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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세계 일주 준비편(0)

시작이 반이다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펠로우 1년. 운이 좋게 군대는 면제를 받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12년 동안 달려왔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자의로만 달린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대학교에 가면 인생이 피는 줄 알고 그 때는 자의로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보니 끝이 아니고 시작이었다. 오히려 더 크고 넓은 세상이 있어서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누군가는 나에게 알려주었어야 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12년 동안 사실 쫓기듯 달려왔다. 본과로의 진급, 그 뒤에는 2주에 한번씩 시험의 연속, 실습 때는 어찌어찌 교수님이 시키는 것들을 하느라 바쁘고 그 뒤엔 국시가 나의 등을 밀어줬다. 같이 달리는 동기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진즉에 포기했을 수도 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더 바빠졌다. 아니 바쁜 척을 더 많이 했다. 레지던트 때는 시험은 없었지만(백일 당직 때 매일 아침마다 쪽지 시험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곤) 매일매일이 시험 같았다. 일에서 빵꾸를 낼 때면 과목에서 낙제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전공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어디 짬 박혀서 잠이라도 조금씩 잘 수 있을 때가 됐을 때쯤 인생 마지막 시험이 다가왔다. 전문의 시험이 나를 한번 더 밀어줬다. 당연히 군의관으로 군대를 갈 줄 알았지만 웬걸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솔직히 좋은 것보단 처음에는 걱정이 되고 무서웠다. 남들이 좋겠다고 하면 애써 웃었지만 농담 반 진단 반으로 ‘3년을 벌고 30년 일찍 가~’라고 불안을 승화시켜보려고 했다. 지금은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다. 걱정해봤자 안 터지는 건 아니니까. 인생 계획 표에 없던 3년이 갑자기 생겼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펠로우 과정까지 했다. 거창한 계획들이 뒤에 있었지만 일년이 지나고 나서는 내가 너무 지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지쳤었다. 이제 나를 밀어주는 시험도 없었고 책임져야할 것도 없으니 더 이상 달릴 필요도 이유도 없어진 것이었다. 이젠 정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쉬면서 몇 개월 동안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 생각해보았다. 완전한 자유를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더 어색하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청소년기 언젠가부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 뒤는 생각을 안해봤었다. 전문의가 되기까지에도 그런 생각은 못했었다. 괜찮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되는 법은 배웠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어느 교과서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생 때 책이라도 좀 더 읽어둘걸 싶었다.


곰곰히 몇 개월 동안 생각해보니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되는 것 의외에 내가 나중에 꼭 하고 싶어서 공공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몇 번씩 얘기한 것이 딱 두개 더 있었다. 하나는 라이브바를 만들어서 내가 요리도 하고 공연도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었다. 인생에 아주아주 작은 불씨가 다시 생긴 느낌이었다.




언제부터 세계 일주를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거주할 때 가족들과 토요타 웨건을 타고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여행을 다닌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공부하느라고 억눌린 답답한 감정들을 풀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것일까, 성인이 되고 나서 간 첫 해외여행이 너무 재밌어서 였을까, 자전거 두바퀴로 세계 일주를 갔다 온 고등학교 친구의 용기와 대담함에 동경과 질투를 느껴서 였을까, 빠니보틀이라는 평균적인 대한민국 남자가 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였을까, 남들이 안해 본 경험을 해보고 싶은 반골 기질 때문일까. 아마 이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겠지만 복잡하니 그냥 내가 그런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친한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너가 내년 이맘 때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으면 진짜 리스펙한다고 얘기를 했다. 아마 중간쯤에서 내가 포기할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솔직히 나도 어느 정도를 그렇게 생각한다. 보통은 남들이 밀어주지 않으면 나의 작은 불씨들은 금방 꺼졌지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고 남들이 보는 곳에 올리려고 한다. 그러면 누군가 지켜보고 평가하는 느낌이 들어 괜히 오기로 더 해보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혹시라도 내가 가게 되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는 순간들도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대학교 진학 이후에 오롯이 내가 원해서 주체적으로 선택한 이 길을, 그리고 그 감정을 온전히 기록하고 싶어서이다.




언제 갈지는 마음속으로 정했지만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촉박해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금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도를 쿠팡으로 하나 주문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도에 우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찍어보고 그 뒤로 세세한 일정을 짜는 방향이 좋지 않을까 싶다. 지난 번에 잠깐 찾아보니 시차 적응 때문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보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한데 우선은 조금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내일 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도에 우선 만족을 해야겠다.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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