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턴싱
22살, 고졸. 군대를 다녀온 후 지방에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였다. 수능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는 왜 그러냐고 했다. 그냥 그러지 말고 공대 잘 졸업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라고. 군대 다녀와서 어떻게 수능을 다시 보냐고, 기억이 안 나지 않냐고. 물론 잘 기억이 안 나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없었던 의구심도 생기곤 했다. "이러다가 정말 인생 꼬이는 거 아니야?"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다. 대학교를 다시 가든 못 가든, 나는 생물학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홀로 도서관에 틀여박혀 공부를 한 지 1년. 나는 대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26살, 대학교 졸업반. 나는 의과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했다. 뜻을 가지고 시작한 호스피스 봉사활동 과정에서 의학에 큰 매력을 느껴서였다. 의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통합된 학문 같았다. 서울대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한 나는 서울대병원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의대에 지원하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말렸다. "거긴 박사급 논문 몇 편이 있고, 천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에, 3년 조기 졸업을 해도 쉽지가 않을 걸?"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런가도 싶었다. 괜히 소중한 원서를 날려서 1년을 허비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서울의대에 가고 싶었다. 호스피스와 같이 진취적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자면, 의학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믿지 않기로 했다. 노력 끝에 결국 그 해 나는 서울의대에 입학했다. 자연과학도가 쓴 철학 졸업논문 한 편과, 천 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봉사활동, 그리고 정직한 4년 졸업장과 함께.
30살, 의대 졸업반. 나는 정신의학에 관심이 생겼다. 아직 이 분야에는 많은 당면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반면 호스피스는 그 이후의 시대에 다가올 과제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나는 사람들이 병원 밖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심리 문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병원 밖으로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자 했다. 주변에서는 제정신이냐고 했다. 서울의대 졸업하고 의사 생활 잘 하면 그래도 적당히 안정적으로 살아갈 순 있을 텐데, 왜 그 길에서 벗어나냐고 했다. 지금 그런 시도를 하기에는 늦은 나이라는 말도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내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을 하고 있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병원 밖 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몇 번의 투자를 유치하고, 세 번의 정부 과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스타트업 2년차, 여러 가설 검증들이 실패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돈을 내고 쓰긴 쓰는데, 그것이 그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고 난 뒤였다. 여러 토론 끝에 내가 과감한 주장을 했다. "그러면 진짜 약물에 준하는 수준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을 만들어내자. 그러면 되는 거 아니냐?" 반대가 많았다. 그런 거는 정신의학을 수없이 공부한 연구소에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런 연구소에서도 그렇게 연구해도 쉽게 만들 수 없는 거고, 그래서 아직 이 세상엔 그런 게 잘 없는 거라고. 우리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괜히 객기 부리다가 투자금만 날려먹고 인생을 허비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정말 이 문제를 잘 풀어내며 동시에 기업으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으려면 정말로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팀원들과 수많은 서적들과 논문들을 분석하고 적용하며,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우리는 항우울제에 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디스턴싱'을 만들게 되었다. 그런 디스턴싱을 통해 어떤 사람들은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수년 간 약물치료, 심리치료 안 해 본 게 없었지만, 디스턴싱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찾았다고 말한다.
나는 디스턴싱을 만들면서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심리치료 기법들을 다 검토했다. 그 많은 기법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낸 사실이 하나 있다. 결국, 생각이 '나' 자신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는 점. 생각을 정말로 그렇게 볼 수 있다면 마음속에 어떤 의심이 떠오르더라도, 어떤 우울과 불안이 인생을 짓누르더라도, 우리는 그것과 무관하게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투신할 수 있기 마련이다.
짧은 삶이지만, 내 삶에는 수많은 격변기가 많았다. 좌절스러운 순간, 의심스러운 순간, 치욕스러운 순간도 넘쳤다. 스스로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때론 모자라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순간들에 굴복하진 않았다. 내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단계적인 변화들을 밟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나 스스로가 이 이론에 깊은 애정을 지니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디스턴싱을 통해 삶을 크게 변화시켰던 것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고 알려진 그 수많은 심리치료 기법들은, 모두 비슷한 결론을 향하고 있다. 생각은 실제가 아닌 하나의 심리적 사건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다 믿지 않기로 카지노 게임.
<나는 내 생각을 다 믿지 않기로 카지노 게임는 저와 디스턴싱 팀이 우울, 불안에 빠져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인지치료 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심리 서적입니다. 거의 대부분 내용은 임상적으로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 이론들을 차용하였고, 의식에 관해서는 불이이원론의 깊은 깨달음을 포함하였습니다. 저는 마음이 치유되는 원리를 의식에 대한 철학적 관점까지 포괄하여 하나의 일관된 개념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서적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디스턴싱 프로그램과 병행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께서 우울과 불안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여러분이 원하는 삶을 향해 힘차게 내딛는 중요한 발판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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