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장학 Mar 28. 2025

아내가 본 나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결혼의 전제조건인 줄 알았다. 아니다 알게 된 건

집요하게 연락하며 지치도록 조르던 남편 덕분이었다. 못살게 굴길래 그래 결혼하자 했었다. 부모님과 처음 만난 날 걱정했던 아버지가 덥석 승낙하셨다. 어떻게 한번 보고서 허락을 하셨나, 눈이 맑더라. 그게 이유였다. 아버지는 눈만 보셨다.


오래전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지금도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눈만 맑았다. 극도의 외향적 성격에 담배도 즐기고 술도 사랑하며 친구를 좋아하고 모임을 도맡았다. 덩달아 피곤하고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긴 세월이었다. 남편 이름엔 늘 파란만장, 다이내믹 같은 단어들이 따라다녔다. 대충 돌이켜도 즐거움을 훨씬 능가하는 수많은 실수와 고난의 기록이 앞서 보인다. 형식과 격식보단 편안함이 첫 번째고 나이에 상관없는 젊은 취향도 두드러져 보이지만, 그만큼 아슬아슬 위험이 같이한다. 때로는 기발하고 어떨 땐 엉뚱하고, 웃음과 짜증을 희한하게 유발하는 이 사람의 캐릭터는 지루할 틈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걸맞게 여행을 좋아하고 외국어에 능통해 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도시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줬다. 물론 외국 길에서도 지치도록 걷게 하는 타고난 역마살 덕에 죽겠다, 베갯잇 꽤 나 적셨다.


재밌는 인생 만들어 드린다고, 하느라 한 건데 미안합니다.


식탐은 많은데 식성은 밉상이다. 차거나 뜨겁거나 맵거나 짜거나. 적당한 중간이 없는 본인 성격 그대로다. 안 먹거나 못 먹는 게 이래저래 다양한데 희한하게 일관성도 없다. 구운 고기는 먹고 젖은 고기는 안 먹는다. 어리굴젓은 먹고 갈치속젓은 못 먹는다. 생선 취향인데 회는 별로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그냥 먹는 법 없이 항상 본인 취향으로 양념을 가미한다. 당연히 요리도 곧 잘온라인 카지노 게임 편. 맛의 완성도를 중시하니 대충 한 끼 때우는 법이 없다.


식성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성격을 내보이는 하나의 근거가 되듯이, 살아온 모습도 다르지 않아 인간관계며 사업 스타일이며 대외 활동들이 유사하다. 다양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많이도 알지만 깊게 정을 나누는 이는 극히 소수이고 사업을 해도 적당한 안정주의보다는 위험을 끌어안고 벌리는 체질이며, 행사를 맡으면 역대 최고가 목표다. 스스로 피곤하고 자신이 힘들고 늘 손해고 항상 바쁘다. 명분보다 실리를, 애달프게 부탁하고 협박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인간임을 매번 확인했을 뿐이다. 여유가 없는데 여유 있는 이들의 체질을 가졌으니 아쉬움도 답답함도 본인 몫이다. 늘 얘기했다. 조선에 태어나 한량으로 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지금 세상을 만나 고생이 많다고.


세월을 보내고 힘든 시기를 지나며 음식 가림이 줄었다. 앞에 놓인 한 끼의 소중함이 더 느껴진다 했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가 모를 깎온라인 카지노 게임고 까다로움을 줄여 놓았다. 무난함으로 이동하는 순응의 진전을 환영한다 했지만, 의기소침이나 포기의 모습일까 차라리 그대로였으면, 한 가닥 속마음 있음도 부정하긴 어렵다.


정말입니다. 배부른 게 축복인 걸 느끼고 있습니다.


딸 둘을 키웠다. 한 살 차이 자매는 유달리 사이가 좋다. 남편은 이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자 했다. 중학교 입학 후로는 성적표 한번 보지 않았고 대학입시 때도 철저히 무심했다. 잔소리며 야단침 대신 그저 고민과 걱정,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하는 가장 편하고 기댈 곳이 되는 아빠가 되려 노력했다. 당연히 아빠가 그런 만큼 일들은 내게로 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가는 딸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들 공부에 관심 좀 가져보라 얘기도 했지만, 남편은 뭐라 한들 본인이 할 일이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가장 원론적인 변명으로 예민함을 피해 갔다. 머리가 커가면서 이미 통제를 벗어난 딸들이 때때로 부딪혀 오고 서운한 감정을 일으키곤 했지만, 남편은 참고 기다리고 이해하는 모습으로 딸들을 보듬고 양보했다. 어느새 딸들 편이 된 나도 남편에게 심했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마저 남편은 자기 탓이다며 분란을 잠재웠다. 나이 먹어 기가 빠진 건가 수양이 돼서 감정조절이 잘 되는 건가, 가끔은 그런 남편이 슬며시 가엾기도 안심되기도.


고맙습니다. 당신 덕에 딸들 참하게 잘 컸습니다.


글로벌 회사의 한국사장일 때가 봄날이었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불안은 현실이 됐다. 사고는 생각지도 않은 일을 지칭하는 것이라 갑작스러운 고난이 가족에게 닥쳤고 모두가 힘들게 생활을 꾸려야 했다. 딸들이 나름의 자리를 잡은 사회인인 게 다행이었다. 사고와 사업 실패의 후유증은 쉽게 극복할 게 아니어서 얼마나 걸릴지 회복의 셈은 도저히 어렵지만, 희한하게 남편은 끝없이 씩씩하다. 그 맑던 눈은 이제 노안이 되고 거침없던 활개는 확연히 접혔지만 갈 길 멀고 할 일 많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직도 여전하니, 그래서 다행이고 그래서 살아간다.

쉽게 잠 못 이루다 새벽녘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들이키는 당신 소리를 들으며 나도 그렇게 깨어있어요. 믿습니다. 그게 당신이고 그래서 결혼했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으니 잃지 말기를 그 당당함을.


믿어주는 당신과 딸온라인 카지노 게임 있으니, 그러니 씩씩할밖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