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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r 08. 2025

이천오백 편

사백 일흔여섯 번째 글: 1/4의 목표 달성

이 글은 카지노 게임에 온 이후로 제가 작성한 이천오백한번째의 글입니다. 오늘이 3월 7일이고, 카지노 게임에 처음 들어온 날이 2023년 6월 9일이니 여기까지 오는 데 대략 1년 9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 나름의 작은 '성과'를 받아 든 이 아침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을 떨고 있어서 그런지 낯이간지럽긴 하나, 눈에 드러나는 결과를 얻었으니 오늘 하루는 그런 표현을 감히 써 보려 합니다.


카지노 게임에서 21개월동안 머물렀습니다. 그 기간에 2500편의글을 썼고요. 평균적으로 매월 119편의 글을 썼습니다. 이 계산이 정확하다면 하루에 네 편씩 쓴 셈입니다.써 보니 그렇습니다. 실제로 하루에 한 편이라도 꼬박꼬박 쓴다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네 편이나 써야 했으니 그것보다 조금 더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글을 썼는지 안 썼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중 남는 시간엔 대체로 글을 썼습니다. 아니 아무리 작은 틈새 시간이 생겨도 그 시간을 반드시 붙들었습니다. 10분 혹은 15분 만에 한 편의 글을 쓸 수는 없지만, 그런 시간이 서너 번 정도 모이면 충분히 한 편을 쓸 수 있었으니까요. 글의 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지만, 어쨌건 간에잘한 건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글의 길이나 질을 떠나 그만큼의 글을 쓴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처음부터 저의 방향은 다작이었습니다. 방문자의 수가 얼마가 됐든 구독자가 몇 명이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라이킷이 몇 개가 되든 또 댓글이 있든 없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진득하게 눌어붙어 앉아 글을 썼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보면 마치글을 못써서 환장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글만 썼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편의 글을 쓸 때마다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오히려 때로는 너무 쉽게 써져서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펼치면 언제 어디에서든 글감이 떠올랐습니다. 늘 그랬듯 생각이 잘 안 나는 날도 5분 내에 글감을 찾곤 했습니다. 그건 어쩌면 최단 시간 내에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겠다며 버틴 제 고집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막상 글을 쓰기 전의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제겐 충분한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습관이 되었을 즈음엔 저조차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써 내려갈수 있었고요.


맞습니다. 글감만 떠올리고 나면 나머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풀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심오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지식을 자랑하는 글도 쓰지 않았고요. 신변잡기 위주로쓰다 보니, 마치 매일매일일기를 적어 내려가듯 글을 써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글은 그 어느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의 길이도 한 번만에 읽기에 딱 맞고요. 길이 같은 경우 저도 꽤 고민한 부분입니다. 다만 다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자연스레 길이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타고난 복입니다. 읽을 때 눈에 쏙 들어오고, 글의 전체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그렇듯 글을 잘 쓰면 좋겠으나, 심지어 저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일단은 밀쳐 두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믿었습니다. 쓰다가 쓰다가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쓰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말입니다. 딱 1만 편까지만 써 보자. 어쩌면 이것이 제 글쓰기의 최종 목표인지도 모릅니다. 왜 1만 편이어야 하냐고 누군가가 제게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딱히 이렇다 할 이유는 없습니다. 1천 편만 쓰기엔 너무 적은 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5천 편을 거론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어중간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해서 설정된 목표치가 1만 편의 글입니다. 그 정도 쓰면 무슨 식으로든 모종의 성취물이 생길 거라고 믿었습니다.만약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하다못해 지금보다 더 원활하게 글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4분의 1까지 왔습니다. 남은 4분의 3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지금까지 그랬듯 지치지 않고 이 길을 묵묵히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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