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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학준 Mar 22. 2025

2025년 첫 북토크

250321, 어쩌다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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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북토크를 진행했다. 올해 들어선 처음이다. 스무명 남짓한 분들이 자리해 주셨다. 책방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들떴다. 차분하게 천천히 말해야지 다짐했지만 결국 끝나갈 무렵이 되어가자 다시 주접을 떠는 자아와 부끄러워하는 자아가 쌍으로 드러나면서 말이 후루룩 나와버렸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의 대강은 했고, 지금까지 했던 북토크들 가운데 가장 후련(!)한 편이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나눴으니까. 그곳에서 나눴던 이야기들 가운데 밖으로 내기 어려운 말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여기에갈무리해둔다.




Q. 인사를 하자면.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13년째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방송노동자 오학준이라고 합니다. 방송국에서 PD로 오래 일했고, 여러 부서를 전전했습니다. 지금은 유튜브 채널을 담당하고 있고, 연내에 TV 프로그램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아마도시사 프로그램으로 옮기게 될 듯한데, 확실하진 않네요. 아직 책을 한 권밖에 내지 않았기에 작가라는 말이 좀 어색합니다.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러 금요일 저녁이라는 귀한 시간을 내어 자리해 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모쪼록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원래대로면 오늘이면 헌재에서 선고가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좀 아쉽네요. 그래도 오늘이 춘분이라면서요? 오늘부턴 낮이 길어질 겁니다.


Q. 근황?

A. 뉴미디어 팀에 있습니다.이제 3년차네요. 담당하는 채널은 교양 프로그램의 유튜브 요약본을 만들고, 버티컬 채널로서 본방송과 연계된 프로그램들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곳입니다.종종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홍보가 필요한 경우나 별도의 채널이 없는 신규 프로그램들의 홍보를 담당하기도 합니다.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담당해요.방송국 내의 뉴미디어 부서로서 가지는 장점과 한계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한계부터 말하면 아무래도 방송국의 주요 사업이 유튜브는 아니라는 데에서 오는 좌절감이죠. 그리고 날것의 반응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습니다. 댓글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좋은 댓글은 별로 없습니다. 애써 공들여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래도 거기 휘둘리지 않고 그 안에서 어떤 경향들이 있는지를 발견하려 애쓰다보면 콘텐츠의 활로가 좀 보일 때도 있습니다. 물론,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구독자 증가세가 꺾였고, 고정 시청자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저희가 잘 하느냐 아니냐의 여부보다 연계된 본방송의 성적이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미치는 방송국 버티컬 유튜브 채널은 아마도 올해가 정말 고비가 아닌가 싶어요.


Q. 지난 북토크 경험은?

A.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번, 플랫폼P에서 한 번, 서울대에서 한 번. 총 세 번 정도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세 번 제가 생각하기엔 다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했어요. 각각 다 성격이 다른 강연이었고, 북토크라는 것도 처음 해보는 거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어요. 특히 책이 나오고 나서 얼마간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서 이미 이야기를 다 했는데, 굳이 더 이야기할 게 남았나? 그래서 자꾸 말이 비는 거죠.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뭘로 채우지? 하다보니까 시덥지 않은 말도 하게 되고. 아마 플랫폼P 북토크에서 보셨을 거에요. 주저리주저리, PPT에 뭔가 잔뜩 적어 놓고 소통이라기보다는 학교 수업처럼 줄줄 훑어나갔던 제 모습을. 대학교의 재미없는 수업시간 같은 그런 모습.


부담스러웠나 봐요. 말과 글의 괴리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온 사람이 내 말하는 모습에 실망하면 어쩌지? 말이 속빈 강정처럼 느껴지면 어쩌지? 여전히 불안했던 거죠. 저라는 사람을 온전히 내보이기에 제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겁니다. 여전히 장벽을 치고 있었어요. 내향인이라서 더 그래요. 최강록 셰프처럼 더듬으면서도 충분히 자신의 진심을 내보일 수 있었을텐데. 시간이 좀 지나고 감정들이 가라앉고 나니까 매번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그들에게 제 진심을 내보일 수 있는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 싶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혼자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나 싶고요. 책을 읽고 오신 분들일텐데, 그 분들께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의문들이나 감정들을 같이 공유하고 제 나름대로 대답을 드리는 그런 기회인데,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요. A/S를 본격적으로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를 좀 내려놓고, 진심으로 다가가자는 생각을요. 오늘은 그래서 같이 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로 만들어보고 싶네요.


Q. 출간 이후 인상깊었던 경험

A. 동기랑 밥을 먹는데 책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걱정했는데잘 봤다고, 자기도 비슷한 고민을 했고, 회사를 그만두려 할 때 다른 부서에서도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그런 점에 위로를 받았다고, 그게 동기라서 좋았다고 이야기 해주더라고요. 한 선배는카페에서 마주쳤는데, 등을 두드리면서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네가 그때 많이 힘들었구나, 하면서 잘 읽었다고 하고 웃으면서 가기도 했고요. 사실 책을 쓰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아무래도 저와 동료의 이야기다보니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많았거든요.그런데팀원들이 잘 읽었다고 고맙다고 해주고, 같은 프로그램을 했던 동료가 자기만 알고 있었던 당시의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과정들을 겪고 나니 쓰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아는 과거, 제가 보는 시선은 요만큼인데 그것들을 보충하는 또 다른 시선들이 덧대어질 수 있는 그런 뼈대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나름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반려인도 책을 열심히 읽고, 제 절반의 삶에 대해서 나름 자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집에서 회사 이야기를 자세하게는 안 하는데, 책에단 다 해놨으니까 좋은 교재였던 거죠. 이 책이 그리고 시리즈인데 제 바로 뒤에 출간된 책이 <박소영의 해방이라는 책입니다. TV조선의 박소영 기자님이 쓰신 책인데, 여기서 북토크도 하셨던 걸로 알아요. 기자님이 책을 보고 좀 많이 흥미로우셨던 모양입니다. 어떻게든 소개를 해주고 싶다고 애써주신 덕에, 조선일보에 작고 소중한 신간 소개가 실리기도 했어요. 그것 보면서 작은 호의가 사람을 살리는구나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책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동력이 다 그런 작은 호의들 덕분이었거든요. 네 책을 보았어, 네 책의 이 부분이 좋았어, 네 이야기의 이런 부분이 와 닿았어 하는.


Q. 집필의 계기?

A.서평을 장기 연재하고 있었는데, 아마 바비 젤리저의 <저널리즘 선언에 대한 서평을 올린 후였을 거에요. 편집자님께서 DM을 보내주셨더라고요. 그 글이 마음에 드는데,책 한 권 쓰자.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오랫동안 마음에서 굴러다니고는 있었는데, 구체적인 형태가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많이 망설였습니다. 무슨 책을 쓰자는 건가 물어보니, 시리즈로 내는 책인데 현직에 있는 PD와 기자들이 ‘저널리즘’을 체화하고 있는 그 모습들을 좀 진솔하게 담고 있고 그 시리즈의 한 부분을 맡아달라는 겁니다. 진짜 망설여지죠. 저널리즘이라니. 책에도 썼지만, 교양PD에게 저널리즘 혹은 저널리스트라는 건 분명하게 정체성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일부’에 불과합니다. 내가 과연 저널리즘에 대해서, 저널리스트로서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을까?


마음 속에 있었던 불분명한 욕망의 실체를 좀 꺼내봅니다. 분명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메모를 해뒀죠.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프로그램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 과정에 미치는 다양한 힘들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들어내는지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보고 있으려니, 이 과정에 대한 오해들도 있을 것이고 답답함들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심지어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도 부서라는 장벽을 넘어서질 못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들로 감정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을 좀 진솔하게 꺼내본다면, 사람들도 교양PD, 교양 프로그램, 교양국에 대한 자기들의 생각이나 고민을 여기에 잇대어볼 수 있지 않을까. PD라는 직업의 민낯을 볼 일이 많이 없는데, 스타PD 한 둘이 아니라 대부분의 PD들이 겪어야 하는 보통의 삶에 대해서 알려준다면 이 시리즈에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의 형성기인 동시에, 그 사람이 겪어야 했던 방송국의 여러 단면을 보여드리는 유랑기인 셈이죠. 한 마디로 줄이면 ‘어쩌다’입니다. 어쩌다 이런 글을? 어쩌다 이런 생각을? 어쩌다 이런 자리에? 인 셈이죠.


Q. 책과 책방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A.망원역에서 내려서 망원시장쪽으로 가다보면, 좁은 골목길이 하나 나오죠. 주택들이 늘어서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이질적인 질감의 건물이 하나가 나옵니다. 그리고 두 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는 1층에 어쩌다 책방이 있었죠. 학교를 다니면서 동네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꼽는 사람으로서, 길을 걷다 책방을 만나면 왜 그렇게 반가웠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나봐요. 반가웠습니다. 어쩌다 여기서 책방을 운영하시는 걸까? 싶고, 한 편으로는 이유야 무엇이든 책방을 운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싶고. 사양산업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교양 프로그램이나 책이나. 저도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요?


일단 책방이 보이면 들어가는데,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서재 훑어보기입니다. 남의 집에 가서도 서재가 있으면 일단 책 등을 쭉 훑어보는 게 관례죠. 저는 책방도 일종의 서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조금 공개적으로 전시할 뿐이지, 작은 책방들은 책방 주인의 관심과 취향을 드러내는 공공 서재인 거죠. 통창 너머로 보니 책들이 참 정갈했습니다. 많지 않았지만 하나 하나 공들여서 꽂아둔 책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와야겠다 싶었습니다. 당시에 좋아했던 정세랑 작가, 김한민 작가 책들도 있어서 반가웠고요. 그리고 더 좋은 건포장을 해주는 겁니다.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있구나. 그래서 이 책방을 좋아했어요.


2018년, 2019년이 저에게 좀 많이 힘들었던 때입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부침이 좀 많았는데, 일하면서 결정타를 좀 얻어맞았거든요. 책에서는 간접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카지노 게임 추천로부터 상처도 받고, 상처도 주고, 일에 대한 회의도 깊어지고. 특히 안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최근에 본 <소년의 시대에 가해자의 부모가 겪는 고통이 자세하게 나오지요. 취재하는 입장에서 그 부분을 잘 알면서도 드러낼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라는 게 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라는 또다른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출 수 없는 시간들을 겪으면서이런 취재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요. 잘못한 애들은 반성하지 않고, 부모들 대부분은 아이를 감싸고 돕니다. 유일하게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기 사연을 털어놓은 사람만이 견디지 못합니다.이게 누구를 위한 방송인 건지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냥 이 취재 자체를 하면 안 되었던 걸까? 자책도 심해져서, 저는 아예 일을 그만둘 생각으로 휴직계를 냈고요. 그런 시기였습니다.


그런 고민들 때문에 제 일 자체가 너무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아예 그만둘 생각으로 반년 넘게 방랑을 한 거고요. 그래도 사람이 살아야 하니 어딘가 숨쉴 데가 필요했던 거에요. 그래서 많이 돌아다니면서 서점들이 보일 때마다 숨었습니다. 울기도 하고 꼼짝 안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그럴 때마다 숨어 있는 보석같은 책방들에 들어가면 짧게나마 걱정이나 고민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그냥 서가 앞에서 부유하는 영혼이 되는 겁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어느 책의 바다에 빠져들까. 그러다보면 오늘의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집에 책 하나 사서 들고가서 시름을 잊은 채 밥도 안 먹고 읽는 거죠. 그렇게 하다가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죽지 않은 거죠. 사람 하나 살리신 거라고 봐야죠. 이 책방이.


Q. 왜 실패와 주변이 키워드인지?

A.반문할 수 있어요. 좋은 학교 나와서 배 곯지 않고 제 때 졸업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상파 방송국에 늦지 않게 붙어서 10년 넘게 안 잘리고 일하고 있으면 그게 실패인가? 그게 주변인가? 맞아요, 누군가에게 이것은 큰 성공이고, 사회적으로 봐도 주변부는 아닙니다. 저는 실패와 주변이 오로지 제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단어를 가져다 쓴 게 아닙니다. 자기연민을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제가 의도한 건, 남이 보기엔 중심이라 생각한 것에도 주변이 있고, 자기가 중심부에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도외시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이 ‘패배감’에 대해서 말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제가 주변으로 밀려난다고 해도 중심부의 주변일 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밀려나는 감각 자체를 설명하면 안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겉에서 보면 균질해보이는 중심부이지만, 이 안에도 얼마나 많은 균열이 있는지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조직과 조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등, 끊임없이 중심과 주변을 구분짓는 힘이 이 좁은 곳에도 있습니다. 그 구심력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 있는 상태에서만 보이는 것들을 포착하려면 주변과 실패라는 단어가 필요했습니다.


김홍중 교수의 책 중에 <마음의 사회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책에 등장하는 개념 중에 마음의 레짐이라는 개념이 있죠. 한 사회를 구성하는 윤리적 지향, 감정의 구조, 사유의 방식, 미학적 취향의 총체이고 이것이 자기 주체의 형식을 산출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죠. 저는 범속하게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마음의 틀인데, 어떤 사람들이 특정하게 행동하거나 부끄러워 하거나, 자랑스러워하게 만드는 틀이라 이해했습니다. 교수님은 한국 사회 전체를 분석하려고 그 개념을 정교하게 사용하셨지만, 저는 아주 좁게 그리고 범속하게 생각해서, 이 방송국이라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레짐이라는 것이 있다면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에도 규범적인 우세종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일에 몰두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지치지 않고, 주변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없고, 중심부로 가기 위해서 타인을 도구로 삼는 데 거리낌이 없는 그런 주체들이 중심에 설 자격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체로 만들어가는 틀에 방송국 사람들을 밀어 넣죠. 그에 걸맞지 않은 사람들은 튕겨나가고 갈려나가거나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심에 선 자들의 주체화 양식을 동경하곤 합니다.그렇게 살지 않으면, 그렇게 되지 않으면 방송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건가? 진지하게 분석한건 아니지만, 이게 제 궁금증입니다. 방송국은 대체 뭐고, 여기서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주체화 양식은 뭐고, 사람들은 어떻게 갈려나가거나 탈피하는가. 그리고 그런 우세한 레짐이 아닌, 다른 형태의 마음의 레짐을 가지고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이 방송국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어야 하는가. 확실치는 않으나 이런 이야기를 실패와 주변이라는 이름으로 더듬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다른 형태의 주체화 양식이 가능하기를 기원하면서요.


Q. 재미있게 쓴 꼭지가 있다면?

A.오래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습니다.제가 견지하고 싶은 태도를 잘 응축한 문장입니다.“나는 가능하면 오래도록 무능하고 싶어졌다.” 이겁니다. 회사에서 정해주는 ‘유능함’의 기준이라는 게 온당하지 못하단 생각이 들고 나니, 그 기준에 맞추고 싶지 않더라고요. 문장이 익숙해 보일 수도 있는데 예상하신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떠올리면서 쓴 문장입니다.


회사에서 원하는 유능함, 사회에서 요구하는 유능함이라는 게 어쩌면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더 나아가 타인의 삶을 적극적으로 착취할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정말 뛰어난 선배들 몇몇은 이런 함정을 벗어나 뛰어난 결과를 성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은 천재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이 이 함정에 붙들려서, 자기가 살고자 타인을 착취합니다. 감정이든 노동이든 상관없고, 내가 피하려 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고고하게 사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답은 제 자신을 어느 정도 갉아먹는다 하더라도, 이 서로에 대한 착취를 멈추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그래도 죄책감이 줄어들거나 하진 않습니다. 저는 저의 유능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오늘도 비굴하게 또 협의를 하고, 제가 살아남기 위해서, 이문을 거둘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비용으로 처리하고, 누군가의 고통을 또 가공해서 업로드하고 왔기 때문입니다. 벗어나기 어려우니 모순이지요.


Q.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A.우리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아래에서 사는 이상, 타인에 대한 착취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어떤 부문에서는 그러한 착취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장려하는 경우들도 있죠. 특히 도제식으로 기술은 전수받는 공간에서 이러한 착취는 배움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곤 합니다. 고된 노동의 결과로 네가 발전하는 게 있고, 그게 결국 네게 다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요. 한 셰프가 한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청춘엔 개인 시간보다는 일에 열중하는 게 맞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바로 편집해 달라고 하는 부분까지 나왔었죠. 자신의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하면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었을텐데, 어느 분야든 도제식 시스템에 익숙한 카지노 게임 추천은 이러한 착취에 잘 타협한 카지노 게임 추천 같습니다. 자신이 얼마만큼 영향력이 있는지 잘 모른 채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이야기해요. 그런 공간이 방송국입니다. 정작 그렇게 가르치지만 제작비가 줄면 또 가차없이 사람을 내치는 곳이기도 하고요. 어느 회사나 다 비슷하겠지만, 세상에 대고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내부에선 가장 비판받는 방식으로 굴러가는 게 이 직종의 고약한 부분이죠.


기본적으로는 타인의 고통을 팔아서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이 주는 불편함이죠. 면책조항은 있습니다. 이렇게 팔아야 카지노 게임 추천이 본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많이 봐야 그 고통에 카지노 게임 추천이 주목하고 해결점도 찾을 수 있다. 일견 맞는 말인데, 어떻게 전도되어가나 보면 지금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만 남아있는 느낌이죠. 왜 재미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순간 고민이 사라진 거죠. 심지어 어떤 주제는, 어떤 정보들은 재미있을 수 없거나 재미있어서도 안되거든요. 그런데 그럼 방송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거죠.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엘리트로서의 책임감 같은 것들조차 이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들의 말의 가치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으려고, 그럴 때만 엘리트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작 버는 돈,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조심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이건 그냥 회사원이면 다 비슷하게 느낄텐데창의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떤 일도 층층이 쌓여있는 결재 라인을 다 타기 전까지는 먼저 시도하기 어렵다는 점, 안정성을 중시하다보니 방향 전환에 상당히 느려지면서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뉴미디어 쪽에서 일하다보면, 이쪽 생태계는 진짜 뭔가 미쳐 있어야 카지노 게임 추천의 눈에 띄거든요. 그런데 TV 프로그램과 어느 정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보니까 너무 과감한 시도를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다보면 한발 늦고. 그건 좀 많이 아쉬워요. 게다가 조직끼리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보니, 조직을 넘나드는 일에 상당히 부정적인데,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 과거엔 단단하게 보였던 조직이라는 것도 허물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이런 말을 꺼내면 조직의 배신자 취급을 받죠.


Q. 요새 기억하고 싶었던 얼굴이 있다면?

A. 저희들 12월 3일 이후로 광장에서 참 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을 만났지요. 마침 저희 집 앞에서 벌어진 일인데, 저는 국회로 바로 달려갈 생각을 못했어요. 지척에 보이는데도 그냥 중계만 마음 졸이며 봤죠. 대체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은 무슨 생각으로 군인들이 즐비한 곳으로 달려갔던 걸까요? 평범한 카지노 게임 추천인데도 무서워 하면서도 결국 그곳으로 뛰어 갔더라고요. 거대한 압력을 버텨낸 얼굴이라면, 그런 사람들의 얼굴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파면 선고가 난 후에야 이 북토크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선고 기일도 안 잡힐 줄은 몰랐어요. 그 사이에 광장에서 스쳐 지나갔던 얼굴들, 그 밤의 얼굴들을 꼭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방송국에서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몇몇 기자들이 이미 시도를 하고 있더라고요. 분발해야지요.


하나 더 기억하고 싶은 얼굴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의 얼굴입니다. 최근에 중구에 있는 한화오션 본사 앞에 CCTV가 달린 철탑이 있는데 그곳에 고공농성하러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트위터에 영상 하나가 올라오더라고요. 새벽 4시이고 아직 추위가 덜 풀린 날인데 길을 비추던 CCTV에 불쑥 얼굴이 솟아나와요. 그리고 김형수 지회장이 씨익 웃는 모습이 잡히더라고요. 그리고 아마 얼마 안 지나서 폭설이 오고, 대설주의보가 내렸지요. 아직 못 내려오셨을 거에요. 몸 상태는 어떨까요, 다리조차 펴기 힘든 공간인데 잠은 좀 잤을까요. 그 웃음을 보면 왜 그런 사람이 거기에 올라가야 했을지가 궁금해져요. 왜 카지노 게임 추천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가. 수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 높은 곳에 올라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쳤죠. 그리고 어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끝내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요구했던 것들 중에 받아들여진 건 몇이나 될까요. 많지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카지노 게임 추천은 또 올라가지요. 할 수만 있다면 같이 올라가서 대화를 나누고 고공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제작자에게 필요한 윤리란?

A. 자기의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 자기가 사람들의 취향, 윤리에 미칠 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해요. 생각보다 많은 방송국 사람들이 ‘내가 즐거우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유머 같은 게 그렇죠. 내가 웃기니까 남도 웃기겠지 싶어서 내보내는데, 그게 차별과 혐오에 기반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다들 자기가 ‘정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듯해요. 딱히 거슬린 적도 없고, 주변으로 밀려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 취향이나 편견을 성찰하지 못하죠. 예전엔 다양한 계층에서 방송국으로 사람들이 수혈되는 편이었다면 - 학력은 좀 편향이 심했습니다만 - 이제는 학교처럼 변하는 것 같아요. 들어오는 사람들이 점차 평균값에 수렴하는 느낌이죠. 이런 게 방송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낼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조짐은 느껴요.


자기 취향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비정상’인 카지노 게임 추천이 깔려 죽습니다.어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겐 그냥 넋 놓고 볼 수 있는 ‘깔깔이’ 프로그램인데, 그 프로그램에서 조롱하는 대상에 속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은 죽을 맛이죠. 그게 정말 웃음의 소재가 되어도 괜찮은 건가? 저는 유머를 좋아해요. 유머야말로 기존의 권력관계를 무시하고 정상의 비정상성을 폭로할 수 있는, 가진 것 없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무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방송국 프로그램들이 장착하는 유머는 그 무기를 되려 약한 카지노 게임 추천을 향해 내리꽂는 것 같아요. 예컨대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뚱뚱한 사람 놀리고, 못생긴 사람 놀리면서 “내가 뚱뚱하고 못생겨서 자학하는 건데 왜 뭐라고 하냐?”라는 항변을 할 때마다 아주 틀린 건 아니겠지만 왜 하필 가장 많이 공격받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공격 플로우에만 올라타려고 하는 걸까 싶은 거죠. 유머에도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지 않으려면 자기가 놀리고 놀림받는 과정에서 어떤 권력작용이 일어나는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겠죠. 피곤한 일이고 유머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지만 분명 지금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커먼스' 방송을 이제와서 재방송할 수 없고, 가학적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다시 틀 수 없잖아요. 제작자들에게 중요한 건 그래서 자기 말의 영향력, 자기 행동의 영향력, 더 나아가서 시간성에 대한 고민이라고 봐요.


Q.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있나?

A. 만나보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좀 있는데,조직화는 어려운 것 같아요. 최근에PD들끼리 모여서 고민을 공유하고 단체로 요구할 건 요구하자는 취지로 공식적인 모임이 만들어졌고, 2년 연속으로 간사를 맡고 있긴 합니다. 후임 구하는 게 일이에요. 매번 방송국 내의 다양한 직능단체들이 동일하게 겪는 문제죠. 불만은 많은데 나서서 조직의 일을 떠맡으려는 사람은 없는. 문제는 이런 조직이 또 공식적인 게 아니다보니, 의사결정권자들이 약간은 무시하곤 해요. 분명 기존 조직들이 챙길 수 없는 교양국만의 요구사항이 있는데, 그걸 상위 직능단체나 노조를 통해서만 전달하라고 하고 가시거든요.


분명 방송으로는 정의로운 말을 하는데,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자신도 발을 담그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는 침묵한다거나, 팀원일 때는 항의하다가 팀장이 되니까 침묵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물론 모든 사람이 언제나 정의로운 건 아니고, 모호한 상태로 보통은 놓여 있죠. 다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정의롭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거든요.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진급에 대한 압박도 있고, 커리어 관리에 대한 걱정도 있을 거고, 각 PD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노조를 간다거나 직능단체 대표를 한다거나 하면 혹시나 눈밖에 날까 걱정도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과감하게 한 카지노 게임 추천이 있기 때문에, 눈치보는 게 옳다고 말하기도 어렵죠.


어쨌든 비슷한 카지노 게임 추천을 찾는 건 저처럼 아쉬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몫일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찾아서 조직하고,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이 조직 안에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하겠죠. 그러려면 일단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더 많이 만나야 할 거고요. 내향형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인간애를 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Q. 소비자의 윤리는?

A. 닭이냐 달걀이냐 싶지만, 저는 만드는 사람은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뒤늦게 탐색하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보는 사람들의 욕망에서부터 먼저 시작하는 거죠. 만드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만들어보다가 가장 잘 팔리는 것을 최종적으로 택해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일 테고요.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채널에서도 잔인하고, 끔찍하고, 사람이 죽고, 피가 튀는 아이템의 조회수와 노동운동, 독립운동, 국위선양을 다룬 아이템의 조회수가 꽤나 차이가 납니다. 자극적인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채널 알고리즘이 망가질 정도죠. 물론 알고리즘이 잘못한 거긴 한데, 그 알고리즘이라는 것도 카지노 게임 추천의 선택을 통해 강화되는 거겠죠.조회수로 밥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노골적인 선택의 결과가 무섭습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분명하게 원하는 게 있는데, 이걸 애써 피하는 게 정말 사업적으로 가능한 선택인가?


앞서도 살짝 말씀드렸지만, 조회수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업팀 입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이 채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의 밥벌이가 불가능해집니다. 온당하지 못한 욕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제가 무시할만큼 체급이 큰 채널도 아니고요. 경영을 생각하면, 제 도덕과 윤리관과 별개로 이 사업에 삶을 걸고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위해서라도 대중들의 욕망에 따라야합니다. 이 압력을 이겨내려면 한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그런 콘텐츠들을 생산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독려해주는 게 필요한데, 보통은 쉬운 선택을 요구하죠. 게다가 캔슬 컬쳐에 대한 두려움도 강합니다. 그래서 뭔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요구가 과한 것 같아도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하죠.


저는 소비자나 생산자가 스스로를 ‘정상’ 범주에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데에서 비극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비정상성을 발견하지 못하면, 미쳐가는 것 같아요.프로그램 뒤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저는 농담으로라도 ‘건강보다 편집이 우선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걸 싫어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관심이 없고,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내가 원하고 기다리는 때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 소비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정작 소비자로서 프로그램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발휘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 말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 지금도 갈려나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텍스트에 어떤 특정한 사람의 의도가 직선적으로 반영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소비자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생산 과정에 소비자들이 미치는 영향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이상하다면그건 시청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거라고 봐요. 텍스트 비평에 생산 과정이 좀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다양한 힘들에 대한 고려가 없는 일방적인 텍스트 독해가 캔슬 컬쳐와 만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괴적인 결과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Q. 상정한 독자가 있다면?

A.프로그램이라는 상품의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카지노 게임 추천이 저마다의 입장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참여자들 각각의 자기고백이 있었으면 하거든요. 이 책을 읽든 읽지 않든 상관 없이 각자의 고백을 통해서 이 생산과정이 두껍게 그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이 텍스트 독해나 PD/작가로 대변되는 제작진의 개인적인 성향의 발현으로 환원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저는 프로그램의 생산 과정 자체가 프로그램 비평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프로그램의 생산 과정이란 어떤 아이디어가 물리적 실체를 가진 프로그램으로 주조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힘과 제도가 프로그램을 뒤흔드는지 살펴봐야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치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엔 정책, 방송국 조직의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성향, 사회적 분위기 등도 포함이 될 거에요. 쉬운 분석은 아니겠죠.이런 질문이 궁금한 카지노 게임 추천 중에 방송국에서 직접 일해보지 않은 카지노 게임 추천도 있을 텐데 그런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방송국의 베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게 있죠. 누구든 읽어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게이 터크먼의 <뉴스 만들기라는 책이 있는데, 몇 년 간 신문사들의 편집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해서 뉴스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추적한 사회학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이 저는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이론상으로 알고 있고 영향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요소들보다, 실제 제작 환경에서 뉴스를 결정하는 건 꽤나 사소한 관습이나 우연한 물리적 조건들이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런 것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보지만, 장기적으로 공부를 해서 꼭 그런 책을 만들어보고 싶긴 해요. 그러려면 저 말고도 생산과정을 두껍게 설명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이야기가 더 많아야 하겠지요. 이 책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게 터무니없는 바람입니다.


Q. 끝으로 소개할만한 책이 있다면?

몇 개만 소개 드릴게요. 가장 먼저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은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입니다. 사놓고 나서 한참 뒤에야 읽었는데, 그 사이에 읽지 않은 것을 정말로 후회했습니다. 자전적인 형태로 서술했지만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자기와 세계 사이의 다양한 힘들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능력이 빼어납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이 책이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쓰고 나서야 봤다는 게 너무나 뼈아픕니다. 아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책부터 먼저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거에요.


다음 책은 피에르 부르디외와 장클로드 파스롱의 <상속자들입니다. 대학 교육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 어느 때보다도 계급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가 있던 1960년대, 이 냉정한 두 사회학자는 학교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계급을 재생산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이후 <구별짓기에서도 등장할 다양한 취향들, 취미들, 선호들, 매너들 -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 혹은 학교 이전에 배웠던 것들이 얼마나 그 이후의 교육에서 체계적으로 개입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요새 사교육을 통해서 어떻게든 이런 것들을 공교육 이전에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죠.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제가 속한 ‘방송국’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진 않나? 궁금해졌습니다.


샘 프리드먼과 대니얼 로리슨의 <계급 천장에도 비슷한 분석이 좀 나오는데, 함께 보면 방송국 내에서의 계급격차와 구별짓기가 방송국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고민을 요새 하고 있는데, 그 고민에 걸맞은 책인 거 같아요. 방송국 프로그램이 대변하는 ‘시선’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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