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극에 달한 예민함과 공격성. 친정카지노 게임에게 내뱉은 충격적 말은?
나는 어린 시절 제법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에 속했다고 자부한다. 공부를 잘하거나 대단한 재능으로 기쁨을 안겨드린 적은 없어도, 위험한 짓이나 일탈을 해본 적 없는 그런 아이였달까. 이십 대가 되어 자아가 강해지면서 카지노 게임 자잘 자잘한 말싸움을 한 적은 있어도 소위 싸가지 없이 대든 적도 없는 그런 딸이었다.
그러던 내가, 무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친정카지노 게임와 대판 싸움을 치렀다.
출산 후 겪는 극강의 난폭함
그날도 평소처럼 한껏 기분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제왕절개 수술 후 컨디션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 그래서 아직 여왕대접을 받으며 편히 쉬고 싶은데 실상은 없는 잠도 줄여가며 아기를 봐야 하는 상태지, 거기에 카지노 게임의 육아관 충돌, 내 집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갖은 불편함, 글을 쓰고 싶지만 채 30분도 집중할 수 없는 환경 등등이 한데 섞여 폭발직전의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날 선 기분을 대놓고 입 밖으로 뱉지는 못하고 냉랭한 기운으로만 표출하고 있는데, 내 눈치를 보다 참다못한 카지노 게임가 먼저 운을 띄웠다.
“왜 또 뭐가 기분이 나빠서 그래?”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뭐가 기분이 나쁜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으므로. “아니야 카지노 게임, 그냥 내가 좀 힘들어서 그래. 놔두면 나아질 거야”라고 했으면 됐을 텐데 왜 그런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까. 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쌓아두었던 불만들을 늘어놓았다.
‘카지노 게임가 낮에 애를 많이 봐주지 않아서 내가 일을 못한다’부터 시작해서, ‘내가 잠 모자란 거 뻔히 알면서 왜 내가 잘 시간에 사람(카지노 게임 지인)을 초대하냐’등등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부끄러운 말들을 카지노 게임에게 쏟아냈다. (카지노 게임는 거의 무상으로 아기를 봐주고 있는 상태)
그러자 감정이 상한 카지노 게임도 화를 내기 시작했고, 나는 끝끝내 절대 해서는 안될 말을 카지노 게임에게 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산후 도우미 썼지! 난 여기 와서 완전히 마이너스야!”
호르몬아 제발 정신 차려
당시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어서 그게 그렇게 패륜적인 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단지 일하고 싶고 잠자고 싶은 내게 필요한 건, 사적인 감정이 뒤섞여 버린 친정카지노 게임가 아닌, 9시부터 6시까지 로봇처럼 아기를 봐줄 산후도우미라는 생각만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사실이라도 숨겨야 하는 말들이 있는 법이다. 엄마보다 산후도우미가 낫다는 말이 바로 그런 말이었다.
“뭐? 어떻게 카지노 게임랑 산후도우미를 비교할 수 있어! 그 말 당장 사과해!”
온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손주를 봐준 친정카지노 게임는 나의 한마디에 크나큰 충격을 받아 고성을 지르고는 저녁 일을 하러 나가버렸다. 그렇게 엄마가 떠난 엄마집에 나는 아기와 덩그러니 남겨졌고, 두 어른의 고성에 놀랐는지 아기는 놀라 응애응애 울어댔다. 난장판 같은 상황에, 내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한 시도 여기 못 있겠다. 지금 당장 집으로 가야지’
다짜고짜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했지만, 이성적인 신랑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신랑은 울며불며 집에 가겠다는 나를 차분히 달래며 지금 당장은 어렵고 이번 주말에 정리해서 올라오자고 했다. 그러나 주말까지 견딜 자신이 없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택시 어플을 켜서 세종(친정집)에서 수원(신혼집)을 가는 택시비를 계산해 보았다. 택시요금 14만 원에, 1시간 30분이라는 소요시간이 떴다. 14만 원이라는 거금도 부담이었지만 막상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을 보니 명치가 답답하게 짓눌렸다. 10분도 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신생아를 카시터 없는 택시에 태우고 수원까지 갈 수 있을까. 아기 울음소리를 택시기사님이 견딜 수 있을까. 아니지, 아무리 최소한으로 짐을 싸서 간다고 해도 짐이 한 보따리일 텐데 아기를 안고 그 짐은 다 어떻게 들지? 온갖 시뮬레이션을 정신없이 돌린 끝에야 차가운 이성의 끈이 당겨졌다. 당장 집으로 가는 건 불가능해.
카지노 게임라는 뭉클한 존재
그때, 저녁 일을 하러 나간 카지노 게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분이 덜 풀린 카지노 게임가 또 화를 내려나? 두려운 마음을 가다듬고 받아보았다. 그랬더니 뜬금없는 카지노 게임의 말.
“듬지야, 치킨... 사가려고 하는데 먹을래?”
한 시간 전까지 고성을 높여 싸워대던 사이에서 오갈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뜬금없는 말로 돌려 말하고 있지만 실은 그게 미안함의 언어라는 걸.
“카톡 보냈는데... 아직 못 봤나 보네?”
카지노 게임의 말에 카톡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언제 보냈는지 카지노 게임에게서 미안하다는 카톡이 여러 통 와있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자 아기를 봐주겠다고 한 건데 도움이 되지 않아 속상해서 소리쳤다며, 내가 더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저녁에 하던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눈물이 났다. 카지노 게임는 딸에게 그런 패륜적인 말을 듣고도 당신이 소리친 게 미안해서 사과를 하고 있는데, 나는 그 시간에도 택시비를 계산하며 뭐가 내게 득실일지를 따지고 있었구나. 나라는 이기적인 인간에 대해 치가 떨리는 순간이었다.
30분 뒤. 카지노 게임는 따끈따끈한 치킨과 맥주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출산 후 살을 뺀다며 탄수화물과 맥주를 일절 거부하고 있던 나는 소심하게 말했다.
“나도 맥주 마실래”
나름 화해의 제스처였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나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불을 끈 거실에서 작은 테이블을 펴놓고 치맥타임을 가장한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카지노 게임가 미안해...”
“나도 미안해...”
그리고 그 이후, 다시는 서로에게 화내는 일이 없었다.
그로부터 또 2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출산 후 도통 적응되지 않을 것 같던 것들에도 나는 결국 서서히 적응해 나갔다. 부족한 수면시간에도 적응해 이제는 하루 4시간만 자도 그럭저럭 살 수 있게 되었고, 아기를 보는 스킬도 많이 늘어 아기를 재워놓고 일하는 시간도 부쩍 늘어났다. 억울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게 그냥 나의 삶이려니 하는 마음가짐이 새싹처럼 자라난 것이다.
물론 아직도 찔끔찔끔 예민함이 올라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애먼 엄마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건 어쩌면 친정카지노 게임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엄마에겐 차마 전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뼈저리게 인정한다. 열 명의 산후도우미가 와도 친정카지노 게임와 비교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말이다.
이제 50일이 지난 나의 아기는,
할머니와 카지노 게임의 사랑 속에
세상 해맑은 아이로 자라나고 있다.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PDF 인간관계 비법서 『오늘보다 내일 나은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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