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카지노 쿠폰 세우고 말테야!
쟈스민, 하트 엉덩이, 언년이, 선샤인, 컵케익, 그리고 또 다른 나의 별명을 소개하자면 20년 전 기억으로 거슬러 올가 간다.
내가 조지아주에서 대학원생이었을 때 카지노 쿠폰 시리즈가 유행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한국에서 유행을 하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미국 유학생들에게 전해졌었다.
그날도 한국 학생들이 모여 있었는데 미키와 준,학교에서 유명했던 커플 중 준이 요즘 유행하는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키와 준은지금 당장 데뷔를 했어도 무색할 만한 연예인 외모, 몸짱에 스윗하기가 벌꿀 저리 가라일 정도로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몇 년 후 그들이 헤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었지만…
준이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카지노 쿠폰 개그 왕자병이 나왔대요!
나는 ‘엥? 카지노 쿠폰 개그 그건 또 뭐야? 들어나보자.’ 했다.
조금 뜸을 들이더니 준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카지노 쿠폰이 귀 팠대요! 푸하하
준의 웃음과는 달리 반응은 싸했다. 다들, 허무 개그로 귀를 버렸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이 개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기심이 많아 늘 손해를 보는 나는 또 이렇게 질문을 했다.
그게 무슨 왕자병이야? 귀팠는데 그게 왜 왕자병이야?
순간 당황해하는 준을 뒤로하고 모두들 폭소를 터뜨렸다. 선배 오빠는 배를 잡으며 쓰러지는 것이다.
우와! 쟈스민! 여기 살아있는 카지노 쿠폰이 있었네! 너 완전 카지노 쿠폰이다!!
누나, 왕자병 아니고, 완.결.편이라구요!
허걱, 완결 편을 나는 왕자병으로 들은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살아있는 전설의 카지노 쿠폰으로 불리게 되었다. 내 수많은 별명 중 오점을 남기는 별명이었다.
나는 늘 이런 식이 었다. 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도 간다고 했던가? 이 공식이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왜냐고? 궁금한 게 너무 많으니까. 늘 질문을 해서 망신을 당하거나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외계인 취급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차원, 오차원, 허당으로 분류되기가 일쑤였다.
남편은 내가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때 집중하지 않고 공상을 해서 아마 그런 거라고 했다.
아닌데, 나 집중 잘하는데.. 아니 아주 가끔 얘기가 길어질 때 나 오늘 저녁에 뭐 해야 되더라 하고 잠시 딴생각을 할 때는 있지만.. (이것도 유전인지,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담임 선생님이 아들이 창조력이 넘치는데 다만 수업시간에 공상의 나래를 펴는 것 같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나는 늘 사람들에게 제가 가는 귀가 먹어서요. 하곤 했었는데…
작년,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했었는데 충격적인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호사 왈,
오른쪽이 잘 안들리시죠?
'
네? 제가 잘 안 들리나요?
늘 우스개소리로 제가 좀 카지노 쿠폰이라서요, 가는 귀가 먹어서요. 했었는데 내가 정말 귀가 안 들리는 거였다고?
나는 엄마의 발 빠른 대처로 동네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그런데,예약을 받지 않아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에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는 요즘 흔치 않은 아날로그 방식을 쓰는 3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이비인후과를 갈 수 있었다. 미국은 병원 한번 가려면 예약을 몇 달 전에나 잡아야 하는데, 한국은 당일날 병원에 갈 수도 있으니 한국에 가면 가능한 모든 병원은 다 들리려고 한다.
동네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이 이비인후과는 의사 선생님, 직원 모두 여자분이었는데 앞에 ‘여자들만 일한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사인이 인상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마도 60대 중반쯤 되는 준 할머니 선생님이었는데 환자에게 소요하는 시간이 한 시간이 넘을 정도였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이렇게 환자에게 꼼꼼히 정성을 들여서 진료하신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우리 미국 촌놈 가족 셋은 미국에서는 가본 적이 없는 이비인후과에 모두 진료를 받게 되었다.
먼저 피아노를 치는 아들 녀석은 귀가 너무 민감하고 밝아서 우리 집 강아지들 무스, 앨리보다 먼저 아빠가 오는 소리를 아는데, 코가 이상하다는데 미국 이비인후과는 그냥 알러지라고 알러지 약만 처방해 줄 뿐이었다. 귀도 뭔가 이상하다고 검사를 했는데 청력도 정상이라고 했었다.
아들은 이곳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하고 기다리는 데 청력검사를 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함께 기다리고 계셨다. 의사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는 방문자들 앞에 서시면서 모두들 들어오라고 했다. 아마 일곱, 여덟 명 정도였던 것 같다. 선생님께선 검사 결과를 발표하신다고 하시면서 아들 이름을 호명하셨다. 성적이 1등이라고 하셨다. 나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제치고 청력 테스트 1등을 한 게 그리 자랑스러울 일인가 싶어 좀 무안해지기도 했다.
선생님은 아들이 성적이 1등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미 청력 부분에서 손상이 시작되었다고 하셨다. 절대로 이어폰을 쓰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아들에게 안 쓸 것을 약속받으셨다. 아들은 그 와중에 “선생님, 혹시 해드폰은 괜찮나요?” 하고 질문했다가 그것도 안 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들이 고막에 닫기까지 뭔가 걸러지는 방어막이 있어야 하는데 이어폰이나 해드폰은 강제로 그 과정을 걸러서 귀에 바로 소리가 전해지니까 귀가 손상이 된다고 설명을 해주셨다.
라디오 방송 중에는 이어폰을 꼭 껴야 하는 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함께 하루 종일 해드폰을 쓰고 계신 방송국 피디님이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랑 남편도 귀를 검사했는데 내 청력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내 오른쪽 고막이 누워 있다는 것이다. 남편과 아들의 고막과는 달리 내 고막은 뭐가 그렇게 피곤하고 지쳤는지 누워 있는 거였다. 그런데, 이 카지노 쿠폰 일으켜 세울 수가 있다고 하셨다.
아들과 남편을 뒤로하고 나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는 밀실 같은 곳에 간호사와 단 둘이 들어갔다. 간호사는 나에게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게 소리치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뭘 외쳐요?
“카지노 쿠폰”를 외치면 된다고 하셨다.
간호사분과 나 이렇게 둘이서 갇힌 공간에 나는 그녀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하악교!” 카지노 쿠폰 외쳤다. 50번, 100번 정도를 외쳤던 것 같다.
젖 먹던 힘까지 몰아와 “학교”를 부르는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래도 밀실에 갇혀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이 모습을 간호사님만 보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카지노 쿠폰 100번 외치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밀실을 나왔는데..
아들 왈,
엄마, 카지노 쿠폰 왜 자꾸 외쳐?
엥? 소리가 들렸어??
응! 엄마가 계속 카지노 쿠폰! 하고 외치던데?
아이코, 귀가 소머즈인 아들은 다 듣고 있었구나.
너무 부끄러웠던 나는 빨리 이비인후과를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이 고막이 그렇게 쉽게 한 번만에 일으켜지는 게 아니라는 의사 선생님의 야속한 말씀을 뒤로하고, 우리의 한국 방문 일정은 열흘이 채 되지 않았기에, 내년에 카지노 쿠폰 조금 더 일으켜 세우는 걸로 하고 나는 아쉽게 이비인후과 문을 나섰다.
학교를 얼마나 외쳐야 내 지친 카지노 쿠폰은 일어날까? 천 번, 만 번?
그만큼 학교를 외쳐서 내 누워 있는 카지노 쿠폰이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외칠 텐데…
올여름 한국행 티켓을 사둔 나는 이번엔 카지노 쿠폰의 오명을 떨어내고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