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김훈은 ‘프롤로그’ 대신 ‘앞에’라는 제목의 글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부고다. 그는 부고(죽음)가 그다지 두렵지 않다고 썼다. “내가 살아서 읽은 책 몇 권이 나의 마음과 함께 무로 돌아가고, 내가 쓴 글 몇 줄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 풍화되어 먼지로 흩어지고…” (7 페이지) 이 대목에서 나는 차고에 쌓아 놓은 책들과 브런치에 올려놓은 1,000 꼭지가 넘는 글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결국은 글들도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리겠구나.
그는 술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와인의 맛은 로맨틱하고, 그 취기의 근본은 목가적이다… 막걸리는 생활의 술이다. 막걸리는 술과 밥의 중간쯤 되는 자리에 있다… 소주는 대중의 술이며 현실의 술로서 한 시대의 정서를 감당해 왔지만 풍미가 없고 색감이 없고 오직 찌르는 취기만 있다… 위스키는 공동체의 술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술이다.” (13-17 페이지)
절에서 담배를 피우다 노스님에게 걸려 한소리 듣는 대목이다. “그걸 왜 못 끊어. 자네가 안 피우면 되는 거야. 피우면 못 끊는 거고.” (22 페이지) 어디 담배뿐이랴. 세상사가 다 그런 것 아닌가. 내가 하면 되고, 안 하면 그만인 것을, 그걸 못해 쩔쩔매는 것이 중생의 삶이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있는 것이다.” (49 페이지)관이 화장장 전기 화로 속으로 내려가면 고인의 이름 밑에 ‘소각 중’이라는 문자 등이 켜지고, 40분쯤 지나면 ‘소각 완료,’ 10분쯤 지나면 ‘냉각 중’이라는 글자에 불이 들어온다. 10년 전에는 소각에서 냉각까지 100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5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친구의 장례에 다녀오며 그는 죽음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죽음은 날이 저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 현상으로 애도할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51 페이지)나는 지금 이 카지노 가입 쿠폰 어두워진 밤에 쓰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는 뉴스를 접했다.남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죽은 이가 우리 곁을 떠나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지만, 저쪽에서 보면 오는 것이다. 가는 사람은 늘 홀가분한 기분으로 떠나는데, 남은 이들은 섭섭하고 슬프다.
‘꽃과 과일’이라는 글에서 그는 “색에는 본래 이름이 없고, 꽃들도 이름이 없다.”라고 쓰고 있다. 색에 이름이 없다는 부분에 나는 크게 공감한다. 사람들이 색에 이름을 붙이기는 하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색도 빛과 기온과 재질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특히 자연에서는 수만 가지 색이 조화를 부려 감히 무슨 색이라고 부르기가 겁이 날 정도다.
“위장 전입만으로 공직 임명에서 탈락한 후보자는 없다. ‘내 새끼’의 위력은 헌법도 국회도 여론도 당해 낼 수가 없다.” (251 페이지) 대학 입시설명회, 취업설명회까지 부모가 따라와서 설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개탄한다.
‘아날로그는 영원하다’는 글에는 교동도 대룡시장에 있는 ‘고 황세환’ 씨의 기념관이 등장한다. 20대에 몸을 다쳐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라디오 수리기술을 배워 진공관 라디오 수리를 하지만 곧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등장해 진공관 기술로는 밥벌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는 시계 수리점에 일꾼으로 들어가 시계 기술을 배워 시장에 시계 수리점을 열어 자리를 잡아 가는데, 80년대 초반부터는 디지털시계가 대세를 이루고 핸드폰에도 시계가 붙어 또다시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90년대 초, 황 씨는 도장 파는 기술을 익혀 도장 일을 겸했는데, 이메일을 이용한 전자결재와 육필사인이 등장하며 손님이 줄어들었다. (273-279 페이지)
기자 출신답게 그의 글은 매우 사실적이며 군더더기가 없다. 나보다는 7-8살 연상이지만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 그의 카지노 가입 쿠폰 읽으면 공감하게 되고 잊고 있던 기억을 찾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