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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Feb 08. 2025

하루만 더 참을걸… 카지노 쿠폰 해지의 아이러니

가족과 함께 정말 너무나 오래간만에 석촌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눈이 오고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추운 날씨 때문인지 호수는 얼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해가 지자 풍경은 더욱 운치 있었고, 그 순간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도 새롭게 바뀌어 있어 주문하는 것조차 즐거웠다. 조용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신나게, 그리고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날 즈음, 직원이 영수증을 들고 자리로 왔다. 그 순간, 나는 고민에 빠졌다. 며칠 전 새로 발급한 신용카지노 쿠폰가 이곳에서 할인이 될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지노 쿠폰를 내밀었다.

"이거 할인 적용되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잠시 후 직원이 돌아왔다.

"고객님, 이 카지노 쿠폰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나 싶어 다른 카지노 쿠폰를 내밀었다.

"그래요? 그럼 혹시 이 카지노 쿠폰는 어떤지 체크해 주시고, 만약 이것도 안 되면 처음 드린 카지노 쿠폰로 결제해 주세요"

잠시 후, 직원이 다시 돌아왔다.

"두 카지노 쿠폰 모두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처음 카지노 쿠폰로 결제 도와드렸습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이곳은 집에서 가까워 부담 없이 올 수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던 카지노 쿠폰로 10%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기념일마다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전날, 나는 그 카지노 쿠폰를 해지했다.


'요즘 자주 가지도 않는데. 할인 필요 없겠지. 마일리지 적립률이 더 높은 카지노 쿠폰가 더 유용할 거야.'


그랬단. 나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더 적립하고 싶은 욕심에 이곳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던 체크카지노 쿠폰를 단 하루 전에 신용카지노 쿠폰로 바꾸었다. 10년 넘게 사용한 체크카지노 쿠폰는 처음에는 나의 소비 습관을 관리하기 위해 선택한 카지노 쿠폰였다. 그때는 아이도 어렸고, 회사에 매여 있어 해외여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코로나 기간이 오면서 마일리지를 쌓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 해외여행을 가겠어? 마일리지 쌓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거 아닐까?'


그러나 코로나가 끝나고, 아들이 대학을 갔다.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웠던 이유들이 사라졌다. 겨울방학 동안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내 카지노 쿠폰 사용 방식이 '비효율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일리지 적립이 빠른 카지노 쿠폰를 써야 해. 결국 중요한 건 무료 항공권이잖아.'


내가 사용하던 체크카지노 쿠폰는 연회비가 2만 원이었고 마일리지 적립이 신용카지노 쿠폰 보다 70% 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새로 발급한 신용카지노 쿠폰는 연회비가 4만 5천 원이지만 마일리지 적립이 1.5배 더 빠르고, 공항 라운지를 2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계산은 단순했다. 체크카지노 쿠폰를 유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나는 10년 넘게 써온 카지노 쿠폰를 하루 전에 해지했다. 그리고 연회비 2만 원 중 2천 원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나는 1만 원의 할인을 놓쳤다. 결국, 연회비 2천 원을 아끼려다 할인 1만 원을 놓친 셈이다.


내 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싸우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하루만 더 참을걸. 2천 원 받으려고 괜히 서둘러 해지했어.;

'아니야. 넌 현명한 소비를 한 거야. 어차피 안 쓸 카지노 쿠폰였잖아'


나는 과연 '현명한' 소비를 한 걸까?

아니면 하루만 더 참았으면 피할 수 있었던 아이러니한 선택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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