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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votion 디보션 Apr 09. 2025

한 카지노 게임 남짓

4/9

오늘은 밖에 나가 산책하면서 카지노 게임를 가려 했다.

간단하게 알리오올리오를 해 먹고, 가방을 꾸려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오늘 입을 옷의 두께를 결정하기 위해 창가를 보았을 때, 문제가 생겼다.

창문은 마치 태풍을 대비해 물에 적신 신문지를 치덕치덕 발라놓은 듯했다.

분명 내가 일어났을 때는 하늘이 맑고 투명했는데.

하늘이 참 흐릿해서, 요즘 내 속과 어딘가 닮은 듯도 하다.

기분도 덩달아 오늘의 하늘에 물들어 갔다.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답답할 것 같았다.

기분도 별로인데 답답하기까지는 싫어서 밖에 나왔다.

하늘의 색감으로 침울해졌으면서도, 그 기분을 환기하기 위해 밖에 나간 내 아이러니함.

뭐, 어디든 돌아다니다 보면 집보다는 낫겠지.

목적지는 자전거로 1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동네의 카지노 게임.

따릉이 정기권을 끊어놓은 과거의 내가 자랑스러웠다.


자전거를 타고, 사람이 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빨라지는 속도와 바람을 느끼고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그 기분에 취해 페달을 밟고 밟아서, 어느덧 옆 동네에 도착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며, 평소 어떤 곳인지 궁금했던 장소에 눈길이 갔다.

등산스틱, 셔츠, 러닝 조끼, 헤어 밴드 등을 파는 아웃도어 매장이었다.

직원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내가 유심히 보는 상품마다 말을 얹으셨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참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은 덜하다.

덕분에 필요했던 헤어밴드와 가벼운 모자를 샀는데, 평소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기분 좋게 매장을 나와 다시 목적지였던 카지노 게임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서자, 마감 카지노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18:00. 내가 들어온 시각은 16:55.

한 카지노 게임 남짓이 남아 있었다.

빠르게 메뉴판을 훑어보고 아인슈페너를 주문했다.

좋은 자리들이 많이 보였지만, 그래서 자리 선정에 에너지를 좀 쏟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자리는 의자가 불편해 허리가 아플 것 같았고,

무난한 곳은 의자가 튼튼하고 등받이가 커서 안락해 보였다.

한 번씩 앉아보며, 편한 의자는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카지노 게임는 집과 비슷한 편안함이 있다.

이곳은 전부터 오고 싶었던 카지노 게임이지만, 예상보다 한참이나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카지노 게임 마감까지 20분 정도 남았다.

카지노 게임에 쫓기며 글을 쓰는 중이다.

글쓰기를 도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마감 카지노 게임에 쫓기며 원고를 작성하는 사람처럼 써보는 건 처음이다.

카지노 게임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이 점점 템포가 빨라지며, 내 마음과 손도 함께 바빠진다.

계속 무언가를 썼다 지우는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문장을 재배치하고, 내가 표현하려는 것에 적합한 단어인지 고민한다.

쓰다 보니 부족한 나의 표현 실력을 안쓰럽게 바라보게 된다.


어느덧 마감까지 10분이 남았다.

이제는 쓴 글을 전체적으로 훑어본다.

그러다 밖에서 진돗개가 짖는 소리에 잠깐 정신을 빼앗긴다.

정신없이 타이핑하다 보니 글도 산만한 느낌이다.

이 글을 다 쓰면 어디로 가지?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머무를 만한 곳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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