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 두 바퀴로 가는 인생을 책으로 만들기까지
버려지는 꾸깃한 이면지에 날려 쓴 아버지의 글들은 그런 종이에 적히면 안 될 빛나는 글이었다. 꾸깃한 종이에 싸여서 버려질지도 모를 아버지의 글을 얼른 주워서 빛바랜 서류 봉투에 담아왔다. 지난해 아버지의 글을 담아 오며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아버지만의 책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야심 차게 담아 온 마음은 바쁜 일상에서 순위에 밀려 잊혀졌다. 책장에 꽂힌 노란 봉투가 보이면 빚쟁이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언제 시작하지?' 빨리 시작해야 되는데 하는 마음만 봉투 끝에 마음을 달아두었다가 어느새 눈앞에 닥친 일들로 미뤄지고 또 미뤄졌다.
'안 되겠어, 이러다가 더 늦어지면 큰일이야. 후회하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두 바퀴로 가는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혼자서 정리하는 글보다 연재글로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연재하는 날이야'하고 잔소리해 주는 알람도 있으니 아니 쓰지 않고 배길쏘냐. 인간은 정말이지 나약하고 의지 박약한 동물.
아버지의 글에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아버지를 생각하며 글 쓰는 시간이 참 좋았다.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글을 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모아진 글들을 모아서 드디어 책을 만들었다. 작년에 만들어 드리겠다는 다짐보다 지나가 버렸지만 아버지께 특별한 이벤트를 해드릴 수 있게 되어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연재 30화를 종잣돈 모으듯 모아서 아버지 몰래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쓴 글을 이렇게 모았는데 책으로 엮어 드리고 싶다고. 가족들은 책을 엮을 때 연재들에 달린 댓글이 더 감동이라며 그 글도 함께 실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연재하는 동안 여러 작가님들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는 것 자체로 정말 행복했다. 아버지께도 그런 행복한 댓글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책에 작가님들의 댓글을 넣으려면 작가님들의 동의도 필요할 것 같고 한 분, 한 분 다 연락드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구해 봅니다. )
이 글을 통해 그동안 응원해 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셨던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글을 30편 넘게 연재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님들의 따스한 응원의 말씀들 덕분이었어요. 글을 쓰고 작가님들의 응원의 하트와 댓글에 감동을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댓글을 책에 싣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도 함께 전합니다. 작가님의 필명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귀한 댓글을 아버지의 책에 허락 없이 담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 분, 한 분 찾아가 작가님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작가님의 귀한 댓글을 담게 되었지만 놓칠 수 없었답니다. 작가님들의 댓글이 더해져서 아버지의 글이 더욱 빛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부크크(자가출판플랫폼)를 통해 아버지의 연재글을 다시 긁어모아서 편집을 하고 드디어 책이 나오게 되었다. 출판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글을 편집하고 정해진 틀에 맞게 구성하고 재편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조금만 틀려도 반려 메일이 오곤 했는데 글을 쓰는 일보다 그게 훨씬 힘든 일이었다. 작은 경험이지만 책을 만드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책 표지도 디자인하며 어떤 제목을 넣을지, 어떤 그림으로 넣을지, 어떤 글씨체로 할지, 어떤 글귀를 넣을지 등등 모든 것이 물음표 투성이었다. 옆에서 초록이와 봄이가 "엄마, 이거 별론데?", "그림은 이게 더 낫지 않아?", "글씨체가 안 어울려.", "이 글자는 위치를 다른 데 넣야지." 등등의 잔소리를 하곤 했다. 결국 표지는 둘에게 맡겼다.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새언니는 내가 만들어 놓은 파일을 받아서 오탈자를 봐주고 글자 정렬 등을 고쳐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고칠 것들이 하나씩 보이고 고쳐서 보내도 또 반려가 되는 과정들이 있었다.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고 고치고 다시 발송해야 하는 뒷심이 부족하여 더 이상 살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보낸 파일로 클릭! 하면서 최종 단계를 거쳐 원고를 등록했다.
아버지의 책이 인쇄되어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부지와 엄마가 어떤 반응을 하실지 상상하는 시간까지 행복함과 뿌듯함으로 채워졌다.
여기까지 남기고, 책을 받아 든 아부지와 엄마의 반응은다음 편으로 이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