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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Aug 23. 2023

카지노 게임, 그 녀석이 찾아왔다.

자매라는 선물 5

사진: Unsplash의 JonTyson



아주 어릴 적 나는 남동생과 같은 방을 썼다.

그리고 남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는 줄곧 카지노 게임와 한 방을 썼다.

그렇게 나는 언니와 동생처럼 독방을 써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혼자만의 방을 자주 꿈꾸곤 했다.




언니의 카지노 게임생활이 끝났다.


카지노 게임는 서울에 가져갈 짐을 꾸리느라 엄마와함께 방 저 방을 몇 차례나 넘나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게 질문을 했다.

"이거 너 쓸래? 내가 가져갈까?"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살았기에 그와 같은 질문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나만의 방을 꿈꿔왔던 나였지만,카지노 게임와의 이별을 실감한 나는깊은 슬픔에 빠졌다.

언니가 떠나가기 전날 밤 나는 언니와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언니의 마음도 나와 같은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서울 가면 나 보고 싶을 것 같아?"

"카지노 게임~ 대학 가면 엄청 자유로울텐데 친구들 사귀고 놀러 다니느라 나 잊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카지노 게임~ 지금 너무 기분 좋은 건 아니지?"

늘 그래왔듯 그날도 우리는 수다를 떨다가 누가 먼저 잠들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카지노 게임를 떠나보냈다.


나는 한가운데 대자로 누워천장을 바라보면서, 을 그리듯 몇 바퀴를 돌고있었다.

누구 하나 누워있기라도 하면 비켜라, 일어나라, 네 방이냐 어쩌고 저쩌고 투닥거리느라 바빴는데, 이렇게 방바닥을 빙빙 돌고 있어도 들리는 잔소리 하나 없고손발에 걸리는 물건하나없었다. 분명 좋아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나는언니와 함께했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혼자 잠들어야 했던 첫날밤 나는 언니생각에 펑펑 울었다.

나만의 방은 생각과 달리 나를 슬프게 했다.




카지노 게임의 부재 때문이었을까?

카지노 게임인 내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남들은 일찌감치 보내버린 그 카지노 게임,

하필이면 카지노 게임 그 중요한 시기에 나를 향해 달려온 것이다.


나는 고2 때까지 공부를 제법 잘해 반 1등으로 카지노 게임을 맞이했었다.

담임선생님은 내게 지금처럼만 하면 sky를 갈 수 있다며 내게 특별관심을 보이셨고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며 모든 부분에 있어서 무한신뢰를하셨다.

사. 춘. 기인 나에게 말이다.

나는 그런 관심이 싫었고, 나를 더 특별히 신경 써주시는 담임선샘님이 더욱 싫었다.

사춘기에 '대놓고 관심'이라는 것은 반항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유가 되었으며

그런 특별함은 몹시나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는 기꺼이 '정의의 사도'가 되기로 결심했다.


우선 담임선생님을 화나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해 한참을 고민했었다.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인 그 시기에, 나는 공부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성적이 떨어진다면 선생님은 더 이상 내게 관심을 쏟지 않으리라 하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성적은 나날이 떨어져 갔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어떻게든 바로 잡으려 애쓰셨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거세게 반항했다. 사춘기였으니까.

-문득 "사춘기가 벼슬이냐?"라는 말이 생각 나 웃음이 나온다.


어리석게도 당시의 나는, 그러한 행동만내가할 수 있는 최선이며정의라고 여겼다. 마치 무엇이라도 되는 냥.

그렇게 나는 짧고 굵은 사춘기를 보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가끔 그 순간을 후회한다.

물론 '차별'이라는 부조리를 못 본척했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 자신을 갉아먹는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니었더라도,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았을 텐데라는 후회말이다.



1년간의 방황으로 나의 대학이 한 등급 낮아졌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사춘기가 고1 혹은 고2가 아닌, 카지노 게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카지노 게임은 지금도 그렇듯 거의 복습기간이었으니 말이다.

엉뚱한 곳에 발휘되는 긍정의 마인드다.


1년 전 카지노 게임처럼 나도 짐을 꾸렸다.

이제 다시 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느라 밤을 새우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무슨 얘기부터 할까?

카지노 게임도 남자친구가 생겼겠지? 그럼 그 얘기 먼저.


그 시절 나의 마음은 엄마, 아빠 곁을 떠난다는 아쉬움보다 카지노 게임를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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