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Feb 19. 2025

카지노 쿠폰에 가려져 있는 것

실장을 하다가 AI 연구로 넘어오면서 평사원이 되었다. 직급에 연연했으면 AI를 하지 않았겠지만, 직급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AI를 하면서도 다른 회사에서 AI 관련 조직장 제의를 받았지만 정중하게 사양했다. 실장이냐 팀장이냐 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 덕분에 출세와는 거리가 카지노 쿠폰 편이다.


실장을 하다가 사원이 되니, 주변에 사람이 줄어들었다. 직급이 낮아지면 이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별로 슬프지 않았다. 실장이었을 때도 내가 아니라 내 카지노 쿠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것을 느꼈던 터다. 그래서 찾아오던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점이 있었는데, 온전히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카지노 쿠폰이나 업적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을 나를 좋아하는 것과 혼동해서 우쭐해지면 안 된다. 우쭐해지면 그것을 놓을 수 없게 된다. 놓을 수 없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게 되면 합당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보통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견디기 어렵게 된다.


카지노 쿠폰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친절하게 대해 주자. 카지노 쿠폰을 잃어서 멀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쿨하게 보내 주자. 그리고, 카지노 쿠폰이 아니라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소중하게 아껴주자. 인생은 욕심의 크기만큼 복잡해지고, 겸손의 크기만큼 단순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