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90년대 청소기
우리가 벌써 2년째 살고 있는유럽집은 풀옵션이다. 그 풀옵션 중에는 요 90년대 청소기도 포함이었다. 작고 편한 무선 청소기에 익숙한 한국인인 우리는 잠깐 흠칫했지만, 다행히 호주에 반년 살 때도 이 비슷한 걸 썼기에 익숙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2년째 사용 중인 지금도, 나는 저것의 무게가 여전히버겁다.
집 안까지도냉기가 조금 들어오는 한겨울일지라도, 청소기를 돌릴 때면 땀을 흘릴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코드를 꼽고 기나긴 막대 부분을 두 손으로 꽉 잡고는 낑낑대며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몸통은 막대를 확 당겨서 가까이 가져오며. 현관에서부터 부엌에 도착할 때면 사선으로 구부린 허리가 아파온다. 그러면 잠깐 몸을 바로 세우고 숨을 돌린 후 다시 거실과 방을 돌린다. 그러면 끝난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운동을 한 것처럼.
하지만 같은 집에서, 같은 청소기를 다루는 카지노 쿠폰은 나와 다르다.
주말 중 하루는 같이 청소를 한다. 카지노 쿠폰의 설거지가 영 시원찮은 나는 늘 부엌 청소를 자처하고, 그럼 카지노 쿠폰은 자동으로 나머지를 맡게 된다. 대게 설거지가 끝날 무렵, 존재감만큼 요란한 청소기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고무장갑을 벗고, 키친타월로 싱크대 주위를 슥슥 닦은 후 나는 카지노 쿠폰을 찾아 나선다. 소리를 따라가면 카지노 쿠폰을 마주치는데, 나는 그 모습이 설렌다.
카지노 쿠폰은 한 손으로 막대를 잡아 슥슥 민다. 다른 손으로는 저 뚱뚱한 본체를 가볍게 올려 잡고서. 나는 두 손, 두 다리 온 힘을 써가면서 다루는 청소기를, 카지노 쿠폰은 너무도 쉽게 다루고 있었다. 한 번은 물어봤다. "안 무거워? 그거 몸통 왜 들고 다녀." 그러자 카지노 쿠폰은 답했다. "응? 이게 더 편해서." 나는 갸웃했다. "무겁잖아."카지노 쿠폰은 나를 보고 되물었다. "무거워? 넌 몸이 작아서 그렇지. 쪼끄매서."
남자. 힘이 센 남자. 투박한 청소기 까짓 거 대충 한 손에 들고 집 안 곳곳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남자. 몸이 굵고 팔이 두꺼운 남자. 아무리 방실방실 웃고 리트리버처럼 살랑살랑 대도 카지노 쿠폰은 역시 남자였다. 카지노 쿠폰은 헬스장에 다녀오면 항상 펌핑된 팔 불끈 근육을 보여주곤 하는데, 나는 그것에는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청소기는 설렌다.
참, 의외의 포인트에서 설레는 게 결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