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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곰 Mar 30. 2025

J들의 P스러운 카지노 게임

계획 없이도 충분히 좋았던 시간

“카지노 게임 바다 보러 가자!”


“언제?”


“이번 주말에.”


“그래!”


그렇게 시작되었다.


단지 바다 보러 가고 싶다는 내 말에 남편은 스케줄을 정리하고 시간을 내주었고, 카지노 게임지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예쁜 바다를 볼 수 있는 안면도로 정해졌다.


숙소를 예약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 며칠 여유가 있었지만 둘 다 시간이 없었다. 떠나기로 한 날은 토요일. 금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시간이 났다.


“근데 카지노 게임 내일 몇 시에 출발해? 뭐 먹어? 어디 들르지?”


"글쎄, 나 그거 알아볼 시간이 없었어."


“삼봉 해수욕장 괜찮대. 그거 말고는 나도 알아본 게 하나도 없는데.”


카지노 게임는 마주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카지노 게임 둘 다 완전 계획형인데, 이런 즉흥적인 카지노 게임이 괜찮을까? 모르겠다. 이미 늦었는데 뭐. 다음은 뒤늦은 J들의 어딘가 허술한 계획이라고 불러도 될지 헛갈리는 계획들:


1. 너무 늦게 출발하면 차가 막힐까 봐 아침에 출발하기로 함.

2. 아침에 출발했으니 아침에 여는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기로 함.

3. 가장 아래에서 위로 점점 올라오는 코스가 편할 테니 지도상 아래에 있고 검색해서 자주 등장했던 “꽃지 해수욕장”을 먼저 가기로 함.


그렇게 “아침 7시”에 출발해서 구경을 하고 “아침 9시부터 여는 식당”에 들러 깔끔한 국물에 순하고 따뜻한 흑두부 버섯지리를 맛있게 먹고, “꽃지 해수욕장”을 산책했다.



다음 계획은 서산 추억카지노 게임이었다. 갑자기? 그렇다. 나는 3년 전 퇴직을 하기 전까지 서산에 있는 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을 했었다. 카지노 게임가 맛있게 먹었던 그야말로 회가 그릇 전체를 다 덮고 있는 회덮밥집, 종종 갔던 고양이가 있는 카페, 마음이 답답할 때면 드라이브 삼아 가서 물수제비를 뜨며 놀곤 했던 바닷가가 그대로 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세 곳을 다 들러 보았고,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맛있었던 회덮밥집과 고양이는 없어졌지만 그 자리 그 느낌 그대로 있던 카페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더 알려졌는지 주변에 가게들이 조금 생긴 -예전엔 정말 가게도 한 두 개, 가 보면 사람들도 한두 명 밖에 없는 외진 곳이었다- 바닷가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어 남겼다. 언제 또 오겠냐 하면서. 변한 모습도 그대로 또 시간의 흐름이 느껴져서 나쁘지 않았다. 이제 예전 모습들은 우리끼리 기억하면 되니까. 그리고 벌천포에서는 밀가루 빵도 만들지만 일부 빵은 쌀가루 100%를 사용해 만드는 “동네제과점”이란 빵집이 생겨 있었다. 밀가루를 소화 못 시키는 내게는 '이게 웬일이냐' 싶어 당장 끌리듯 들어가 홀린 듯이 빵을 사서 나왔다. -집에 와서 택배 주문도 했다. 순쌀로 만든 소금빵과 휘낭시에가 커피와 정말 잘 어울렸다!-



또 한 번 '계획형 카지노 게임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구나.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없구나. 이게 되네' 서로 그런 얘기를 하며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하나로마트. 이제 간단한 안주거리와 술을 사서 숙소에 가 쉬기로 했다. 오늘의 무계획 속 계획 카지노 게임은 이미 충분히 알찼으니까. “서해밤바다”라는 술이 있어 이번 카지노 게임에 잘 어울리겠다 싶어 골랐고, 각자 컵라면 -밀가루를 소화 못 시키는 나는 쌀국수, 남편은 신라면- 을 하나씩 샀다. 어차피 우린 흉내만 낼뿐 술은 둘 다 두 세 잔이면 끝인 데다 컵라면은 이럴 때가 아니면 먹을 기회가 없어 우리에게 이건 일탈 같은 거라 이 자체로 그냥 신났다. “서해밤바다”는 그냥 이름이 다 했다. 술맛은 모르지만 서해의 밤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남편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데에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도 같은 마음이라도 했다. 별 것 아닌 것에 “나 지금 참 기분이 좋아. 너랑 보내는 이 시간이.”라고 말하면 나 역시 같은 마음이라고 예쁘게 웃으며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랑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잠자리엔 일찍 들었지만 새벽 내 뒤척였다. 불면증 탓이 크긴 하지만 집이 아니어서 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깨서 전날 “동네제과점”에서 사 온 쌀소금빵과 쌀휘낭시에를 먹었다. 블루베리소금빵은 블루베리 맛이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한 데다 소금이 적절하게 간을 해 주어 맞춤 맞은 맛이었다. 다양한 맛의 휘낭시에 중 라즈베리쵸코크럼블과 메이플호두피칸 그리고 말차쵸코마카다미아 맛이 특히 내 취향이었다. -사실 다 맛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그냥 다 맛있는 맛 아닌가 - 배가 부르니 새벽 내내 오지 않던 잠이 슬며시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깐 졸고 일어나 짐 정리를 하고, 유일하게 미리 알아보고 왔던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 “삼봉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마음이 가벼웠다. 편안하고 산뜻했다.-샤워는 집에 가서 했는데 왜 때문인지- 그냥 좋았다. 삼봉 해수욕장에서도 아직 시즌이 아니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닷물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고,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바다 위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 그리고 해변을 마주하고 제법 빽빽하게 늘어선 소나무 숲까지. 이 귀한 자연을 마치 카지노 게임만 잠시 빌리기라도 한 듯이 마음껏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카지노 게임이 될 것 같다. 다음에 또 이런 카지노 게임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마음 가는 대로 함께해 준 그에게 점심 요리와 설거지 해방권을 선물했다. 언제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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