 한숨 하나까지 인생을 꾹꾹 눌러 담은 듯했고, 박보검 배우의 관식은 말없이도 모든 걸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문소리, 박해준 배우의 깊이도 참 좋았어요.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얼굴과 말투, 서로를 향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부상길을 연기한 최대훈 배우,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전에는 조연으로 살짝 스치듯 등장하던 그가, 이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제 기억에 남았거든요. 적은 분량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데, 그는 그걸 해냈습니다. 한마디 대사 없이도 눈빛 하나로 그 인물의 외로움과 상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다른 모든 아역 배우, 보조 출연진들의 연기 또한 하나같이 살아 있었고요.
한 편의 카지노 게임가 끝났다고 해서 그 여운까지 끝나는 건 아니니까요. 이제는 가끔 불현듯 떠오를 그 장면들, 그 대사들, 그 표정들 덕분에 조금은 더 단단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득 힘이 빠지는 날, 애순이의 목소리나 관식이의 웃음을 떠올리게 되겠죠. 그게 카지노 게임가 남긴 선물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요, 그저 재미있게만 보자고 마음먹었지만, 어느새 이렇게 마음속에 많은 걸 남겨주고 갔네요. 이 카지노 게임는 어쩌면 ‘그냥 보는 카지노 게임’가 아니라, ‘함께 살아낸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폭싹 속았수다, 정말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