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자유 수영을 다녀왔다. 최근 이런 저런 상황으로 2주 동안 수영을 못 갔는데, 다음 주 설 연휴까지 합치면 총 3주를 수영을 쉬게 된다. 이제 막 수영 자세 좋다고 칭찬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수영을 쉬면 그 동안의 노고가 도로묵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수영하러 갔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 있었다. 수영장 샤워실에는 수영복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탈수기가 있다. 내 수영복을 탈수하고 있는데 옆에서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탈수기가 균형이 맞지 않으면 심하게 덜컹거리는데, 아이가 이렇게 해 보아도 저렇게 해 보아도 탈수기는 계속 덜컹거렸다.
아이가 몇 번 시도해보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도와줘도 될까?" 아이는 끄덕였다. 나는 꼬여있던 아이의 수영복을 찬찬히 풀어 탈수기 바닥에 잘 펼쳐놓았다. 그러자 탈수기는 문제없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는 감사하다고 했다.
수영장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나는 내가 몹시도 기특했다. 주말에 귀찮음을 이기고 수영을 나온 것도 기특했지만, 상대를 배려하면서 선행을 베푼 나 자신이 무척 뿌듯했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다려 주었고, 또 아이에게 내가 도와주어도 괜찮을지 물어보았다. 사실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아주 사소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문득 어느 방송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캠핑클럽에서 이효리가 이상순과 의자를 만들며 나눴던 대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상순은 의자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사포질을 열심히 하고 있었고, 효리는 그런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누가 본다고 그러냐는 효리의 말에 상순은 '내가 알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효리는 내가 나를 기특하게 보는 순간이 많을 수록 카지노 쿠폰이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누가 몰라주더라도 내가 아이에게 베푼 작은 배려에 스스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셀프 칭찬을 가득가득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