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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걷는 여자 Apr 02. 2020

문우(文友)와 함께 글쓰기를 시작했다

춘추시대에거문고장인이었던백아(伯牙)는 자신의거문고소리를가장잘알아주었던오랜벗종자기(鍾子期)가 숨을거두자

나의소리를이해해줄이가세상에없는데거문고가이상내게무슨소용이있겠느냐!”

울부짖으며거문고줄을끊었다전해진다.

백아절현(伯牙絶絃),애달픈사연이이 사자성어 안에 고스란히담겨있다. 숨겨진이야기를알고 나니어쩐지 네 글자 앞에 괜스레 숙연해지고 만다.


나에게도 종자기와 같은 이들이 있다.

물론내게'장인' 수준의기술은없다. 하지만백아가종자기앞에서거문고연주하는것을가장즐거워했다는점을들어은근슬쩍스스로에게 백아의자격을부여해볼까.

최근, 나는 감사하게도 나의 종자기들과두번째하자리스트를이루었다.

바로 글쓰기모임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차마발화(發話) 하지못했으나세상에내놓고픈뭉글뭉글한마음을오래도록곱씹고이에상응하는단어를신중히걸러내어흰종이위에형상화시키는, 그모든순간을사랑한다.

하지만나의글쓰기에치명적인단점이하나있다면글의 뿌리가 되는마음이란 녀석이 쉽게도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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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조물은 마음을기반으로하기에 상황, 환경, 컨디션, 심지어는그때그때의 기분에따라서쉽게태어나고부서지기를 반복카지노 쿠폰. 물론대부분의경우, 부서졌다. 차라리겁을, 우울을, 좌절을창조물로탄생시킬수있었으면좋았으련만일단부정적인기분에잠식되고나면눈 앞에는 도망, 회피와같은선택지밖에보이지않았다.

단단한 마음의 방어책을 세우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켜낼 수 있도록 좀 더 강해지고 싶었다.

그렇기에나는늘연대를꿈꿨다. 함께이기에더욱빛날수있는글쓰기를꿈꿨다. 그리고감사하게도 기다리던 순간을 맞았다.




한 달 만에 비척비척 집에서 나온 반백수 셋은 한적한 카페 한구석에 모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본인이 최근에 얼마나 오랫동안 집에 콕 박혀 있었는지 열과 성을 다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구오구, 사랑스럽기그지없는이들은이글의주인공인종자기이자, 놀랍게도회사동기들이다.


사실우리가입사초부터막역한 사이었던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서로를마주칠기회가잦았던것도아닌데 어쩌다방이라도하루함께쓰게 되는날이면희한하게도평소에는 잘않는속얘기를그렇게나 해댔다.

어렴풋이추정해보건대, 서로 다른삶 속에서사뭇비슷한감정의 결을 느꼈던것같다. 같은우물을판사람들은서로알아보기마련이랄까.

카지노 쿠폰모든 사진 출처 instagram haley_p0717

작년중순, 나는브런치를시작카지노 쿠폰.

시작할 적만 해도 설렘에 마음이 간질간질했건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어딘가 불편했다. 나만 알던 감정의민낯을타인과공유하는 게왠지 스스로발가벗는것만같았고작년에는 예상치못한사건사고도 유난히 많았던 탓에 찾아온 글태기를 극복할 마음의 여유 또한 부족했다. 평정을 잃고 나자아니나다를까, 열심히도 휘청였다. 심지어 한동안은 글을 쓰고 싶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마당에나를아는누군가에게나의글을공개한다? 가당치도 않은일이었다.


하지만작년여름, 비가끝도없이내리던어느 날나는 처음으로글밍아웃을했다. 은근한커피 향에취했는지쏟아지는빗소리에홀렸는지알 수 없으나 구슬 언니에게요새글을쓰고 있다털어놓았다. 갖은설득끝에 기어이 얻어낸 글을 다 읽고난그녀는형식적인 칭찬이 아닌 진심 어린감상을 들려주었다. 나조차 의도치 않았던 글의 사각지대를 짚어내는 언니의 감상평은 그 이후로도 고된 창작 끝의 사이다가 되어 주었다.

홀리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 동기로서 지켜봐 온 언니는 왠지 비슷한 감정의 폭으로 내 이야기를 이해해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두번째글밍아웃을감행했다.

'읽어봤어. 글에서네가느껴지더라. 너는같이따뜻한글을쓰는구나.’

와, 소름. 그녀는 내가 줄곧 표현하고자 했던 글의 느낌을 정확히짚어내고있었다. 봄 향기가 은근히 풍기는 글, 구김도 포장도 없이 온전히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글. 언니는 내가 담고자 했던 나를 알아봐 주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우연찮게도글쓰기는 셋의공통분모이기도했다.

마음의우물을글로길어내는구슬 언니와올곧은시선을꾸준히글에담아오던홀리 언니.

‘글’이라는 거대한 우주 속 서로 다른 궤도를 돌던 소행성들이 우연한 지점에서 충돌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같이 글 써보는 거 어때?"


라는뜬금없는막내의제안에언니들이


"오, 대박. 어떤 식으로?"


라며놀란기색은커녕화색을띤 것은 어쩌면당연한결과였을지도모른다.

하지만이당연한결과가여태껏 당연하지않았던 이유는 당장주변을살펴봐도알수있듯, 글쓰기를취미로두고있으면서나를온전히드러낼수있는사람을찾는것이실로하늘의별따기였기 때문이다.



말을맞추기라도한듯글쓰기모임 창단을위한의견과규칙들이모아졌고우리는밴드를개설하여이틀에한번씩주제를정해글을올리기로했다.

그렇게글쓰기모임글로우(글과로망과우리)가탄생카지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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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나는요새다양한영역의글들에도전 중이다.

산문에, 시에, 논설문까지. 주제에 맞춰글감을 모으고 흰 종이에 마음껏 나를 내려놓는다.

나의글을알아주는 든든한종자기가있기에, 오늘도 망설임 없이 백아가 되어 연필을 잡는다.

또, 나 역시 그들의종자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맘을 다해 글을 읽고 감상을 남긴다.

이들이 곁에 있는 한 ‘하자절필’은 없을 듯싶다.


감사한요즘이다.

두번째하자리스트도 성공적으로 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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