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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의 정원 Apr 15. 2025

카지노 게임 바다 / 문학동네 (2020)

The old man and the sea by E. Hemingway

저자 - Ernest Hemingway, 역자 - 이인규

카지노 게임


“산티아고 할아버지.”

카지노 게임의 배를 끌어 올려놓고 해안 기슭을 올라가면서 소년이 카지노 게임에게 말했다.

“저 다시 할아버지와 함께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돈을 좀 벌었거든요.“

소년에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카지노 게임이었다.

소년은 카지노 게임을 사랑했다.

“아니다.”

카지노 게임은 말했다.

“넌 운이 좋은 배를 타고 있어. 그 사람들하고 계속 있어.”


카지노 게임을 놀리는 어부들이 많았는데, 카지노 게임은 화를 내지 않았다.

나이 든 어부들 가운데는 그를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색하지 않은 채

해류나 낚시줄을 얼마나 깊이 드리웠는지,

또는 계속되는 좋은 날씨나 바다에서 본 것들에 대해

점잖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둠 속에서 카지노 게임은 아침이 밝아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노를 저어가는 동안, 날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수면 위로 치솟는 소리와

어둠 속 저 멀리 솟구쳐 날며 빳빳이 세운 날개로 공기를 쉬쉬쉭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날치를 매우 좋아했는데, 바다에서 제일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때문이었다.


카지노 게임은 언제나 바다를 ‘라 메르(la mar)’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바다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따금 바다를 나쁘게 말하긴 하지만

그런 때도 항상 바다를 여자처럼 여기며 말했다.

카지노 게임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고, 큰 호의를 베풀어주거나 거절하는 어떤 존재로 생각했다.

만약 바다가 사납고 악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바다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었다.


무지갯빛 비누방울 같은 모습의 이 해파리들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다에서 가장 위선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은 커다란 바다거북들이 그것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면 좋아했다.


매들이 이런 새를 잡아먹으러 바다로 나오겠지.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하지만 새에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알아 들을 리 없는데다 어차피 곧 매에 대해 충분히 배우게 될 것이었다.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는 말했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카지노 게임은 바다를 건너다보고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외롭게 혼자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그는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 비친 무지갯빛 광선들과

앞으로 쭉 뻗은 낚싯줄과

묘하게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무역풍으로 인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앞을 바라보니 한떼의 물오리가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물오리들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한 줄무늬를 이루었다가 넓게 흐트러졌다가

또다시 선명한 줄무늬를 이루었다가 하면서 바다 위를 날아갔다.

카지노 게임은 바다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에 이미 수천 번이나 증명해보였다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그걸 다시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었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과거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저 물고기 녀석도 내 친구지.”

카지노 게임은 큰소리로 말했다.

“저 놈은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굉장한 물고기야.

하지만 난 놈을 죽여야 해.

별들을 죽이려고 애써야 하는 게 아니니 참 다행이야.“

만약 사람이 매일 달을 죽이려고 애써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달은 도망쳐 버리고 말겠지.

만약 사람이 매일 태양을 죽이려고 애써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태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달이 뜬 지 한참 되었지만 카지노 게임은 계속해서 잤고

물고기는 변함없이 배를 계속 끌고 갔다.

배는 구름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물고기는 죽음을 몸에 담은 채 마지막 활기를 짜내어 자신의 엄청난 길이와 넓이,

그리고 굉장한 힘과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을 한껏 드러내면서

수면 위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

물고기는 한순간 배에 탄 카지노 게임의 머리 위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물속으로 철썩 떨어지며 카지노 게임과 배 위에 물보라를 온통 뒤집어씌웠다.


카지노 게임의 정신은 이제 맑고 또렷했다.

그는 굳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지만 희망은 거의 품지 않았다.

이런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아,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그는 그 커다란 물고기를 한 번 쳐다보고는 상어가 접근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좋았을걸,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놈이 공격하는 건 못 막겠지만 놈을 죽일 수는 있을지 몰라.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카지노 게임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그래도 이렇게 되고 보니 저 물고기를 죽인 게 후회스럽군,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이제 어려운 일들이 닥쳐올 텐데 작살조차 없으니.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난 그건 죄악이라고 믿어.

죄악 같은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 그는 생각했다.

죄 말고도 지금은 문젯거리가 충분하니까.

게다가 나는 죄가 뭔지도 아는 게 없잖아.

저 물고기를 죽인 건 어쩌면 죄였는지도 몰라.

비록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그건 죄가 아닌가 싶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모든 게 다 죄가 되잖아.

죄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죽이게끔 되어 있어,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고기잡이는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일이면서 날 죽이는 일이기도 하잖아.

아냐, 날 살아가게 해주는 건 그 애야, 카지노 게임은 생각했다.

나 자신을 너무 속여선 안 되지.


“이제 다시 저랑 함께 고기 잡아요.“

“아니다. 난 운이 없는 사람이야. 난 더이상 운이 없어.”

“그놈의 운 타령 좀 그만 하세요.”

소년은 말했다.

“운이라면 제가 가져올게요.”


“네가 보고 싶었다.”



Ernest Hemingway(1899-1961)는 미국 일리노이 중 오크파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캔자스시티 스타지에서 수습기자로 일했다. 1918년 제 1차 세계대전에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으나 큰 부상을 입고 이듬 해 귀국했다. 1921년 <토론토 스타지의 파리 특파원으로 일했고, 그곳에서 스콧 핏제럴드와 에즈라 파운드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과 교유했다. 1937년 스페인 내전에 ‘북아메리카 신문연맹‘ 특파원으로 종군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1940년 전쟁문학의 걸작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출판했다. 1952년 단행본인 <카지노 게임과 바다를 출판했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61년 신경쇠약과 우울증으로 인해 엽총으로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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