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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Mar 19. 2025

알 수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


2025년 3월 14일 7시 30분

이문세 콘서트가 열렸다.



2024년의 마지막 달이었다.

콘서트 보러 가고 싶다는 내 말에 남편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열심히 공연 일정을 찾아보더니 이문세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했다.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좋아!"라고 말하는 나의 시선에 시무룩한 남편의 얼굴이 들어왔다. 몇 자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이문세 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미리 콘서트 소식을 알았더라면 손 빠른 딸에게 이야기해 좋은 자리를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예매창이열린 지 좀 지난 터라 그 자리마저도 빠른 결정을 하지 않으면 눈앞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어 얼른 예매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는2층, 그것도 2층에서 몇 계단 더 올라간 3층 같은 2층의 구석자리였다.


긴 기다림 끝에 콘서트 날짜가 다가오자 나는 의식적으로 이문세 님의 곡을 자주 틀어듣기와 따라 부르기를 반복함으로써 콘서트에 참여할 만반의 준비를 해나갔다.




한 시간 여유 있게 아트홀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비 안내문과좌석위치를확인한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남아있는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하면서.

그런데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던 한 공간에 5~6명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타 치는 이문세 님의 모습이 담긴 커다란 현수막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길지 않은 줄에 우리는 잽싸게 달려가 뒤를 이었다. 우리 차례가 되자 나는 남편을, 남편은 내 모습을 휴대폰에 담았다. 둘이 함께 찍을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마침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계신 분이 기꺼이 찍어 주시겠다고 하여 휴대폰을 건네 드렸다. 그분께서는 여러 장 충분히 찍었으니 제일 잘 나온 것으로 저장하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인사를 했다.


시간이 흐르자 퇴근한 사람들이 더해져서인지 홀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무리도 점점 길어져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일찍 도착해 미리 사진을 찍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인파가 적은 모퉁이로 향해 가는데 기둥 한 면에 걸려 있는 이문세 님의 사진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진 액자는 다른 방향에도 여러 개가 걸려 있었지만 인파로 가려져 사진을 찍기에는 부적합해 보였는데,우리가 발견한 그곳은 사람이 많이 모여 있지 않아 사진을 찍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남편과 나는 우리만의 공간이 된 그 장소에서 서로의 독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우리가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이 어느새 기다란 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언제나 남들이 서 있는 줄을보고뒤늦게 합류하기 바빴는데,우리로 인해 포토스팟이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줄로 이어졌다는사실에 어깨가 살짝 으쓱해졌다.




마침내 입장을 알리는소리가 울려 퍼졌고우리는3층 같은 2층 구석자리를찾아착석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막이 열렸고 예상했던 대로 우리 좌석에서는 이문세 님의 형체만이 보일 뿐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오프닝 곡을 시작으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가운데 그 아쉬움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차올랐다.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친구로서 경험했던 희로애락의 수많은 감정들이,그 시대와 함께했던 노래 안에서꿈틀거리며눈을 뜨고 있었다.


비교적 빠른 템포에 속하는 <알 수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흘러나왔을 때, 그래서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때, 나는 문득 내가 떠올랐다.

누구나 그렇듯 출생과 동시에 나의 부모님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형제사이에서의 자리 또한 나의 선택이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내 몫이 되어버린 선택과 결정으로 삶의 방향이 정해졌고 그 방향은 매 순간 찾아오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앞이 보이지 않던 내 생의 어느 즈음에서나는 질문을 던졌었다.

나이가 들면 무료 카지노 게임을 알 수 있을까라고.

하지만 예순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지금의 나 역시 여전히 알 수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지난날 이문세 님의 노래를들으며 청춘을 함께보냈던대학친구와 나는 결혼했다.아들 딸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으며서른두 번의 결혼기념일을 지나 보냈다.

그리고 콘서트장을찾은 그날,

희끗해진머리카락을휘날리며 우리는지난날의그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었다.

그날의 모습을옛 시절의나는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말 알 수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집으로 돌아와 콘서트홀에서 찍은 사진들을 열어보았다.

이문세 님의 기타 치는 모습이 담긴 커다란 현수막 앞에서 찍은, 그러니까 우리다음으로 줄을서 계시던분께서 여러 장찍었으니 제일 잘 나온 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저장을 하라고 말씀하셨던바로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을 나는마주했다.그 순간나는,내겐 보이지 않는 나의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고있음을 감지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주인공은 대리석 바닥,남편과 나는 공중부양을 하고 있었다. 사진의 1/2이 바닥이라니...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나는불과 몇 시간 만에 행복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들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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