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약국은 어디로 움직이는가
Written by 김세훈
공간의 가치에서 '입지'는 여전히 핵심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전통적인 입지 공식일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가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오고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면서,대로변이나 역세권과 같은 병원과 약국의 기존 입지 기준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의료 입지는 '어디에 위치하는가'보다 '어디서든 우수한서비스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가'로 재정의될 것입니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 제가 미국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 공부할 때 수업 시간에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공간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라는 뜻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도심부', '역세권', '경부축', '학군', '조망권', '숲세권',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같은 말들이 입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조건은 늘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한때 최고 무료 카지노 게임로 여겨졌던 곳이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거나, 평범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새로운 수요를 찾아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먼저 진료 앱을 설치하고,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의사 한 분을 선택했습니다. 진료 신청을 하고 다음 화면에서 내 몸의 증상과 환부 사진을 올리자 약 15분 후 의사와 통화가 연결되었고, 상담과 처방을 받습니다. 이후 처방전은 제가 지정한 약국으로 바로 전송되었죠. 앱 설치부터 상담, 약 구매와 복용까지 모든 과정이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 의료 서비스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과정들, 이를테면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진찰받고 나와서 약국에 가는게 바뀐다는 뜻입니다. 경험의 과정과 동기가 변하면 입지도 따라서 바뀝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가 진료 받은 의사와 약을 받은 약국의 위치입니다. 의사는 경기도 외곽의 한 작은 병원에 있었습니다. 이번 진료가 아니었다면 평생 마주할 일이 없었겠죠. 제가 선택한 약국은 집 근처였는데, 직접 가 보니 늘 지나다니던 거리의 상가 4층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지상층에 간판이 없어 그곳에 약국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병원과 약국의 입지는 익숙한 공식이 있습니다. 대형 병원은 지역 간 교통이 편리한 도심 외곽 간선도로 근처에, 동네 의원은 주택가나 학교 주변에, 약국은 역 근처 상업가로나 단지 입구 상가의 1층에 자리잡는 식이죠. 하지만 진료를 받고 약을 사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입지의 기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병원과 약국은 어떻게 변할까요? 대형 종합병원은 여전히 접근성이 우수한 곳에 있을 전망입니다. 종합병원의 서비스 범위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비수도권의 중대형 병원 다수가 의사를 구하지 못하거나운영 적자로 문을 닫으면서, 기차를 타고 아침 일찍 서울권 병원으로 올라와 진료를 받고 당일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광역 의료 통근이 늘어나는 만큼 대형 병원의 우수한 접근성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은 새로운 입지를 찾을 것입니다. 접근성이 조금 낮더라도 자금을 조달해 이면가로변에 사옥을 짓고 남는 공간을 임대하거나 병원 부설 연구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죠. 일부 동네 병원은 의료 서비스의 즉시성과 소통 분위기 같은 사용자 경험을 대폭 높이고, 대규모 단지 안으로 들어가 '마을 주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정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전문화된 클리닉으로 변모한 일부 의원의 경우, 전통적인 입지에서 한발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어디에 있든 환자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이러한 변화는 주거공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압구정, 성수, 여의도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수주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지역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 행정동'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OO건설은 압구정 O구역 수주를 위해 AI 기술을 적용한 헬스케어 주거 서비스를 제안할 예정입니다.노원구의 '서울원 아이파크'는 서울 아산병원과 협약을 맺고 주민을 위한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충북 청주의 하나병원은얼마전 '신분평 더웨이시티' 측과 협약을 맺고입주민 의료 지정병원으로 거듭나기로 했습니다. 병원 서비스가 프리미엄 단지 안으로 스며드는 현상이죠.
약국의 입지도 마찬가지로 변할 것입니다. 더 이상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대로변 1층만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소만 알면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 4~5층이나 심지어는 규모가 큰 편의점이나 문구점, 카페의 2층 한쪽에 자리 잡아도 충분합니다. 약국에 약사도 항상 상주할 필요도 없어지죠. 로봇이 약을 짓는 '워크인 약 공장'이 보편화되고, 약사는 이 공정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운영자이자 환자들의 건강 이슈 상담자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입지의 중요성이 약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공간을 규정하던 입지의 거시적 특징이 앞으로 나타날 기술 변화나 소비자의 미시적인 경험에 따라 유동화된다는 뜻입니다. 의료가 주거 생활권 안으로 스며들고 약국이 다른 도시 기능과 섞이는 등입지의 마이크로 재구조화가 나타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