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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25. 2025

심한 카지노 쿠폰

사백 예순여섯 번째 글: 만사가 귀찮네요.

결혼하기 전 22년 동안 개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가 키우셨으니 저는 개와 함께 살았다고 봐야 맞는 표현일 듯합니다. 저는 그때 한창 바쁜 학생 시절이었으니 앞뒤 돌아볼 틈이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리 바쁠 일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울 때였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못한 걸 보면 그게 그 나이 또래의 제 한계가 아니었나 싶긴 합니다.


아무튼 그때 집을 드나들 때마다 땅바닥에 네 발과 배를 붙이고 고개마저 아래에 늘어뜨린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저는 늘 녀석에게 한 마디씩 쏘아붙였습니다.

"우리 집에서 네가 제일 상팔자구나!"

맞습니다. 솔직히 카지노 쿠폰는 그 녀석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저 때가 되어 아버지가 밥을 가져다주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잠만 늘어지게 자는 모습이 그리 부러웠습니다.


개를 오래 기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개가 주인을 닮아가는 게 아니라 주인이 개를 닮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가끔 여름 한 낮이 되면 녀석이 늘 하던 행동을 흉내 내곤 했습니다. 마룻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얼굴을 바닥에 바싹 갖다 붙인 채 한참 그러고 있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카지노 쿠폰 저는 왜 개가 그런 자세를 자주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편한 자세이더군요.


지금은 개를 기르지 않지만 그 이후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을 때에는 가끔 카지노 쿠폰를 떠올리며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곤 합니다. 무목적적으로 살아가는 건 문제가 있어도 매 순간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연신 '아, 편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솔직히 지금 딱 그러고 싶은 심정입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공공도서관에도 갈 타이밍을 놓쳐 버렸고 그렇다고 집에 있기는 싫어서 결국은 뛰쳐나오고 말았는데, 결국 그렇게 해서 온 곳이 파스쿠찌입니다.


막상 와서 글을 써야지, 하며 노트북을 펼쳤지만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하더니 딱 그 짝입니다. 그 오래전에 저희 집에서 키웠던 개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그 녀석들이 제일 많이 하곤 했던 자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카지노 쿠폰 같은 때라면 그 자세가 제일 잘 어울릴 텐데 말입니다.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도 깊은 카지노 쿠폰감에 빠져드는 걸까요? 종종 글을 쓰는 게 귀찮을 때가 있긴 해도 지금처럼 이렇게, 절망감을 느낄 정도로 회의감에 젖어 본 기억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매번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감이 있건 없건 간에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 내밀기가 부끄럽긴 해도 글 같지 않은 글이라고 해도 매일 쉬지 않고 쓰고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오늘은 이자부심마저 온데간데없는 듯합니다.


카지노 쿠폰은 늘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써야 할 글이, 또 읽고 고쳐야 할 글이 산더미같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제가 이러고 있으니 이만저만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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