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끝에서 떠난 한 생의 마지막 순간
병원의 밤은 낮보다 훨씬 조용하다.
전공의법 시행 이전에는 퇴근이란 개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 변했다.
내과 계열은 오후 다섯 시 이후가 되면 당직 인턴들만 남게 된다.
다른과들은밤에는콜이적어바로옆건물숙소에서쉬는경우도있었다. 하지만내과계(내과, 중온라인 카지노 게임실)는사정이다르다. 생사의경계에있는사람들, 갑자기상태가나빠질수있는사람들이워낙많다. 병원내당직실에서쪽잠을자며밤새콜을받고응급상황을알리는'코드블루'가뜨면가장먼저달려가심폐소생술(CPR)을할준비가되어있어야한다.
생애 첫 CPR
그날은금요일.
내가당직인날이었다.
오후 5시 3분.
당직실에서 어서 퇴근하라며 서로를 떠밀던 중, 당직인 내가 아니라 퇴근 준비를 하던 인턴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어레스트래!'(arrest ; 보통 심정지를 말한다)
당직실 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뛰어 내려갔다.
이미 가까운 응급실에서 인턴 한 명이 와 흉부압박을 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돌아가면서 흉부압박을 하고 산소 공급을 위한 앰부를 짜기 시작했다.
환자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최근에 이미 한 번 심정지가 있었고, 어렵게 소생에 성공하신 적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하얗게 납처럼 변해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얼굴
손바닥에 닿는 으스러지는 갈비뼈의 느낌
흉부 압박이 없으면 뛰지 않는 환자의 심장 리듬
부산하면서도 점점 모두가 말이 없이 고요해지는 병실
그렇게 열 사이클 정도 돌고, 30분쯤 흘렀을까.
주치의 선생님과 담당 교수님께서는 대기실에 있던 가족들을 모두 병실로 들어오게 하셨다.
'가장 위에 보이는 선이 심장 리듬입니다.
지금은 인턴 선생님이 가슴을 누르고 있어서 리듬이 보이시죠,
저희가 지금 이렇게 30분 정도를 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으십니다.
인턴 선생님, 멈춰보세요.'
흉부압박을멈추는순간, 드라마에서보던것처럼띠- 하며일직선의심장리듬이쭉지나갔다.
가족들의얼굴이울렁인다.
'선생님도앰부그만짜세요.'
앰부를끝까지짜고있던나에게교수님께서말씀하셨다.
순간, 울컥했다.
지금 이순간전까지는나와단한번의접점이 없던온라인 카지노 게임임에도불구하고누군가의마지막숨을내가놓아야한다니. 의사가되기이전에도조부모님이나지인들의온라인 카지노 게임을접한적은있었지만, 이렇게누군가의생명이끊어지는바로 그순간을내가함께한것은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가족들은 오열했고, 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렸다.
30분간의CPR 이후에 온몸은땀으로흥건했다.
분당 100회가량 빠르고 깊게 움직여야 하는 흉부압박은 중노동이었다.
둘 도 아니고 세명이손을바꾸며교대를한건데도, 당직실로돌아와서까지숨이찼다.
끼고 있던 라텍스 장갑을 벗었다.
그새손도땀범벅이되어 있었고, 흉부압박을했던부분이벗겨져빨간속살이보였다.
손이쓰라린건둘째치고, 자꾸눈물은차올랐다.
하지만 감상에젖을시간도없었다.
앰부를 짜고 컴프레션을 하는 사이에도 콜은 쌓여 있었다.
다시 얼른 병동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쓰라린 손을 닦고 주머니에 있던 밴드를 하나 붙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고맙게도 퇴근해야 하는 인턴이 잠깐이라도 쉬라며 퇴근을 미루고 급한 콜을 대신 하나 해주고 갔다.
그 잠시의 10분 정도의 시간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그날 밤 당직을 제대로 설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날 밤은 2시간 간격으로 관장해야 하는 간성혼수 환자
사타구니로 심도자 시술 후 계속 출혈이 있어서 손으로 압박해줘야 하는 환자
앰부 짜면서 MRI 검사해야 하는 환자들로 정말 밤을 꼴딱 새웠기 때문이다.
무뎌진다는 것
병동에서 대화가 통하는 환자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의식이 없는 중온라인 카지노 게임실 환자들은 둘째 치고, 병동 내과 환자들도 대부분 너무 노령이라서 혹은 질병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분들도정정하고건강하셨을때는위엄있는한사람의인간으로두 발로 길을 걸어다니고, 밖에서 한사람의몫을했을텐데ㅡ지금은다똑같이온라인 카지노 게임복을입고, 제대로씻지도못해서냄새가나거나, 기저귀나소변줄을차고항상멍한표정과눈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무엇을했을지, 어떤사람이었을지그모습만보면잘 상상도되지않는다.
나도지금은이렇게두 팔과 두 다리로병원을활보하고있지만언제내가어떻게되어저자리에누워있을지모른다는생각, 그삶은또어떨까하는생각, 잠시 감상들이짧게스쳐지나가지만잠깐 뿐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기에 인턴은 너무 바쁘다.
첫 CPR 이후로도 많은 응급 상황들이 있었다.
다시 또 심폐소생술을 하고, 돌아가신 분의 사후 처치를 하고, 사망 선고를 하더라도 처음처럼 울컥하는 일은 없었다. 대체로 덤덤할 뿐이다.
또 나는 내 일을 계속해야 하니까.
매번 울컥하면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그래도 가끔 그런 감상들이 찾아오는 것이 싫지는 않다.
반갑다.
이런 생활에, 이런 감정에, 무뎌지고 싶지는 않다.
내가 대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