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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미안 May 15. 2020

카지노 게임 단상 (斷想)

여느날과다름없는평범한카지노 게임이었다. 확실히열번은갔을고깃집에서매일보는사람들과밥을먹고술을마시는, 특별할것없이익숙한저녁식사자리. 장소가아쉽긴했지만, 어쩔수없는일이다. 거의100명이나되는인원을수용할수있는고깃집이흔한건아니기때문이다. 애초에맛이나분위기같은건카지노 게임에서그리중요한요소가못된다. 나는무릇카지노 게임이라면장소가어디가됐건그저빨리먹고빨리집에돌아가는것이더중요하다고생각하는편이다. 맛있는음식, 즐거운분위기는가족이나친구들과함께할때찾는게맞다.

이번카지노 게임은사실얼마뒤있을설문조사때문이라는이야기가있었다. '조직문화진단'이라고불리는설문조사다. 조직의문화가어떻고, 리더가어떻고하는류의뻔한설문조사인데, 임원들은아무래도결과에예민한모양이다. 고기랑술을사주면, 안좋게주었을점수를좋게줄것이라고생각한걸까. 정말이라면유치한일이다. 하지만여긴회사니까, 그렇게생각하는사람한둘쯤있는것이이상한일도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 그러고보니, 내주위그간의설움과불만을설문으로모두토해내겠다며벼르는이가한둘이아니었다. 나는카지노 게임전일찌감치설문조사를끝내버린참이었지만, 카지노 게임이끝난뒤의설문결과가어떨지궁금했다. 그렇게최악의결과는아닐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분명어떤사람들은오늘먹은술과고기를떠올리며밥값을낸리더에게과연몇점이나주어야할지고민하게될것이다. 사람이란원래, 주기전에받은걸먼저떠올리게되는존재니까. 그리고또누군가는여러분모두잘하고있다고, 우리한번힘내서이겨내자는말이주는묘한기대감을믿으며중간이상의점수를주게될것이다. 도대체무얼이겨내야한다는건지알길없지만, 원래과거는미화되고나쁜기억은가장최근의기억으로덮어지기마련이니까. 그전의속상했던일들따위, 카지노 게임날먹고마시는고기와술이그렇듯결국엔소화되어버릴것이다. 카지노 게임의이유따위상관없게될것이다.

그날은정말평범한카지노 게임날이었다. 정년을채우고은퇴하는선배의인사말을듣기전까지는그랬다. 열심히달려왔던길의끝에서있는사람의담백한인사말이었다. 감사하다고그랬던가, 고맙다고그랬던가. 도대체무엇이, 또누구에게감사하단말이었을까를생각하다그만두었다. 마치밥한번먹자는말이그렇듯그냥의례적으로하는말일수도있겠다는생각이들었기때문이었다. 그가건넨말은오래기억하지못할만큼짧고간결했다. 그런데도이상하리만치그장면만큼은오래도록기억나는것이었다. 취한사람과취하지않은사람이섞여있던, 그를아는사람보다모르는사람이많았을그어수선했던분위기. 희미했지만강렬했고, 익숙했지만신선했던그장면때문에나는조금또생각이많아지고말았다.

그에게는오늘카지노 게임이아마마지막일테다. 내가태어난87년에입사했다고했으니딱내나이만큼인33년을일한셈이다. 내가살아온날만큼의시간이정리되는순간의기분을나는짐작하기어려웠지만, 그렇게바라본그의표정은술에취해서였는지어색하지않게밝았고, 아쉽다기보단오히려후련해보였다. 그저나이든남자가지니고있을법한자연스러운얼굴이었다. 이전에몇이나있던, 퇴직명을받고도망치듯회사를떠난임원들과는분명다른얼굴이었다. 그가부장이었는지차장이었는지는기억나지않지만, 어쨌든임원은아니었던것으로기억한다. 나는테이블에서다른선배들과함께, 임원진급을하지못했으니직장인으로서성공한삶은아닐것이라는이야기를나누었다. 꼭임원이되지않아도괜찮은인생이라는말을변명처럼덧붙였다. 33년간의직장생활을평가할수있는수단이고작직급뿐이라니조금서운한마음이들었지만, 평범한직장인에게그말고다른성적표가있는지는생각나지않았다. 퇴직하는사람을위해준비된설문조사같은건없으니말이다.

그러니까카지노 게임중내가앞으로의내모습을떠올린건할수없이자연스러운일이었다. 그건이제막출발선을벗어나뛰기시작한나의시간과목적지의끝에이르러속도를늦추는그의시간, 그사이를상상해보는일이었다. 어떤신나는일이나설렐만한일도떠오르지않았다. 나는아마큰일이일어나지않는한계속일을하게될것이다. 그리고그렇게계속카지노 게임원으로불리다가정년퇴직을하게될것이다. 직장생활이술술잘풀린다면꽤높은자리까지올라갈수도있겠다. 스트레스는더받겠지만, 그만큼돈도더벌게될것이다. 하지만정말그거면된걸까. 나는요즘계속일을한다는건고마우면서도무서운일이라고생각하게되었다. 먹고살수있으니고맙고, 비슷한삶을계속해서살아내야하기때문에무섭다. 무겁게일어나열심히일하고집으로돌아가는삶. 한해가넘어갈때, 올해는휴일이얼마나있는지또무슨요일인지를가장먼저살펴보는삶은우울하고서글프다.

벌써나는일한지7년이되었다. 정년이60세니까거꾸로계산해보면, 약30년을더회사에서일해야하는셈이다. 얼마전본영화올드보이에서최민식은15년을갇혀있다풀려나며, 만약자신이15년이나갇혀있을거란사실을알았다면버티기쉬웠을까라고스스로에게물었다. 잡혀들어간날, 제발언제까지갇혀있어야하는지알려달라고빌던그였다. 기껏해야두달세달을예상했기에, 풀려날날을알기만한다면버틸수있을거라생각했을것이다. 나는갇혀있는것은아니지만, 하루중몇몇시간은버텨내야할만큼일이힘들다. 매일은아니지만, 때로감옥같다고느끼는순간이얼마쯤은있다. 그렇다면나는앞으로내가일하게될대략의기간을알게되었으니버티기한결수월해진걸까. 하지만나는목적지가정해져있는경주를뛰는일이왠지두렵다. 빨리뛰어가면끝나는기록경쟁이아니라정해진기간, 그아득한시간을오래도록지치지않고뛰어야하기때문이다. 앞으로발걸음도어깨도점점무거워질것이다. 같은일을해도편해지기보단버겁게느껴질것이다. 그럼에도나는마치이름모를선배가그랬던것처럼후련하고개운한기분으로카지노 게임원들의목적지에서있는날을상상한다. 어떤결과를손에들고있게될지는상관없을것이다. 그리고다가올마지막카지노 게임때는이렇게말하는것이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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