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시험 감독
한참 전에 이미 학부모 시험 감독 신청서를제출하였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이런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었다. 평소대로라면 별생각 없이 마냥 설렜을 것이다.오랜만에외출복(봄철 유일한 외출복인베이지원피스)을 입는 설렘, 집안일 말고 다른 것을 해본다는 설렘, 거기다가맘이 잘 맞는 새로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 그로 인해 과외 학생이 또 하나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등등. 내가 아는 이윤정은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냥 '시험 감독'이라는 순수한 목적에 초점을 두고 선택한 것임을 밝혀둔다.새로운 사귐에 대한 환상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때 참석했던 학부모 총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력하게 뇌리에, 내 가슴에 남아있다. 이번엔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출발했다.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구김이 나려 하면 '이 정도는 예상했잖아~'라고 다독이리라 다짐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 학부모 총회에 처음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아이가 커나가면서 생기는 고민거리를 함께 나누고픈 친구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만나고 싶어서 참석했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셋이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둘, 차례로 도시로 이사 가버리는 통에 난 소통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가까이 지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없게 되니 새로운 만남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첫 경험이 그리 유쾌하거나 유익하지 않았다. 내가 물론 뒤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다른 학부모들과 나이 차이가 있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어쩜 사람들이 이리도 경계하고 다가서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거기에 참석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자신들이 이미 친분을 쌓고 있던 상대 외엔 싸늘한 눈빛과 경계의 눈빛을 쉬이 풀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친구 사귐"은 애초에 그런 곳에서는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학부모 총회가 있던 날은 봄철 체험학습이 이미 결정되어 안내장까지 모두 배부된 후였음에도 체험학습 장소가 많이 가본 곳이라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부터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까지맘에 안 들기 시작했다. 그불합리한의견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려고 애쓰는 담당 선생님도 안쓰러웠다. 무언가 생산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예상과 관심도에서 점점 멀어지는 회의 진행이 이어졌다. 곧 피곤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녹초가 된 몸을 철푸덕 늘어뜨렸던 기억이 있다.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질 않았다.학교일에 숟가락 얹으려했던 내게 무참함을 안겨준 첫 모임이었다.
이번에는 이미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나갔으니 좀 낫겠지... 싶었다. "시험 감독"이라는 명분만 쌓고 돌아오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그 잠깐의 대기 시간마저도 내 예상과는 또 달랐다. 같은 목적으로 모였고 지금 그곳에 모인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들 그. 런. 표. 정! 을 하고 그런 눈. 빛! 을보내고 둘러앉아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학부모 회장으로 보이는 한 분 빼고는 다들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녀도 행사를 주관하는 회장이란 직함이 없었다면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나처럼 아는 친구 하나 없는 사람은 열명 정도 모인 소박한 규모의 자리에서 조차도 소외감을 느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조차 인사가 어색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인지 한국에서 아이를 기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존재들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왜 이렇게 밖에 어울리지 못할까. 안타까운마음이 가득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는 또 분위기가 다를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장이나 유명강사의 강연장이나 심지어 촛불 집회에서도 주변인과 나누는 따뜻한 눈인사는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자식문제가 걸려있는 곳에서는 더썰렁한 바람이 불까. 더 다정하고 더 따뜻하고더 편안하고더부드러울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초등학교 영재교육 오리엔테이션에서 아이의 친구로 보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인사를 건넸다가 돌아온 싸늘한 반응에 놀랐던 것까지 포함하면 나의 마음이 점점 닫히게된것도 이상할 게아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가 몇 학년이에요?"
"3학년이에요"
"아, 우리 애는 1학년인데~"
"1학년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저쪽에 있는 거 같던데~"
"아, 그래요?"
충분히 서로의 이야기가 들렸을 거리임에도 그쪽에 있던 1학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중 어느 누구도
"1학년? 누구카지노 게임 사이트세요? 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예요"
라고 나의 질문에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의사를 전달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아무도 없었다.
참으로 씁쓸한 순간이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고 눈에 낯이 익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었지만 눈 마주침조차 피하는 모습..
이렇게까지경계하는 이유가 뭘까...
서로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걸까..
진짜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는 왜 이렇게밖에 서로를 바라보지 못할까.
<시험감독 후기
시험 감독 신청을 하기 전에 담임 선생님께 문자로 여쭈었다.
선생님께서 많이 신청할수록 좋다고 하신 말 뜻을 알 수 있었다. 2인 1조로 한 교실에 들어가는데 학부모 수가 부족하여 어느 반에는 교사 2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으니, 학부모 신청이 많으면 운영하기에 더 좋다는 뜻이었나 보다.
OMR카드를 4~5번 교체했던 어느 한 여학생 덕에 중간에 나와 OMR카드 심부름도 하고, 질문 받으러 오신 교과담당 선생님께서 다녀가신 뒤에 질문거리가 생긴 학생 덕에 선생님 호출 심부름도 하고.. 나름 내가 쓸모를 다하고 돌아온 것 같아 뿌듯함도 챙겼다.
쉬는 시간 중간중간 만나는 큰아이친구들의 인사는 고마웠고 밝게 보내주는 "안녕하세요"와 특히 ♧♧가 보내 준 "조심해서 가세요~~~"라는 인사는 내 아들에게서는 못 느낀 다정함도 느낄 수 있었다. 무작위로 들어간 교실에서 만난 과외학생들의 얼굴을 볼 때는 묘한 스릴감도 반가움도 느낄 수 있었다.가만히 서 있거나 조심조심 교실 뒤에서 걸었음에도 고된 일과였나 보다. 집에 돌아와 외출복을 벗는데 어깨가 뻐근했다.
어색한 만남이 산뜻하고 유쾌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은 내게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기말고사 때에도 감독 신청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내 아들이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낀다 하니 신청할 것이라고 하겠다. 다른 불편함은 나의 중요한 결정 기준 요건에서 배재하겠다.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은 달리 할 필요를 느낀다.
[세상물정 알아가는 윤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