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카지노 쿠폰은 위로다』
『카지노 쿠폰은 위로다』.
제목부터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지치고 힘든 날, 그림 한 장에 큰 위로를 받은 경험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림을 전공했거나, 어려운 그림들을 다 해석하며 읽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꼭 작품을 다 제대로 이해해야만 그 작품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되지 않거나 와 닿지 않고 어려운 작품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럴 때는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된다. 카지노 쿠폰을 볼 때는 누구에게나 추측이 허락되기 때문이다. (p9)
저자의 말처럼, 카지노 쿠폰을 다 이해해야만 그 작품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해석과 추측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카지노 쿠폰을 보는 방법 중 하나라 오히려 더 자유롭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은 사람은 자꾸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은 늘 그리운 것처럼 좋은 카지노 쿠폰은 계속 생각난다. (중략) 나만의 의지와 나만의 감성대로 카지노 쿠폰을 보는 것은 나를 더 능동적으로 살게 해 주었다. 시시때때로 뒤통수치는 일들로 괴로운 우리의 인생에 힘들 때마다 카지노 쿠폰에 기대고, 명화라고 생각하는 작품 두서너 점쯤은 비상약처럼 지니고 살자. (p27)
명화를 비상약에 비유한 것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내게도 그런 비상약이 있다. 모네의 카지노 쿠폰이다. 모네의 <La Promenade sur la falaise à Pourville (Cliff Walk at Pourville), 우리나라에선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다양한 색감의 꽃들이 피어있는 절벽 위를 두 명의 여성이 산책을 하고 있고, 그 절벽 아래로는 푸른 바다가 위로는 하늘이 따뜻한 색감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에는 여유로움과 따뜻함, 고요함과 생동감, 충분한 푸른빛과 동시에 다양한 색채가 모두 느껴져서 좋다. 저자는 계절에 관계없이 자주 마음을 스치는 자신 만의 명화로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Almond Blossom)를 소개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고흐는 비판조차 고마울 정도로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죽을 때 즈음과 죽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그의 인생을 사람들은 모두 비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카지노 쿠폰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평온했던 고흐를 떠올릴 수 있다. (p79)
이 카지노 쿠폰은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동생 테오 부부를 위해 그린 작품이다. (중략) 아름답고 평온한 하늘빛 배경 속에서 꿈틀거리면서도 튼튼하게 자라나는 아몬드 나무를 그리며 어쩌면 고흐는 자신에게는 영원히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갈망했을지도 모른다. 몸은 아프지만 힘든 마음을 다스리며 조카를 위해 이 아름다운 카지노 쿠폰을 그렸을 것이다. (p79-80)
그 외에도 저자는 "PART 1 누구나 카지노 쿠폰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PART 2 나는 오늘도 앤디 워홀의 구두를 신는다, PART 3 내 인생의 멘토 화가들, PART 4 명화에서 인생을 배우다"의 총 네 가지 PART로 책을 구성하여 다양한 작가와 그들의 카지노 쿠폰들을 자신만의 이야기와 엮어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수많은 작품들 중 특별히 한 작가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 본명: Anna Mary Robertson, 1860-1961)로 알려진 미국 작가의 작품이다. 지금은 내가 프린트된 카지노 쿠폰들을 사서 집에 걸어놓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서이다. 70대에 처음 카지노 쿠폰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랜마 모지스의 카지노 쿠폰에는 평온한 일상이 담겨있다.
<바느질 모임이라는 작품을 보자. 단 한 사람도 같은 포즈가 없다. 식탁 밑에 숨은 강아지, 인형을 자신의 몸 뒤에 숨긴 어린아이까지 카지노 쿠폰 속 모든 사람들의 대화가 들리는 기분이다. (p296)
우연히 발견된 재능에, 꾸준함의 시간이 쌓이면 그 어떤 재능보다 애잔하게 아름답다. (p297)
저자는 이 이야기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한 부분을 읽으며 끝을 맺는다. 이 시에서와 같이 삶은 우리가 하늘로 돌아가기 전 이 세상에서의 유한한 소풍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래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전문이다.
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출처: 천상병, 「귀천」, 『귀천』, 살림출판사, 1989.
이 시를 읊어주며, 그랜마 모지스의 삶과 마흔 이후에 새로운 직업이나 꿈을 찾은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예시로 들며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하나였다. 자신의 삶이 어떤 것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으니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라는 말.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그림 이야기 만으로도 가만가만 우리 곁에 매력 있게 다가오지만,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소리가 있다.
그림을 좋아하고 또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갈 것이다. 거기에 더해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무언가 다시 시작하기에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언제나 그 길이 열려 있음을 말하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참조: 이소영, 『카지노 쿠폰은 위로다』, |주|홍익출판사, 2015.
대문사진 출처: 교보문고 도서 페이지 / 『그림은 위로다』(|주|홍익출판사), 바느질 모임 (1950) by Grandma Moses
참조 이미지
1) Claude Monet, Cliff Walk at Pourville, 1882.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 artic.edu
2) Vincent van Gogh, Almond Blossom, 1890. Van Gogh Museum, Amsterdam | vangoghmuseum.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