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백 일흔 번째 글: 역시 사람은 진화의 동물
지난주에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 왔다가 살짝 민망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재개관한 뒤에 1층 로비에 카페가 하나 생겼는데, 2년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득 마셔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핏 보니 시니어 분들이 운영하는 가게였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제 딴에는 이왕이면 연배가 있는 분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팔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카운터 앞에 섰습니다. 마침 그때는 주문하고 있던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전 별생각 없이 현금 1만 원을 들고 있었고요. 덩그러니 기계 한 대만 놓여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주문해 본 적은 없지만, 그 기계가 카지노 게임 추천라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겐 정체불명의 언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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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단말기가 익숙한 사람은 이걸로 주문하면 되고, 저처럼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현금으로 주문하면 될 거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타벅스에 가든, 파스쿠찌에 가든, 아니면 다른 어떤 매장을 가든 늘 현금으로만 주문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더러 점원들은 마치 신기한 사람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곤 했고요.
당연히 카지노 게임 추천로 주문할 생각은 없었으니, 카운터 앞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분들 중에서 누군가는 제게 뭘 주문하겠느냐고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30초쯤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고, 말조차 걸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저, 카지노 게임 추천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제 손에 든 현금 1만 원을 보신 어떤 분이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여긴 현금 주문이 안 됩니다. 저기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주문해 주세요."
그분이 손짓한 곳에 문제의 카지노 게임 추천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괜스레 민망한 생각도 들고, 하필이면 아무도 없어서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앞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고 있다면 그걸 보고 익히기라도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왜 주문을 못하느냐고요?믿을지 모르겠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를 통한 주문은 처음이거든요. 늘 현금으로만 주문을 하고 다녔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하면 하겠습니다만, 괜스레 기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버벅대는 꼴까지는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지난주는 일단 알겠다고 하며 그냥 물러섰습니다.
아침을 못 먹고 나와서 그런지 아점으로 라면밥을 하나 먹고 도서관으로 들어오다 혹시나 싶어 출입문 우측에 있는 그 카페를 봤습니다. 오, 예! 세 사람이나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하고 있더군요. 네 번째로 줄을 서서 앞사람들이 어떻게 주문하는지 꼼꼼히 지켜봤습니다. 눈으로 세 번이나 익히고 네 번째로 제가 주문을 하게 되니 실수할 리가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어려운 걸 기어이 해내고 말았습니다. 혼자서 괜스레 기쁜 마음이 들어 참 흐뭇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까지 '이거, 정말 내가 한 거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25번 손님, 카지노 게임 추천신 아이스 바닐라 라떼 나왔습니다."
기분 좋게 음료를 가지러 가다 문득 '아이스'라는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에이 설마, 하며 영수증을 봤더니 거기에도 'ice'라고 버젓이 찍혀 있었습니다. 세 번이나 보고 네 번째에 주문해서 실수가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뜨거운 음료를 주문한다는 것이 차가운 걸 카지노 게임 추천고 만 것입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일단 음료를 들고 프런트에서 물러났습니다. 음료를 들고 있는 손에 얼음의 차가운 느낌이 와닿았습니다. 한숨을 깊게 쉬면서 돌아서야 했지만, 그래도 첫 주문에 이만한 게 어디인가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번엔 꼭 실수 없이 주문해야겠습니다. 아마 다음 주문 때는 반드시 뜨거운 바닐라 라떼를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