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올까?
일기 2025. 4. 24 (목) 봄날. 꽃 구경 못감.
하루 중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글쓰기이다. 단 하나의 문장도 완성 못해도 상관없다. 쓰는 시간을 잠시라도 내야만 한다. 십 분…, 아니 단 일 분이라도 좋다. 하루 중 적어도 한 순간만큼은 백지(혹은 모니터)를 마주하고 진지하게 문장을 탐색해야 하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슬기로울 작가 생활]이란 그렇게 고뇌 속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읽는 것도 훈련이고, 플롯과 인물을 구상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체계적인 접근법이다. 하지만 쓰기 그 자체를 등한시한다면 허울뿐인 작가인 셈이다. 글 쓰는 시간을 하루 중 잠시라도 내지 못한다면 작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문장이라도 애써 적어내는 습관이야말로 작가가 지녀야 할 품성이고 매너이고 전략이다.
이때 “단 하나의 문장”은 아무 문장이라도 일단 쓰고 보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구상하는 작품을 관통하는 문장이어야만 한다. 작품에 들어갈 문장이 아니라면 백 개의 유려한 문장을 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소설가가 하루 중 잠시 시간을 내어 고민하는 문장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시인이 하루 중 잠시 시간을 내어 고민하는 시구는 자신이 짓고자 하는 시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쓰기를 통해 플롯과 인물을 디테일하게 구상하게 된다.
쓰기를 통해 자료조사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산책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백지를 마주하며 문장을 고민하고 줄거리를 짜내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가진 뒤에 산책하러 나가야 한다. 그러면 책상에 앉아 있을 때의 고민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전환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쓰는 시간을 전혀 갖지 않고 무작정 산책에 나선다면 이것저것 막연한 뜬구름만 머릿속에 떠돌다 말게 된다.
나는 이걸 왜 이제 깨닫는 것일까.
오늘 읽은 문장 중에서 발췌
지금부터 300년 동안 여러분의 생일에 축하를 받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일기를 쓰는 것이다. 다만 여러분에게 자신의 천재성을 사적인 책 속에 가두어 두는 용기와, 무덤 속에 들어 가서야 얻게 될 명성을 고소해 하는 유머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일기를 쓰는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는 자신만을 위해 쓰거나. 아니면 모든 비밀을 안전하게 들을 수 있고 모든 동기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아주 먼 후대를 위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상에 대해서는 가식이나 절제가 필요 없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성실성, 세부적인 내용, 방대한 분량이다. 펜을 움직이는 솜씨는 저절로 생기며, 뛰어난 재기는 필요하지 않다. 천재성은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하는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단호하게 처리한다면, 후대의 사람들은 여러분을 유명한 사건들로 보도하거나 우리나라의 으뜸가는 여인들과 동침한 위인들처럼 여길 것이다.
ㅡ 버지니아 울프 『보통의 독자』 중에서
[나의 단상]
가식이나 절제가 필요 없는 일기는 브런치가 아니라 서랍 속에 간직해야 한다.
훗날 누군가 알아서 출판할 것이다. 아마도.
물론 유명해지면.
… 글을 쓰는 참된 방법은 번역하듯 글을 쓰는 것이지요. 우리는 외국어로 쓰인 텍스트를 번역할 때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잖아요. 오히려 고심하며 아무 첨언도 하지 않으려 애쓰지요. 글로 적히지 않은 텍스트도 바로 그런 식으로 번역해야 카지노 게임 추천 거예요.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중에서
- 데보라 넬슨, 『터프 이너프』(책세상, 2019)에서 재인용
[나의 단상]
글로 적히지 않은 텍스트, 즉 사색을 번역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 글쓰기라는 뜻인가?
시몬 베유의 신비주의는 번역하듯 쓴 문장에서 나온 거군.
그러니 나의번역 투 문장도 꼭 나쁜 건 아니다.
너무 매끄럽고 너무 부드러운 문장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왠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