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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Aug 31. 2023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제 그만하자.

자매라는 선물 8

사진:Unsplash의 YosukeOta



1980년대 중후반 잠원동에서의 자취생활이 익숙해져 갈 무렵, 우리 자매는 새로운 놀이에 푹 빠졌다.



당시 모토로라라는 휴대폰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나라에 들어와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부의 상징으로 일반인은 쳐다보지도 못했던 귀중품이었고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으니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TV 역시 지상파 방송이 전부였고, 그렇다고 집에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집에서 시간을 보낼만한 것이라고는 독서 그리고 음...


서론이 길었다. 결론은 밤시간에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통금시간 10시까지 각자 개인시간(수업, 도서관, 저녁약속, 혹은 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간단한 집안일을 한 후 이부자리에 누워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간혹 약속도 없고 도서관도 가지 않은 날이면 일찍 귀가하였는데 언니와 나의 이른 귀가일정이 겹치는 날이면 우리는 함께 요리를 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곤 했다. 이런 날은 저녁 설거지에 빨래, 청소까지 다해도 잠자리에 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에게는 그 시간을 때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는 "우리 뭐 하고 놀까?" 하며 함께 생각해 보자 했고 나는 무엇을 해야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부루마블(blue marble)? 그건 부모님이 계신 집에 두고 왔다.

퍼즐? 그건 같이하면 재미없다.


"우리 고스톱 할까?" 언니의 제안에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자취를 위해 본가에서 나올 때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 말판과 말을 포함한 윷놀이 세트와 화투를 가지고 왔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고스톱을 언니와 둘이서 치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둘만의 고스톱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고스톱은 기분 좋게 시작한다.

10원짜리가 오가고 몇 판이 지나가면 서서히 잃는 자와 따는 자가 구분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처음에는 깔끔하게 끝을 냈더랬다.

돈을 잃은 사람은 돈을 딴 사람에게 "좋겠다." 며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고, 반대의 경우 "내일은 네가 따." 하며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었다. 그랬었다. 몇 회 정도까지는.


사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계속 지거나 이기는 경우라도 그 액수는 천 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니 대부분의 경우 잃어도 몇 백 원이었다. 지금의 물가와 비교하면 얼마쯤 되려나.

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수면시간은점점줄어만 갔다.

잃은 자의 그놈의 '한판만'은 한판일 리 없었고, 그 잃은 자가 승리의 기쁨을 맛봐야만 끝이 나는 이상한 행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잃은 자가 마지막으로 한 번 이기고 끝낼 수 있는 경우라도적당히 이겨야만 끝낼 수 있었다.너무 큰 차이로 이겼을 경우는 예외였다.

"네가 한번 더 하자해서 내 돈 다 잃었으니(다 잃은 건 아닌데도 화투판에서는 늘 이렇게 말했다)마지막으로 딱 한번 더하자." 이러니 끝이 날 리가 만무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두 사람이 동시에 선포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가 되어 이부자리로 들어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곧바로 잘 수도 없었다.

잃은 자는 이긴 자가 눕자마자 상대의 배를 발가락으로 간지럽히며 항상 이 말을 남겼다.

"잠이 오냐? 내가 이렇게 잃었는데 잠이 오냐고?"

간혹 이 발가락 공격을 이겨내지 못해 했을 경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다시 일어나 한번을 더하기도했다.


화투를 치다가 화투를 손에 쥐고 잠이 드는 경험을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다.

창피하지만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한 몸 불사른다음날 아침.

자매 판다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앉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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