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라는 의문이 자꾸만 든다.
교사들에게 있어서 2월이란 참으로 싱숭생숭한 시기이다. 1월에는 전년도를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후련함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지만 2월은 마냥 그렇지않다. 다가오는 새학기에 대해, 학기 시작 3월 업무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부담감은 설 이후 2월 중순으로, 말로 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막상 신학기 폭풍이 시작되는 3월이 차라리 낫다(3월은 막연한 불안을 느낄 겨를조차 없으므로). 폭풍전야와 같은 2월이다.
특히 올해 2월! 출근했더니 선생님들 사이에 막연한 걱정과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바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전면 시행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에 근무하지만 시험출제, 생기부입력 등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특수교사이다. 물론 우리 특수학급 학생들은 시간표의 절반 이상을특수학급에서 수업을받는다(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수학급 수업이 많아진다. 특히 입시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인문계고등학교에서는 더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특수학급 수업을 받은 내용이 기재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공식적인 생기부에는 특수학급 수업의 흔적이 남지 않지만 교내보관 문서상으로 조용히 남는다. 바로, 개별화교육계획!
학교의 교육과정 편제에 따라 이수 과목별 시수가 엄격하게 정해지므로일반 교과교사들은과목명이나 수업 내용을 조정할 수 없다.하지만특수학급에서는 어차피 학생들이 '표면적으로는'일반 교육과정 편제에 따르기 때문에, 과목이나 수업 내용을 정하는 것이 자유롭다.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라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을 말 그대로 '개별적 교육과정'을 짤 수 있다(물론 교육과정 내에서 내용을 가져오지만 이 내용을 수정하거나 여러 과목에서 뽑아 가져올 수도 있다). 이것이 특수학급의 번거로움이면서도 매력이다. 나는 이 과정이 물론 쉽진 않지만(정해진 것을 가르치는것보다는 확실히 번거롭다. 내가 많이 고민해야하니까),번거로움보다는 재미가 크다. 그래서 13년차가 되도록 특수학교에 가지 않고 특수학급만 맴돌고 있다.
이런 특성상 특수학급에서는 이미, 새삼스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등장하기 전부터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수업내용으로 교육과정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우선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를 거쳐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를 파악한다. 그리고 학생마다 다른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한다.이 개별화교육계획에는 기초학습기능 강화를 위해 읽기, 쓰기, 셈하기, 간단한 영어 사용하기가 포함된다.일상생활 훈련과 체험학습도 들어갈 수 있다.청소, 바리스타, 제과제빵, 요리, 원예, 공구사용, 포장, 조립과 같은 실습활동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학기말에는 이 모든 교육활동을 서술식으로 평가한다. 평가는 일반학급에서처럼 점수를 매겨 서열화하는 평가가 아니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교육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온화한' 평가이다. 이 모든 것이 '개별화교육계획'을 통해 특수학급에서는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데 2025학년도부터는 특수학급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여'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단다. 마치 대학교처럼,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학기 단위로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학급 학생들은 이수 조건이 약간 까다롭다. 바로 최소성취수준을 달성해야 하며, 조퇴나 결석 등으로 수업에 자주 빠지면 안 된다. 그러면 최소성취수준에 미달하지 않기 위해 보장지도를 따로 받아야 이수처리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미이수"가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최소성취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우리 특수학급학생들도 생활기록부상에 일반학급 교과에 들어가 있는데 그러면 이 성취수준에 도달해야 하나. 수능시험에 나올 법한 내용들인데 발달장애학생들에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우리 학생들은체험학습, 직업위탁실습, 현장실습등 교외활동이많은데. 이런 활동 하느라 통합학급 수업에 빠져서 미이수가 되면 어쩌지. 특수학급 학생들에게는 지금 고교학점제 체제를 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은가. 작년 2학기부터 스멀스멀 걱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역시! 특수교육대상학생에 대한 예외규정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있었다.
이 규정으로 인해 특수학급학생들은 고교학점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학업성취율이나 과목출석률에서 미달되어도 미이수처리가 되지 않고, 따로 보장지도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즉, 특수학급 학생들은..이전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평소처럼 올해도 개별화교육팀 회의를 거쳐 교육적 요구를 반영해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되겠구나 싶다. 막연한 걱정거리가 해결되니 안도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엉뚱한 의문이 들었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국한된 생각이 아닌, 오지랖 넓게도 그냥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드는 의문.
'기본 소양과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키워드인데,
1. 우리나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고등학생이 됐다고 기본 소양과 학력이 갖춰지는가
2.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언저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찰떡같이 파악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
꼰대같은 이야기지만 기본 소양과 학력은 전과목(국,영,수,과,사)을 두루, 반복해서,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가며 공부해야 제대로 쌓을 수 있다.초등학교 때 배운 것을 중학교 때 심화해서 배우고, 고등학교 때에는 이것을 더 세분화하고 심화(예를 들어, 사회가 정치, 경제, 지리, 역사 등으로 세분화되고 심화되는 것)해 기본소양을 탄탄히 쌓는다.
요즘 2030세대의 문해력이 낮다며 그 이유가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독서의 부족이라 꼬집는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 생각엔'선택과목'만 공부해서 그렇다. 모든 학생이 국영수과사 전 영역 수능을 보다가2005학년도 수능을기점으로 스멀스멀 '선택과목'이 개입되며 학생마다 시험을 보는 과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례로 사회를 너무 싫어하는 학생은 정치공부를 하지 않고 수능시험을 봤고, 그러자 성인이 돼 뉴스에서 정치분야의 이슈가 나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신문기사, 서적, 하다못해 직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자료집을 보더라도 자신이 고등학교 때 선택하지 않은 영역의 내용이 포함되면 이해가 어려웠다. 자연스레 이 세대부터 문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하도 여기저기서 문해력 저하 문제를 거론하니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독서논술학원을 보낸다는데, 사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당장 해야 할 것은 막연한 독서와 조악한 글짓기가아니다. 그 학년에 배워야 할 전 과목 모든범위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어휘력이 생기고 문해력이 향상된다.
'나는 특수교사가 되고 싶은데 미적분은 배워서 뭐 해'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이니 세계사같은 건 안 배워도 돼'
얼핏 보면 타당하게 느껴지는 생각들이다. 어릴 때 나랑 친구들도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돼 사회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학창시절의 공부가 단순히 지식을 쌓고 성적을 높이기 위한 것만이아님을 깨달았다.
공부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하기 싫고 어려워도 참고 끝까지 해 보는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 한다.
수능 끝나면 미적분을 펼쳐볼 일이 없다 해도 이걸 배울 때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하나의 개념을 배워 어려운 문제에 적용해 풀어내며 끈기, 집중력, 인내심을 기른다. 해냈을 때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인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시련이 닥쳤을 때 다방면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수 있게 되고, 힘들어도 견디며 끝까지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즉, '지혜롭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고등학교 교육과정까지의전 과목을 두루 공부해야 제대로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진로와 적성 측면에서도고교학점제는 섣부른 감이 있다. 일부 어떤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학생들(어린시절의 김연아 선수, 안철수 박사, 한강 작가님 등)이 아니고서야 고작 열일곱밖에 안 된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제대로 파악할까. 진로와 적성이라는 것은 당장의 느낌으로 선택한 과목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과목을 끝까지 공부해봐야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니 심지어 성인이 되고 한참이 지나도 나의 적성과 진로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가능한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해 기본 소양을 쌓고, 성인기 이후에 진로와 적성을 찾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며 이 제도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 물론 나는 특수교사이므로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별화교육, 장애학생 진로와 직업교육 분야에서는 일반 사람들보다 많이 알지만 사실 고교학점제의 깊은 뜻까지 온전히 알지는 못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주절주절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이다. 그리고 고교학점제는 이미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됐으므로 '그래서 이제와서 어쩌라고'라는 소리를 들을만 한, 제대로 뒷북치는 글이기도 하다. 겁 많고 소심한 선생인 탓에 교육감님에게 정책을 제안하거나, 하다못해 교내 교직원 회의시간에도 이런 이야기 입도 뻥긋 안 했으면서 카지노 게임에 이렇게.. 주절주절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