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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l 06. 2019

카지노 쿠폰, 오로라 그리고 울동이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0

*.본 글은 여러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하루 20분] 매거진에 연재중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하루 20분] 매거진에 참여하게 됐. 어떤 일을 정해 20분 동안 하고그걸 기록하는 곳인데, 현재매거진을 만든 황보름의 무료 카지노 게임스토리님, 그리고 그 매거진에 먼저 참여하시며매거진의 존재를 알려고무라면의 카지노 쿠폰스토리님 등 여러 작가가 참여하고있다. 하는 일은 산책, 남미 노래 해석, 로잉, 웃기 등 다양하다. 난 뭘 해야 할까-고민하다내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래 '아이들과 20분 동안 놀아주기'를 하는 거야!


아니, 아이들이 아니라 고양이님들이던가?


나는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다. 고양이들과 놀아주기 전에, 먼저 어쩌다 집사가 됐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4년 전 취업에 성공해 회사 근처로 집을 얻었다. 회사와도 가까웠지만 지하철역과도 가까웠던 그곳은,건물 밑에도 편의점이나 음식점,카페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었고, 길만 건너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화점에갈 수 있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은 크고 하얬으며, 1층엔 항상 두세 명의 관리인 아저씨가, 지하엔 관리사무소가 따로 있는 제법 큰 오피스텔이었다. 그 안에 살며 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된 것 같았다.


그래, 이제 행복 시작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음과 지갑에 모두 여유가 넘치는 시기였다. 난 아직 젊었고, 회사에선 '내가 이 돈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많은 돈을 꼬박꼬박 통장에 넣어주고 있었으니까. 일단 배가 부르고 등이 따수우니 그동안 '먹고살기 힘들어서'란 이유로 미뤄뒀지만, 언젠간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했다. 바로 유기묘 입양이었다.


사실 오래전에 알던 누군가가 지금의 나를 보면 의아할 수도 있다. 나는'강아지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라고 물으면, 항상 강아지가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니까. 님이를 만나기 전까진.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를 준비하겠다집에 틀어박혀있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이것 봐라~라며두 손에 폭 안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나타났다. 한 마리는 까만색인데 중간에 흰 털이 얼룩덜룩 있었고, 한 마리는 흰 털에 밝은 갈색 무늬가 있었다. 어미를 잃고 울고 있는 걸 보고 엄마와 같이 일하던 가게 직원이 데려온 거였다. 지금에 와생각해보면 어미가 어딘가에 먹이를 찾으러 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당시우리 가족 중 유일한 고양이 덕후였던 동생이 밖에 나가 있었기에, 얼른 '엄마가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키울 거야?'라고 문자를 보냈다. 얼마 후 동생은 단박에 '오케이'를 외치고는, 두 손 가득 고양이 용품을 사들고 집에 왔다. 생각 같아선 두 마리를 같이 키우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갈걸 걱정한 엄마는 까만 아이를 다른 직원의 집으로 보냈고 흰 아이만우리 집에 남게 다. (후에 까만 아이는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 보내져 새끼도낳고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지노 쿠폰예나 지금이나, 겁 많은 꽃님이



멋들어진 영어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며칠을 고심하던 우리는 결국 아빠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카지노 쿠폰'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조금 촌스럽지만 예쁜 이름이었고, 카지노 쿠폰인 그렇게우리 집 막내딸이 되었다.


그러나 그 후 몇 달 만에 동생이 교환학생으로 일본으로 가게 됐고,카지노 쿠폰인 집안에서 유일하게 백수인 보살핌을 받게 됐다. 엄마와 아빠는 일을 하러 나가고, 집에 남은 나와 카지노 쿠폰인 항상 함께였다. 잘 때도, 티비를 볼 때도, 그리고 공부를 할 때도. 내가 책상에 앉으면 스탠드 아래에 자리를 잡고움직이는 펜을 쳐다보다 손으로 툭툭 치기도 하고, 놀아달라며 노트북 위에 올라가 'ㅁㄴㅁㅇㄴㅇㄴㅁㄴㄴ'같은 이상한 문자를 치거나아예모니터를 꺼버리며 공부를 방해하기도 했. 하지만그 모든 순간, 카지노 쿠폰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 뒤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왔고, 나는 얼마 후 고시를 포기하고 취업준비를 하다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이제 꽃님이와는 몇 달에 한 번 정도만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됐지만, 오랜 간의 공백에도 카지노 쿠폰이는 나를 기억하금세 무릎으로 올라온다.얼굴과 몸을 찬찬히 쓰다듬고 있으면 골골 송을 불러주고,더 만져달라바닥을 이마툭툭 건드린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와 사랑에 빠졌고,혼자올라와직장생활을 하고양이를 키우고 싶단 생각을 했다. 꽃님이와 지내며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펫숍에 전시된 새끼 고양이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길고양이들어떻게 생겨난 건지를 알게 됐기에, 돈을 주고 사거나 분양을 받는 건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퇴근 후 컴퓨터를 켜고 유기묘 입양 공고 사이트를 들락날락했고,어느 날그곳에서 '카지노 쿠폰'라는 신비로운 예명을 가진 아이를 보게 됐다.검은색처럼 진한 갈색털에 줄무늬가 있고, 발끝은 하얀 매력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보이지 않는 사냥감과 대치하고 있는 듯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홀딱 반해버렸고, 곧 입양 신청서를 보냈다.


그런데 웬걸. 이후 연락이 온 입양 담당자분 '오로라와 같이 임보(임시보호)하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둘이 서로 너무 잘 지낸다'둘을 같이 입양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순간 몇 평 안 되는 좁은 원룸이 걱정됐지만, 그녀는 집의 크기는 상관없다며 나를 안심시키셨다. 생각해보니둘이면 내가 회사에 있을 때도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것 같았고, 결국 두 마리를 다 입양하겠다고 했다. 그 다른 아이의 이름은 '카지노 쿠폰'였다.사진을 보니 과연 카지노 쿠폰와 비슷한 외모에, 둘이딱 붙어 있는 걸 보니 마치남매 같았다.오로라만 입양했다면 사이좋은 둘을 갈라놓는 일이 됐을 텐데, 잘했단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얼마 후, 보호센터의 자원 봉사자 두 분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조그만 두 생명체와 함께.

카지노 쿠폰어딘가에 숨어있길 좋아하던 카지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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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건네준 서류엔 아이들에 대한 정보와 함께 내가 꼭 지켜야 할 것들이 빼곡히 적혀있었고, 나는 그 내용들을 모두꼼꼼히 읽고, 집을 구할 때 했던 것처럼 겹쳐진 서류에 사인을 했다. 마지막으로 책임비를 센터로 입금하고 나니 모든 게 끝났다. 내가 오로라와 울동이의 엄마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 봉사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카지노 쿠폰는 그 작은 체구로 몸의 반 만한 큰 간식 캔 한통을 혼자 다 먹어치웠고,카지노 쿠폰는 책상 밑 체중계 뒤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날 좋아할까. 걱정과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다시 생각했다.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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