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의 한 수를 배우다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 오려고 한다. 오늘 찬거리를 고민하다가 마트로 향했다. 붉은 줄기를 뽐내는 돌미나리가 나 좀 봐주세요~한다. 얼른 한 팩을 집어 들었다. 생각할틈도 없이 거의 반사적이었다.
'아니 이 정도면 씻어 데쳐놓으면 한 주먹 밖에 안 될 거야.'
두 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싱싱해 보이는 것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른 걸 사러 갔다가 그 붉은빛에 유혹당했다.
난 미나리향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지난번에 샀던 미나리에게는 좀 실망했던 터였다. 전도 부쳐 먹고 소고기 찌개도 끓였었는데 향이 예상에 못 미치니 그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았었다.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결핍은 마음 한쪽에 자리하곤 날 좀 달래 달라고 소리 없이 아우성쳐댄다. 요리 동영상에서도 요즘 미나리가 한창이라고 여러 요리를 소개해주고 있다.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미나리 누군가 해주는 요리로 받아먹으면 좋겠지만 내 팔자가 그리 편한 팔자가 못 되는 지라 그런 요행을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제는없었는데 그 때깔 고운 미나리가 오늘 내 눈에 딱 띄었다. 좋아~ 야들야들해 보이는 것이 딱 지금 먹지 않으면 안 되게끔 이쁘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물을 올렸다. 물이 끓는 동안 미나리를 씻으며 한 줄기, 두 줄기, 세 줄기.. 입속에넣어 본다. 향긋한 향내가 좋다~!! 이걸 무쳐두었다가 애들 주먹밥도 해주고 김밥도 싸 먹어야지~ 그냥은 먹으래도 죽어도 안 먹는 우리 집 남자들에게 먹일 생각을 하니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오려 한다.
동영상에서 제공하는 꿀팁들을 참고해서 데쳐보았다. 너무 오래 데치면 질겨진다는 둥, 물을 끓인 후 불을 끄고 미나리를 넣는 방법을 해보라는 둥.. 난 새로운 두 번째 방법에 마음이 끌리긴 했지만 약간 불을 붙여두다가 바로 끄는 콜라보(?) 방법을 선택했다. 너무 많이 짜도 안되고.. 암튼 "적당한 정도"를 포착하는 것이 나물 요리에선 최고로 어려운 포인트이다. 데치는 시간도 물기 짜는 정도를 멈추는 포인트도 정확히 알고 싶지만 정확한 설명을 듣는다해도 내가 실행하는데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 건 경험으로 터득해야 하나.. 난 할 때마다 나물 상태가 다르니 족집게 요리 선생님이 필요할 것 같다.
요즘 요리 동영상을 주로 보는데 자주등장하는 식재료가있다. 바로 "참치액"이다. 액젓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액젓으로 대체해서 레시피를 변형해보기도 했었는데. 얼마 전 들어온 선물세트에 참치액이 섞여있는 것이 아닌가! 당장 꺼내서 요리에 활용해 보았다. 진짜 신세계를 만났다. 적당한 짠맛에 더해지는 단맛에서 조미료를 넣은 듯 입이 즐거워지는 맛이 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아무래도 필수로 챙겨 구비해두게 될식재료가 될 것 같다.
처음으로 적용해 본 것은 북엇국~! 성공적이다~
오늘은 미나리 무침에 넣어 보았다.
조금 넣으려다 조금 넘쳤다. 너무 짜지 않을까, 조마조마 맛을 봤는데 나쁘지 않다. 정말 신기한 맛이 났다. 나물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집 남자도 맛있다고 한다. 행복을만났다. 내일은 미나리 넣고 김밥을 싸 보아야겠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들이 물 밀듯이 들이닥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언제까지 옛 방식만 고수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적절히 내게 유익한 것들을 골라서 취해보고자 한다. 새로움은 용기를 가져다주는 신기한 녀석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