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도 정신을 단디 잡으면 방향을 찾는다
난 길치다. 아니 때로 나는 길병신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할 때도 있다. 이제까지 내가 카지노 쿠폰 잃고 헤맸던 모든 시간을 합치면 과장해서 지구 한 바퀴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침과 저녁에 해가 뜨는 걸 보고 거기가 동쪽임을 알고 해가 지는 걸 보며 서쪽을 구분할 수 있다. 그게 내가 유일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향이다. (물론 오후에는 어디가 동쪽이고 서쪽인지 전혀 모른다. ) 나는 지도도 볼 줄 모른다. 동서남북을 몰라서 지도를 못 보고 내가 지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어서 지도를 못 본다.
언젠가 친구는 내가 개미 같다고 했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돌아가도 가던 길로만 가야지 길을 잃지 않는 내가 개미와 동급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너무 다행인 건 남편은 길을 매우 잘 찾는다는 것이다. 남편과 함께하는 여행이 불안하지 않는 이유는 그와 함께 다니면 길을 잃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도도 잘 보고 밤낮 상관없이 동서남북도 잘 안다. 갔던 길도 기억을 잘하고 안 가본 길도 참 잘 찾는다.
남편의 뉴욕 출장을 나도 따라나섰다. 남편은 출장 내내 매우 바쁠 예정이지만 나와 딸아이는 이 김에 뉴욕을 구경할 수 있다. 비행기 값만 내면 남편이 머무는 호텔에서 지낼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않은가. 남편 회사에서도 오케이 한 뉴욕 여행을 나는 놓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남편은 긴장 중이다.
너 길 잃으면 어쩌냐...
그렇다.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이 큰 도시에서 애데리고 길을 잃으면 어쩌지였다. 안타깝게도 내 딸아이는 아빠를 닮지 않아 길눈이 어두운데 얘에 비하면 나는 거의 내비게이션 수준이다. 나보다 길눈이 더 어두운 내 딸을 데리고 과연 뉴욕에서 돌아다닐 수 있을까? 남편은 행여 미아가 될까 싶어 밤마다 나를 앉혀놓고 내일 어딜갈 예정인지 어느 지하철을 탈 예정인지를 꼼꼼히 묻고 알려줬지만 그가 하는 모든 말은 쓸모가 없다. 귀에 도저히 들어오지 않으니까.
닥치면 한다는 나의 인생 좌우명은 이때 힘을 발휘한다. 원래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고 배고픈 놈이 먼저 상을 차리듯이 카지노 쿠폰 내가 가야 할 뮤지엄을 애플맵으로 찾았다. 맞게 가는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고 아닌 것 같은데 맞게 가고 있는 뭔가 찜찜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딸아이는 매우 침착하게 내게 묻는다.
"알고 가는 거야?"
당연히 모르고 가는 길이다. 내가 알면 이렇게 계속 돌겠니...
지금 의지할 사람은 우리 둘밖에 없으니 엄마에게 짜증을 내지 말고 그냥 가자.
그렇게 첫날 15000보를 걷고 둘째 날 17000보 셋째 날 17000보를 걸었다. 아주 조금은 헤매긴 했지만 지하철을 단 한 번도 잘못 타지 않았고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았으며 애플맵이 가라는 곳으로 반항하지 않고 지시에 잘 따랐다. 정신을 단디 잡으니 카지노 쿠폰 잃지 않은 것이다!
딸아이와 카지노 쿠폰 MOMA, Whitney, The Met을 찍고 친한 작가 언니와 밥을 먹고 사촌동생 가족을 만나 식사를 했다. 도저히 더 걸으면 죽겠다 싶었던 마지막 날 저녁, 카지노 쿠폰 라이온킹 뮤지컬 대신 낮잠을 선택했고 대신 남편과 딸아이에게는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끔 크게 쐈다.
미술관만 가면 신이 나서 난리 카지노 쿠폰 엄마를 너무 잘 아는 딸은 아무 말 없이 따라와 줬다. 분위기도 맞춰주며 이런저런 그림을 감상하며 나름의 감상평도 해준 딸이 카지노 쿠폰 내심 자랑스러웠다.
이 녀석 예술을 즐길 줄 아는구먼!
하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딸아이가 쓴 저널 (학교 숙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 주제를 놓고 글을 쓰는데 봄방학동안 친구에게 편지 쓰기가 주제였다.)을 읽고 당황했다.
Dear Claire,
I am in 카지노 쿠폰 York and the only places I have been are art museums. My mom loves art museums. I need you to be here because I am so boring. At least tomorrow I will get to see the Statue of Liberty and the Lion King, but until then I have to go to one museum after another. I wish you were here.
클레어에게
나는 뉴욕에 와있는데 여기서 미술관만 다녔어. 엄마는 미술관을 좋아해. 나 너무 지루해서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내일은 자유의 여신상과 라이온킹을 보러 가지만 그전까진 또 다른 미술관을 가야 해.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너무 무리였어.
엄마가... 참 눈치가 없었다.
그래도 같이 다녀줘서 고맙다.
집으로 돌아와서 계속 Amy Sherald의 개인전을 몇 주 차이로 못 본 게 너무 아쉬웠다. 위트니에서 그녀의 개인전을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뉴욕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친한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꼬시니 바로 넘어온다. 그래... 우리 애들 눈치 보지 말고 아줌마끼리 같이 다녀오자 뉴욕.
그래서 다시 간다 뉴욕으로...
곧 보자~ 뉴욕아~ 아줌마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