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년은 끊임없이 냉장고를 채우고 비워내길 반복하는 시간이었다. 매일 도시락을 싸고 1주일 내내 집밥을 먹으며 아침 먹으면 점심, 점심 먹으면 저녁 걱정을 했다. 하루 걸러한 번 꼴로 장을 보며 "오늘 뭐 먹지?" 머리를 쥐어뜯다 보면반짝반짝 빛나던 미지의 외국살이는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한국서는 주로 누워서 장을 봤다. 그런데 여기 뉴질랜드에서는 온라인 쇼핑은커녕 구멍가게만 갈래도 차를 끌고 가야 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낭비되는 시간과 돈이 없도록 꼼꼼하게 쇼핑목록을 짰다. 물가는 장바구니로만 따지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품목별로 어떤 건 한국이 더 싸고 어떤 건 더 비싼 정도다. 그럼에도 급식 없이매일 도시락을 싸야 하는 우리 집의 엥겔지수는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카드를 돌려 막듯 마트를돌려막았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트를 유랑했다.
보면 마트도 사람처럼 성격이 있다. 가격에 민감한 친구,늘 다정한 동네 친구, 새침하고 깔끔한 친구.. 나는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친구를 골라 만났다.그중Pak'n save는 내가 가장 애용하는 마트로 무엇보다 착한 가격이 강점이다.창고형 매장이라 물건이 많고 저렴했다. 자체 주유소도 있어 장본김에주유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영수증에 붙어있는 할인쿠폰까지 적용하면 인근에서 제일 싼 가격이다.마트에 다녀온 날은 기운이 빠져 손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마음대로 라면데이를 만들어Pak'n save 가는 날은 라면 먹는 날이라는 규칙을 정했다. 아이들이 라면을 끓이는 내 뒤에바짝 붙어 물개박수를 쳤다. 모두가 행복해진다.
급하게 뭔가 필요할 땐 countdown (현 wolworths)에 간다. 가격은 중간 대이지만 슈퍼마켓 느낌이라 좀 더 만만하다. 위치도 시내가 아닌 주택가에 있어 작정하고 나가야 하는Pak'n save와는 다르게 접근성이 좋았다.입구에 프리과일을 먹으며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들이 내게서불량한 식품들을 얻어내기 위해 애를 쓰던 모습과자주 들르던마트 옆 가게들이 떠오른다. 왜인지 카레보다 라씨가 더 맛있던 인도음식점, 할머들로 붐비던 천장 낮은 카페, 가끔은 도미노 피자에서 싸구려 피자를 사 와 맞은편 공원에 앉아 먹었다. 그럴때면 이 지긋지긋한 장보기도 조금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Newworld는 오와 열을 맞춘 진열이 특징인 고급 마트다. 입구에서부터 색깔별로 늘어선 채소들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당연히 가격은 비싸다. 똑같은 물건도 여기서는 1.3배 이상 가격이 높다. 하지만 고기만큼은 질이 좋아서 아끼지 않고돈을 썼다. 내게 아이들에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었다. 허겁지겁 등심을 구워 먹으며 한국이나 외국이나 비싼 게 좋긴좋구나라고 생각했다.
한차례 카지노 게임 추천 순회를 마친 후트렁크에 장바구니를 싣는다. 마침 휴대폰에서 알림이 뜬다. '종갓집 김치 3킬로 파격세일' 놓칠 수 없다. 반가운 마음으로시동을 건다. 한인카지노 게임 추천의 문을 열자친근한 인사말과 함께 익숙한 냄새가 끼친다. 여기만 오면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마음이 편안해진다.김치만 사려고 했는데 초코파이도 사고 불닭볶음면도 산다. 뉴질랜드는 외식비용도 비싼 데다 (1인분에 보통 20불 이상) 심지어 맛없기까지 해서 여기온 이후로 줄곧 집밥만 해 먹고 있다. 그런 나에게 한인카지노 게임 추천는 한줄기 빛이다. 해외 오면 다들 장금이 된다더니 과연 생전 안 해 먹던 음식도 척척 해내는 게 나조차도 신기하다. 그러니 이 정도소비는 괜찮지 않을까?당시의 내 삶은 휴먼드라마"카지노 게임 추천와 나"그 자체였다.
안쪽까지 쑤셔 넣은 음식들로 냉장고가 가득하다.마음까지 두둑해진다.
이제 채웠으니 다시 비우면 된다.
먼훗날 더 이상 4인분의 밥을 차릴 필요가 없어지면 슬플 것 같다.
아이들에게 나의 밥상이 사랑이자 추억이며
힘들면 기댈 수 있는 나무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마트를 유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